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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입었대” 캐나다서 주문 5배 늘었다

중앙일보 2020.11.05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지난해 미국 빌보드 시상식에서 앤더슨벨 러너 스니커즈를 신고 공연하는 BTS 정국(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 각 사]

지난해 미국 빌보드 시상식에서 앤더슨벨 러너 스니커즈를 신고 공연하는 BTS 정국(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 각 사]

코로나19로 패션 업계의 침체가 지속하고 있지만, 탄탄한 팬덤을 가진 국내 중소 패션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로 시장 넓히는 K패션
앤더슨벨, 고가전략으로 유럽 안착
온라인 넘어 15개국에 매장 50개

‘아이돌 사복패션’ 로맨틱크라운
중국 이어 일본 최대 온라인몰 입점
축구패션 골스튜디오도 주문 급증

앤더슨벨(Andersson Bell)은 국내 패션 브랜드로서는 드물게 유럽 명품 의류·신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지난해 영국 명품 패션 편집숍 네타포르테에서 사간 상품은 현지에서 92%가 팔렸다. ‘완판(완전 판매)’에 가까운 실적을 낸 셈이다. 덕분에 최근 영국 편집숍 파페치에도 진출했다. 캐나다 온라인 쇼핑몰 에센스는 앤더슨벨의 매입량을 지난해보다 5배 넘게 늘렸다. 현재 15개국 50개 매장에 진출했고, 내년 150개 매장 유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4년 서울에서 시작한 앤더슨벨은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이 브랜드 옷을 즐겨 입으면서 화제를 모았다.
 
골닷컴의 상표권을 가진 골스튜디오가 선보인 구스다운. [사진 각 사]

골닷컴의 상표권을 가진 골스튜디오가 선보인 구스다운. [사진 각 사]

MZ세대를 고객으로 두면서, 과감하게 고가 전략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원래 스트리트(길거리) 패션 브랜드로 출발한 앤더슨벨은 3년 전부터 제품 고급화에 나서면서, 가격도 동시에 20~30%가량 올렸다. 젊은 고객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지만,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캐주얼 브랜드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가 하나둘 마니아층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최정희 앤더슨벨 대표는 “장벽이 없는 온라인 패션 시장에서 이제는 가격이 아닌, 가치로 승부해야 한다”며 “예술과 상업을 오가는 브랜드로 차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로맨틱크라운(ROMANTIC CROWN)은 ‘아이돌 사복 패션’으로 인기를 얻어 3년 전 중국에 진출했다. 올해 상반기 일본에서 단독 팝업 스토어를 연데 이어 일본 최대 온라인 패션 쇼핑몰 조조타운에 입점 예정이다. 지난해 30% 수준이던 해외 매출 비중은 조만간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로맨틱크라운이 막대사탕 브랜드 츄파춥스와 협업해 선보인 제품. [사진 각 사]

로맨틱크라운이 막대사탕 브랜드 츄파춥스와 협업해 선보인 제품. [사진 각 사]

로맨틱크라운은 로고나 브랜드명보다 시즌별 디자인과 색상에 힘을 줬다. 정형화된 스타일도 없다. 매 시즌 새로운 주제로 제품을 만든다. 디자인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다양한 콜래보레이션도 시도한다. 지난달 막대사탕 브랜드 츄파춥스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민성 로맨틱크라운 대표는 “매출 확대를 위한 무분별한 해외 진출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며 한 단계씩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축덕(축구 팬)’들을 활용해 해외 진출에 나서는 브랜드도 있다. 국내 스포츠 분야 스타트업 중 역대 최대 투자액(약 220억원)을 유치한 왁티가 지난해 선보인 축구 패션브랜드 골스튜디오(GOAL STUDIO)다. 골스튜디오는 세계 최대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의 로고에 대해 글로벌 독점 사용권을 갖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의류·신발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해외에서 온라인 주문이 늘면서 일본·중국에 법인을 설립했고,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진출을 준비 중이다. 골스튜디오 관계자는 “자사 쇼핑몰 내 해외 구매 가운데 중국 소비자 비중이 30%에 달해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아이돌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 중소 패션 브랜드에 관심을 갖는 해외 소비자가 늘고 있다”면서도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유명 아이돌 등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의존하기보다는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고, 품질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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