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5.6조 내라” “1.6조로 충분” 주파수 사용료 갈등 파국 가나

중앙일보 2020.11.05 00:03 경제 1면 지면보기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동통신 3사 대표가 지난 3월 영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개최한 긴급 좌담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동통신 3사 대표가 지난 3월 영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개최한 긴급 좌담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와 이동통신사업자 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내년 6월 사용 기한이 끝나는 3G·4G(LTE) 주파수(총 310㎒ 폭)에 대한 재사용료를 놓고 정부는 5조6000억원을 요구하는 데 비해 이통사는 1조600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5조5705억원을 반영하자, 이통사는 재경매 카드는 물론 “주파수를 덜 받겠다”는 ‘최후의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통사는 정부가 재할당 대가를 과도하게 요구할 경우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주파수 대역을 좁힐 경우 서비스 품질 저하도 예상된다. 어느 경우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3·4G 주파수 재할당 충돌
정부 예산 반영해놓고 “포기 못해”
이통3사 “경제가치 비해 너무 비싸”
최후 카드로 주파수 축소도 고려
“이러면 통신료 올릴 수밖에” 압박

내년도 과기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예산 중 주파수 재할당 대가 총액을 5조5705억원(10년 기준)으로 산정했다. 이는 이통사가 산정한 1조6000억원(5년 기준)과 크게 차이나는 액수다.  
 
주파수 재할당 대역폭.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파수 재할당 대역폭.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보고서에 따르면 과기부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의 80%,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의 75% 재원이 재할당 대가 수입으로 충당된다. 이에 대해 조기열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기금 수입의 감소 규모에 따라 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사업 집행의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통사로부터 5조6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정진기금과 방발기금을 활용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의미다. 과기부가 이를 막기 위해선 기존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거나 국고(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차입을 해야 한다. 과기부가 이통사로부터 받을 5조6000억원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주파수는 한정된 국민의 재산인 만큼 이동통신사들에 최대한 비싼 값에 사용권을 주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통사는 이미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5G 인프라 구축에 3년간 26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집행하기로 한 상태에서 또다시 5조원이 넘는 재할당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또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가 기존보다 낮아진 만큼 과거 경매낙찰가를 반영해 대가를 산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이통3사는 3일 정부 재할당 대가 산정방향에 대한 공동의견서에서 차라리 재경매를 통해 재할당 대가를 산정하는 게 낫다는 견해까지 내놓았다.
 
정부 VS 이통사 동상이몽.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부 VS 이통사 동상이몽.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통사는 정부가 5조6000억원에 달하는 현행 산정 방식을 강행할 경우, 최후의 카드로 주파수 대역폭을 축소하는 방안까지 강구 중이다. 정부가 물건(주파수 대역)의 단가를 낮춰주지 않겠다면, 물건을 덜 사는 방식으로 비용을 아끼겠다는 것이다. 복수의 이통사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주파수 대역을 덜 받는 방법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먹구구식 산정 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전파법은 예상 매출액과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산정하게 돼 있지만, 전파법 시행령에선 과거 경매 방식으로 할당된 적이 있는 경우 과거 낙찰 가격을 고려해 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이통사는 매출액 기준을, 과기부는 과거 낙찰 가격을 산정 기준으로 선호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3G·4G 주파수의 현재 경제적 가치에 대해 납득할만한 명확한 추산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주파수 재할당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을 통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