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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모노폴리

중앙일보 2020.11.06 00:20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모노폴리(Monopoly)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생소한 이도 있겠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우리가 잘 아는 ‘부루마블’의 원형이다. 처음 만들어진 게 1933년이니 역사도 길다.
 
모노폴리는 말 그대로 ‘독점’ 게임이다. 주사위를 굴려 말을 움직이고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지어 세(貰)를 받는 것은 ‘부루마블’과 규칙이 같다. 하지만 모노폴리는 세를 받기 위한 조건이 더 까다롭다. 같은 색깔의 땅을 모두 소유(독점)해야만 집이나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독점을 성사시키려면 다른 이와 부동산을 교환하거나 구매하는 ‘거래’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단순히 땅을 선점하고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부루마블과 비교하면 세를 받기가 더 어렵다. 누군가 독주하면 재미가 시들해지는 부루마블과 달리 막판까지 승자를 예단할 수 없다.
 
모노폴리 게임을 만든 찰스 대로우(1889~1967)는 대공황 시대 실직의 고통을 겪으면서 자본의 독점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달았고, 이 게임을 만들었다. 그는 1935년 모노폴리의 독점 판권을 파커 브러더스사(社)에 팔았다.
 
1982년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던 이상배씨가 모노폴리를 어린이용 보드게임으로 응용해 판매하면서 한국에선 ‘부루마블’이 더 유명해졌다. 시대적 맥락에 맞게 ‘서울 올림픽’ ‘우주 왕복선’ 같은 황금열쇠 규칙이 추가됐다.
 
상대방을 파산시켜야 끝나는 점은 같지만, ‘독점’을 성사시키는 데 집중하는 모노폴리와 달리 부루마블은 운이 작용하는 편이다. 게임의 밸런스를 깨뜨리는 규칙도 있다. 바로 ‘서울’을 선점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을 가진 사람은 승리의 확률이 높다. 서울에 집을 사야 이기는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 부동산을 소유한 것만으로 부를 늘리는 것에 반대하는 이도 있고, 투자의 수단일 뿐이라 주장하는 이도 있다. 부동산은 다른 재화와 달리 소멸하지 않고 이동할 수 없으며, 심리적 요인에 의해 시장 가격이 움직인다. 누군가는 ‘욕망과 기대의 재화’라 부른다.
 
부동산을 통한 부의 축적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선 ‘이 방향이 옳다’고만 할 게 아니라 설득하고 양보해 모두 동의하는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욕망과 기대는 인간의 본성인 탓이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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