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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울먹이며 "아이와 식구 모두 파렴치한 전락" 심경고백

중앙일보 2020.11.05 19:46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8) 동양대 교수가 자신의 재판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12월 23일 선고 예정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임정엽 재판장)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1심 결심공판에서 그는 재판의 마지막 절차로 자유롭게 얘기할 기회를 얻었다.  
 
정 교수는 자신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이 자리에 담담히 서려고 노력했지만 이 사건이 갖는 무게감 때문에 심신이 매우 힘든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기소, 특히나 제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은 제가 가진 기억과 너무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저는 결혼 이후 계속 직장을 가졌기 때문에 아이들 학업을 챙기는 극성 엄마가 될 수 없었다”며 “총장 몰래 표창장을 위조했다면 왜 표창장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겠나”라고 반문했다.  
 
사모펀드와 관련한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여기저기 문의하고 의견을 들어 공직에 있는 제 배우자에게 누를 끼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고 선택했다”며 “제가 알지도 못하는 내용에 대해 조작하거나 인멸하고, 이리저리 지시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 자신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시작된 후 힘들었음을 토로했다. 부족하지만 양심적으로 살아오고자 노력했다는 정 교수는 “어느 한순간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물론 친정 식구, 시댁 식구를 망라해 수사 대상이 되어 파렴치한으로 전락하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사는 것에 대해 심각한 회의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눈물을 흘리느라 한참을 말을 이어 가지 못하던 정 교수는 “이번 사건은 지난 수십 년에 걸친 저의 인간관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며 자신으로 인해 수모와 고통을 겪은 지인들에게 사과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저와 제 자식이 누려온 삶이 예외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저희에게 제공된 혜택을 비판 없이 수용했다는 데 대해서는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이 첩첩이 덧씌운 혐의가 벗겨지고 진실이 밝혀진다는 희망이 이루어질 거라 굳게 믿는다”며 “억울함이 없도록 현명한 판결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듣던 정 교수 지지자들은 방청석에서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정 교수 측 “입시제도 아래 다들 비슷한 상황”

정 교수 측 변호인도 최종의견을 통해 각종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정 교수는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비롯해 각종 서류를 허위로 발급받거나 위조해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한 혐의를 받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취임하자 공직자 윤리 규정을 피하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에 차명으로 투자하고, 허위 컨설팅 계약을 통해 1억6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또 자산관리인 김경록씨 등을 시켜 집과 동양대 연구실 PC를 빼내도록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변호인은 “스펙을 요구하는 입시제도 구조 아래 다들 비슷한 상황에 내몰렸고, 정 교수 가족만의 특별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법무부 장관 낙마를 목적으로 한 표적 수사를 냉정한 시각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인은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횡령행위를 알지 못했고, 가담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차명계좌를 이용한 데 대해서는 탈법 목적이 없었기에 죄가 되지 않으며 청문회 당시 증거인멸이나 위조의 인식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된 PC 등은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하므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검찰, 징역 7년‧벌금 9억원 구형

앞서 검찰은 정 교수에게 징역 7년에 벌금 9억원, 1억6461만원의 추징을 구형했다. 검찰은 “수많은 증거에 의해 입증된 부정부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범죄자의 천국이 되고, 암흑의 시기로 갈 것”이라며 “매의 눈으로 살펴 법치주의 확립의 계기가 되는 판결을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정 교수의 선고는 오는 12월 2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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