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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합시다"…개혁입법 총대멘 김태년의 한마디

중앙일보 2020.11.05 05:00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 출범을 위한 야당의 협력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이던 이날 저녁에는 청계산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 출범을 위한 야당의 협력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이던 이날 저녁에는 청계산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했다. 연합뉴스

 
4일 오전부터 고성이 오간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의 중재자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민주당이 (서울·부산 보궐선거) 후보를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하냐”고 자극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왜 정당 감사를 하냐”,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고 소리쳐 회의장은 곧 아수라장이 됐다.

운영위원장인 김 원내대표는 “질의 중에는 가급적 질의에 방해되는 발언이나 행위들을 삼가달라”고 자당 의원들을 먼저 제지했다. “꼭 안 하셔도 될 것 같다”며 민주당 측 발언 요청도 거절했다. 야당에는 “가급적 피감기관의 업무 관련 질의에 집중하면 더 품격있는 국정감사가 될 것”이라고 협조를 구했다.
 

“상식적으로 합시다”

국감 현장에선 연말까지 녹록잖은 여러 입법과제들을 협상으로 풀어야 하는 김 원내대표가 여야의 감정적 충돌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일주일 전(지난달 27일) 의원총회에서 “(국정감사 이후의) 정기 국회 후반전에는 성과를 내야 한다. 당면 과제 첫째는 (공수처 설치 등) 권력기관 개혁과 공정경제 3법 등 개혁입법을 잘 처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은 관례적으로 여당 원내대표가 맡는다. 김 원내대표는 4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충돌을 저지한 뒤 주 원내대표와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연합뉴스

국회 운영위원장은 관례적으로 여당 원내대표가 맡는다. 김 원내대표는 4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충돌을 저지한 뒤 주 원내대표와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연합뉴스

 
공수처와 관련해 민주당에서는 일부 법사위원을 중심으로 “법 재개정 후 설치 단독 추진” 주장이 거세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최근 김 원내대표에게 ‘야당이 공수처를 저렇게 끌게 둘 수 없다. (공수처법 개정 등) 별도 대책이 추진해야 한다’고 하자 ‘상식적으로 합시다’란 대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당내 강경파들의 아우성을 등으로 틀어 막으며 야당과의 협상 전선에 서 있는 형국이다. 
 
입법 성과를 내면서도 지난 6월 상임위원장 독식으로 얻은 오만·독주 프레임에선 벗어나겠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생각이라고 한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공수처는 대통령 공약 1호이자 민주 진영의 최우선 추진과제지만, 가능한 절차를 존중해야 하고 야당의 목소리를 무조건 묵살할 수는 없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잔병치레가 없다는 그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청계산 회동한 다음날(10월 5일) 몸살을 앓고 자택에 머물렀다.
 
진영 대립이 첨예한 숙제는 공수처 출범만이 아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과거를 바로잡고 미래로 나가기 위해 오래전부터 약속했던 5·18 특별법도 통과시켜야 한다”며 5·18 진상규명 특별법, 역사왜곡 처벌법을 당론 채택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된 사회적참사 특별법 개정, 박근혜 대통령 기록물 공개 등도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모두 국민의힘이 받아들이기 힘든 법안들이다. 
 

갈 길 먼 ‘그랜드 태년’

김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는 "미 대선 파장을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의원 외교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 "일 욕심이 누구보다 많다"는 평을 듣는다. 오종택 기자

김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는 "미 대선 파장을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의원 외교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 "일 욕심이 누구보다 많다"는 평을 듣는다. 오종택 기자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 앞에는 경제계 반발이 버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 2년 연속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 원내대표는 경제 관련 법안에 상대적 자신감을 드러낸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과 수시로 만나 자료를 받고, 기업 주장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법 개정 시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하며 직접 총대를 멨다. 민주당에서 상법 중 ‘3%룰’ 개정 필요성을 주장해 온 한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늘 ‘나만 믿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이 감사위원을 심어 기술을 유출해갈 수 있다는 우려에는 확실한 방지책을 만들겠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자고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는 여전히 걱정이 많다. 손경식 경총 회장과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민주당과 대한상공회의소가 3일 개최한 경제3법 토론회를 두고 “(국회와 재계) 양쪽 주장만 하다 끝나버려 실효성이 없었다”며 별도 공청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시정연설에서 “국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당부한 한국판 뉴딜 입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통령 연설 중 “탄소 중립” 대목에서 기립박수를 주도한 김 원내대표가 주변에 “우리 속도면 2050년 탄소 제로도 해낼 수 있다”며 소속 의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민주당 K뉴딜위원회 집행위원장이기도 하다.


지난달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왼쪽)가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전국 17개 시도지사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왼쪽)가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전국 17개 시도지사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역시 국민의힘은 “내년도 한국판 뉴딜 예산(21조원)의 50%(10조원)를 삭감해 민생 지원에 써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한 전직 의원은 “김 원내대표 별명이 ‘그랜드 태년’이다. 12월 정기국회에서는 일 욕심만큼 협상력과 인내심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하준호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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