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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만 답? 집 짓는 것 별 것 아냐”

중앙일보 2020.11.06 00:02 종합 16면 지면보기
‘집을 쫓는 모험’을 쓴 정성갑 작가가 3일 서촌 자택에서 포즈를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집을 쫓는 모험’을 쓴 정성갑 작가가 3일 서촌 자택에서 포즈를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에서 아파트를 한 번이라도 판 사람은 ‘루저’잖아요. (값이) 계속 오르니까. 근데 여러 집을 모험해보니 집마다 각각의 즐거움이 있어요. 아파트에만 살았으면 억울할 뻔했죠.”
 

에세이 『집을 쫓는 모험』 정성갑씨
6번 이사 끝 서촌 첫 집 마련기

2005년 결혼해 15년간 자가·전세를 오가며 여섯 번 이사 끝에 지난해 서울 서촌에 자신의 첫 집을 지은 정성갑(44)씨. 잡지사에서 20년 가까이 에디터·편집장을 거치며 여러 건축가를 인터뷰한 그는 자신에게 꼭 맞는 집을 찾으려 아파트·빌라·한옥으로 “2년에 한 번 짐 싸면서 다이내믹한 세월”을 보냈다. 그 경험을 지난달 에세이집 『집을 쫓는 모험』(브레드)으로 펴냈다.
 
3일 서촌 집에서 그를 만났다. 59.5㎡(18평) 땅에 좁고 높게 지은 협소주택, 꼭대기인 3층 부엌 창문 너머로 배화여대의 300년 된 회화나무가 액자 그림처럼 보이는 곳이다.
 
정씨는 아파트값 때문에 화병을 앓은 적이 있다. 시세 정체기에 수천만 원 손해 보고 팔았다가 몇 개월 후부터 아파트값이 6억 이상 치솟는 걸 보면서다.
 
“크게 한 방 맞고 나니 단념하게 되더군요.” 그의 마음을 달래준 게 집을 옮겨 다닌 모험이다. 전남 무안의 마당 넓은 시골집에서 살던 유년시절 기억이 생생한 그와, 신혼집부터 옥탑방에 차리자던 모험심 강한 아내는 이사하는 집마다 “충실하게 예쁘게 해놓고 살았다”고 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2학년인 두 딸도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은 이사 여정에 놀이처럼 동참했다.
 
그가 집에 더 애착을 갖게 된 건 두 번의 한옥살이 경험 덕분이다. “마당에서 달 보고, 제비 똥 치우며 이야기가 쌓였죠. 아파트가 밀폐된 구조라 답답하다면, 한옥은 툇마루에 누워서 구름만 봐도 맑은 샘물이 채워지는 상쾌한 느낌이에요.” 그 순간들이 그리워 요즘은 한옥 짓는 꿈을 꾼다고 한다. 지난해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콘텐트 제작 기획사를 차렸다. 이름을 내걸고 ‘하우스 토크’ 등 집 관련 토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번 책엔 건축비 6억원 내역과 각종 집 짓기 조언, 건축가 소개 등 가이드도 담았다.
 
“아파트를 유일한 답처럼 생각하는데, 많이 이사 다녀보시라. 집 짓는 것도 별것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죠. 책을 읽은 분들이 자기만의 집을 찾는 모험에 나서게 되면 좋겠어요.”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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