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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유보금에 세금…‘어떤 기업이 내야하나’ 일문일답

중앙일보 2020.11.04 17:28
사내에 현금(유보금)을 많이 쌓아둔 기업에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내년 시행 예정인 개인유사법인 과세 제도다. 위기에 대비하려 비상용으로 모아둔 돈에까지 세금을 물린다는 소식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번지는 중이다.  
 
논란 속에 4일 기획재정부가 ‘개인유사법인 과세 제도 도입 취지와 설계 방안’을 내놨다. 방안 내용과 제도를 둘러싼 궁금증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소개한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개인유사법인이 뭔가.
“이름 그대로 개인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법인(기업)을 말한다. 법인이긴 하지만 주주 1명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거나, 오너와 친족 지분이 80% 이상이면 개인유사법인으로 분류한다.”
 
개인유사법인이 불법인가.
“그렇진 않다.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다. 다만 1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1인 기업이 최근 10년 사이 크게 늘었다. 기재부 집계에 따르면 2010년 전체 47만 개 법인 가운데 1인 주주 법인은 5만 개로 10.6%였다. 그런데 지난해 87만 개 중 28만 개로 32.2%로 급증했다. 국내 전체 기업 셋 중 하나가 1인 회사란 의미다.”
 
그런데 왜 개인유사법인을 타깃으로 삼아 새로 세금 제도를 만들었나.
“같은 소득을 올리더라도 개인에겐 소득세, 법인엔 법인세가 부과된다. 소득세율(6~42%)보다 법인세율(10~25%)이 낮다. 또 법인은 각종 경비 처리, 배당 지연 등 방법으로 세금 부과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개인보다 더 많다. 세금을 피하려고 법인으로 전환하는 개인사업자가 많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얼마나 세금 차이가 나는 건가.
“기재부가 모의 계산을 했다. 개인사업자 A와 1인 주주 법인 B를 비교했다. 둘 다 똑같이 부동산 임대료를 받아 5억원 소득(과세표준 기준)을 올렸다고 가정했다. 개인사업자 A는 1억7460만원을 소득세로 내야 한다. 법인 B는 법인세로 8000만원만 내면 된다. 개인사업자 A가 낸 소득세의 절반도 안 된다. 똑같이 5억원 임대료를 벌었다고 해도 개인사업자 A는 3억2540만원을, 1인 법인 B는 4억2000만원을 순수익(세후)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다. 법인을 설립하는 게 1억원 가까이 이득이다. 그래서 정부가 개인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법인에 한해 쌓아둔 현금(사내 유보금)에 법인세가 아닌 소득세를 추가로 매기겠다고 한 거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 차관(왼쪽)이 29일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개인유사법인 과세제도 관련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뉴스1]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 차관(왼쪽)이 29일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개인유사법인 과세제도 관련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뉴스1]

 
중소기업에서 반발하는 이유는.
“개인유사법인으로 분류되는, 오너 일가 지분이 80% 이상인 회사 대부분이 비상장 중소기업이다. 기업 규모도 작은 데다, 상장 등으로 외부 주주를 끌어올 만한 유인이 대기업보다 적은 편이라서다. 지난달 27일 중소기업중앙회가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 대상 309개 비상장 중소기업 가운데 유보금 과세에 90.2%가 반대했다. 이들 중소기업은 경기 불확실성 대비(44.6%), 미래 투자(30.4%) 등 이유로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며 정부 방침에 문제를 제기한다.”
 
중소기업 반대에 대한 정부 입장은.
“지난달 29일 기재부는 경제단체 간담회를 열어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오너 일가 지분이 80%가 넘는 법인(개인유사법인)이라고 무조건 유보금에 소득세를 물리진 않기로 했다. 우선 ▶이자ㆍ배당소득, 임대료, 사용료, 업무와 관계없는 부동산ㆍ주식ㆍ채권 처분 등으로 번 돈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미만인 법인(적극적 사업법인)이면서 ▶2년 안에 유보금을 투자, 부채 상환, 고용, 연구개발(R&D) 등 경영에 썼다면 세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 벤처기업 등 정책 지원 대상인 기업도 유보금 과세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유보금을 어디에 써야 과세 대상이 안 된다는 건가. 
“기재부가 사례를 제시했다. 기계 장치를 사들이거나(투자) 상환일이 돌아오는 빚 때문에 남겨둔 돈(부채 상환액), 향후 2년 치 급여액,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연구개발(R&D) 비용 등은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그럼 어떤 경우 세금이 부과되나. 
“수익이 부동산 임대료뿐인 C법인의 예를 들어보겠다. 법인세를 내고 4억2000만원 소득이 잡혔다. 배당을 한 푼도 하지 않았다면 4억2000만원 가운데 절반(50%)인 2억1000만원에 세금이 붙는다. 소속 연예인 출연료 20억원, 임대료 10억원을 벌어들인 D기획사도 가정해보겠다. 법인세를 내고 20억원이 남았고 별다른 투자도 하지 않았다면 20억원 가운데 10억원이 과세 대상 금액이 된다.”
 
보안 방안에 대한 중소기업의 반응은.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2년 안에 유보금을 고용ㆍ투자 등에 쓰면 세금을 면제해주겠다고 하는데 2년 이란 기한 자체가 짧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데 비상용 사내 현금에까지 세금을 매긴다는 데 대한 불만이 근본적으로 크다. 제도 시행 자체를 유예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온다. 일단 기재부는 예정대로 추진해나가되 업계,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추가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시행 시기는. 
“내년 1월 1일부터다. 다만 올해까지 누적된 사내 유보금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2021년 사업연도 이후 생겨난 유보금(당기 유보소득)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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