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먼저 윤 총장을 겨냥해 ‘금시작비’를 언급하며 “어제의 잘못을 오늘 비로소 깨달았다는 뜻인데, (윤 총장에게도)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엄정한 판단으로 인해 특검과 검찰이 그동안 뭘 했느냐는 국민의 질타가 있다. 그 수사팀에 총장도 관여자”라고 말하면서다. 윤 총장은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한 정호영 특검팀의 파견검사였다. 당시 특검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무혐의로 처분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정치인 총장'이라고 지칭하며 비판했다. 사진은 추 장관이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는 모습. 오종택 기자
추 장관은 그러면서 유 의원에게 “(김학의 사건은)제때 수사하지 못해 공소시효를 다 놓쳤다”며 “의원님도 마찬가지로 후배 검사들 댓글을 인용할 게 아니라, 금시작비의 자세가 오히려 땅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이후 유 의원과 추 장관 사이에서 책임 공방이 오갔고, 정성호 예산결산위원장(민주당 소속)이 “질의하는 의원의 신상에 대한 언급은 삼가라”라고 주의를 줬다. 하지만 추 장관은 “장관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도 위원장이 지적해달라”고 답했다.
추 장관은 또 윤 총장에 대해 ‘정치인 총장’이라고 표현하며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정치적 언행과 행보가 최근 국민의 우려와 의혹을 낳고 있다”면서다. 그는 자신을 비판하는 글을 쓴 일선 검사를 두고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쓴 데 대해선 “검사 개인을 지목해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건 아니다. 정치 행위를 하고 정치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검찰총장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성호 예산결산특별위원장(더불어민주당 소속)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유상범 국민의힘과 신경전을 벌이다 정 위원장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오종택 기자
추 장관은 전날(3일) 윤 총장이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을 방문해 신임 부장검사를 대상으로 교육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건 순수한 의미의 권력형 비리를 캐내는 것인데, 그렇게 해석되지 않는 사례가 최근 있다. (윤 총장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검찰권을 남용한다는 우려에 휩싸여 있다”며 “정부를 공격한다든지 또는 정권 흔들기를 한다든지, 이게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미화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