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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적 반대편을 ‘살인자’라고 한 대통령비서실장

중앙일보 2020.11.06 00:07 종합 34면 지면보기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그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지난 8·15 광화문) 집회 주동자들은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다. 살인자”라고 말했다. 그는 박대출(국민의힘) 의원이 집회 당시 차 벽 사진을 보이며 경찰의 대응을 문제 삼자 격하게 흥분하면서 “국회의원이 어떻게 불법 집회를 옹호하느냐” “그 집회로 확진자가 600명 넘게 발생했고, 7명이 죽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이 “(경찰이 버스로 밀어서) 국민을 코로나 소굴에 가뒀다”고 따졌다 해서 비서실장이 고함을 지르며 ‘살인자’란 표현을 두 번씩이나 쓰는 게 말이 되는가. 대통령을 보좌하며 청와대 참모들의 수장 역할을 하는 비서실장의 입에서 나오리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천박하고 오만한 발언이다. 그는 발언 두 시간 후 “과한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스스로 ‘과하다’고 할 정도의 말을 사석도 아닌 국회에서 버젓이 내뱉은 비서실장은 그 자격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도 우리 국민일진대 집회 주동자들에 대한 노 실장의 태도는 마치 적을 대하는 듯했다.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세력이면 살인자로 몰아도 된다는 말인가. 이 정부가 능한, 전형적으로 네 편과 내 편을 갈라치기하는 것이다. 흥분한 상태에서 내뱉은 노 실장의 ‘살인자’ 발언을 보면 혹시 청와대의 집단사고가 그런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 또한 지울 수 없다. 그런 인식 속에서 매일 머리를 맞대 국정을 논하고 회의를 한다면 끔찍스러운 일이다.
 
노 실장은 ‘살인자’ 발언을 하기 전 “허가되지 않은 집회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0.5% 정도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마치 코로나 확산의 주범이 광화문 집회인 양 몰아가는 것도 모자라 경제 정책 실패의 원인마저 집회 탓으로 돌리는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는 반대편을 끌어안을 줄 모른다. 문 대통령이 협치를 그토록 강조했지만 하나도 이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그 때문이다. 노 실장의 ‘살인자’ 발언은 정치적 반대편에 대한 이 정부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평소 야당에 대한 태도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우리 사회는 광화문과 서초동, 토착 왜구와 주사파 등으로 철저히 갈렸다. 청와대의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더 갈릴 뿐 협치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연말·연초 개각과 함께 청와대 개편이 이뤄진다면 문 대통령은 품위 있고 사려 깊은 새 비서실장을 기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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