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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증세’ 약발 안 받네, 서울 아파트값 다시 뛴다

중앙일보 2020.11.06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잠잠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다시 커졌다.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90%)로 세금이 급격히 늘어나게 됐지만, 아직은 시장에 ‘세금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상승률 10주째 0.01%서 0.02%로
중랑·강북구 등 비강남 많이 올라
치솟는 전셋값이 집값 끌어올려
‘세금 인상=가격 안정’ 효과 못 봐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2% 올랐다. 지난달 말까지 10주 연속 0.01%를 유지했던 상승률이 다시 커졌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 폭이 특히 커졌다. 경기도 아파트값은 0.23% 올라 전주(0.16%)보다 상승 폭이 0.07%포인트 확대됐다. 인천도 0.12%에서 0.15%로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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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아파트값이 뛴 지역은 대체로 집값이 싼 지역이다. 상승 폭이 가장 큰 곳은 중랑구다. 0.08% 올라 전 주(0.03%)의 두배 이상 뛰었다. 강북구(0.03%), 노원구(0.03%), 관악구(0.03%)가 뒤를 이었다. 강남구는 전주에 이어 아파트값이 0.01% 하락했다. 서초구(0.00%)는 별 변동이 없었고, 송파구는 0.01% 올랐다.
 
지난 10주간 보합세를 유지한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고개를 든 가장 큰 이유는 전셋값 상승이다.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2% 올라 71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상승 폭도 직전 주보다 0.02%포인트 커졌다. 지난 7월 말 ‘임대차 2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국회 상정 3일 만에 시행된 여파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기존 전세물건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데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당장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 6월 0.24%였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임대차 2법이 시행된 7월 0.45%, 8월 0.65%, 9월 0.60%로 커졌다. 월세도 오르고 있다. 6월 0.05%였던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7월 0.09%, 8월 0.13%, 9월 0.14%로 급등했다.
 
결국 전세를 구하기도, 전셋값을 올리기도 어려워지자 대출을 끼고 아예 집을 사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대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는다. 최근 집값이 싼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배경이다. 한국감정원은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했고 강남 고가 재건축 단지는 관망세가 이어지며 소폭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시장의 왜곡’을 우려한다. 그간 시장에서 공식처럼 통했던 이론이나 현상과 다른 상황이 빚어져서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세금 인상은 가격 안정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전반적으로 주택공급이 늘지 않으면 가격 안정 효과를 보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탈출구 없는 규제’에 대한 논란도 있다. 집을 사도(취득세), 집을 보유해도(보유세), 집을 팔아도(거래세) 세금이 폭탄 수준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이 진행되면 보유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보유세가 부담되면 팔면 되는데 거래세 부담도 크니 어차피 부담될 거 ‘버티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라며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려면 거래세를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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