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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국가 미국, 인구 적은 주 독립성 중시” 주별 선거법 다 달라 복잡해도 통일 안해

중앙일보 2020.11.05 01:03 종합 6면 지면보기
미국은 우리와 다르게 ‘간접선거’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대통령을 선택한다. 주별로 선거인단을 뽑고 이들이 대통령을 최종 선출한다. 그렇다 보니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나 2000년 앨 고어처럼 전체 득표율이 높았어도 패배하는 일이 생긴다. 이번 선거도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이 월등히 앞섰지만 실제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와의 각축이 치열했다.
 

미국은 왜 직접선거 안하나
“승자독식은 민의 왜곡” 주장에도
소수의 가치, 시민자치 안 저버려

전체 선거인단은 50개 주의 상·하원 의원 수(535명)와 워싱턴DC에 배정된 3명을 합친 538명이다. 주별 선거인단 수는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55명)와 적은 주(알래스카·몬태나·와이오밍 등 각 3명)의 차이가 크다. 메인·네브래스카 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승자독식 구조를 택하고 있다. 소위 ‘경합주(Swing State)’가 중요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선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 등 6곳이 경합주로 분류됐는데, 여기에 걸린 선거인단만 101명이다. 각 주에서 단 한 표라도 앞선 후보가 전체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
 
언뜻 보면 민의의 왜곡일 수 있는 간접선거 방식을 지금까지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알다시피 미국은 연방 국가다. 주별로 법과 제도가 다르고 자치를 강조한다. 만일 전체 투표 수대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인구가 적은 주의 독립성과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영향력이 강한 한국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건국 초기 미국 정치는 알렉산더 해밀턴으로 대표되는 연방주의자와 토머스 제퍼슨이 주축인 반연방주의자로 나뉘어 있었다. 제퍼슨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부를 반대했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답게 시민 자치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했고, 제퍼슨이 3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연방주의 세력은 약화됐다.
 
알렉시 드 토크빌의 지적처럼 혁명 후 프랑스는 강력한 중앙집권으로 전제주의가 됐지만, 미국은 지방 분권과 3권 분립을 통해 민주국가의 모범으로 자리 잡았다. 그 때문에 현재 주별 인구 구조상 간접선거가 불리한 민주당 입장에서도 쉽게 선거법 개정을 주장하기 어렵다. 자유주의를 강조하는 민주당의 정치철학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성향을 ‘리버럴’이라고 부르듯 자유주의는 민주당의 핵심 가치다. “다수의 횡포를 견제하는 게 진정한 사회적 자유”라는 존 스튜어트 밀의 말대로 민주당은 간접선거가 내포한 ‘소수자 우대’의 가치를 저버리기가 쉽지 않다. 공화당 입장에선 자신에게 유리한 간접선거를 굳이 바꿔야 할 이유가 없다.
 
윤석만 사회에디터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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