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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누가 미 대통령되든 미·중 갈등하는 세계 장기화"

중앙일보 2020.11.04 17:12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소장 김상배 교수)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을 주제로 4주간 전문가 집중 토론회를 시작했다. 2018년 화웨이 사태로 촉발된 미·중간 무역 전쟁은 첨단 기술을 둘러싼 디지털 패권 경쟁으로 확전됐다.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는 11월 4주간 매주 화요일 국제·정치·경제·산업 분야의 미·중 전문가 1:1 토론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중의 기술패권 경쟁 양상을 짚어보고 한국의 전략을 모색한다. 이번 토론회 후원 미디어로서 중앙일보는 토론회 핵심 내용을 보도할 예정이다. 첫 토론회는 미국 대통령 선거(현지시간 3일)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줌(Zoom) 회상회의 형태로 열렸다.
  
3일 줌(Zoom)을 통해 미·중 디지털패권 경쟁 토론회에 참석 중인 김성옥 KISDI 연구위원(좌), 연원호 KIEP 연구위원(우).

3일 줌(Zoom)을 통해 미·중 디지털패권 경쟁 토론회에 참석 중인 김성옥 KISDI 연구위원(좌), 연원호 KIEP 연구위원(우).

3일 첫 토론회에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경제실 연원호 연구위원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김성옥 연구위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두 전문가 모두 "현재 미·중 갈등의 본질은 기술 패권을 둘러싼 구조적 싸움"이라며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미·중 갈등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 전문가 토론회 ①

 

중국 기술 "미국 거의 따라잡았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급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중국은 2018년 한 해에만 연구개발(R&D)에 5261억 달러(600조원)를 쏟아부어 전 세계 R&D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일본·독일·한국의 R&D 지출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올해 연구개발비는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의 SCI급 과학기술논문 발표와 국제특허출원 건수 변화. 김종훈 인턴.

미국과 중국의 SCI급 과학기술논문 발표와 국제특허출원 건수 변화. 김종훈 인턴.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급 논문 수는 2016년 미국을 추월했고, 국제특허도 2018년 미국을 따라잡았다. 지난해 중국의 국제특허(PCT 기준)는 5만 7785건으로 미국보다 4500건 이상 많았다. 개별 기업으로 봐도 화웨이가 전 세계 특허 1위(5405건, 2018년)로 미국 인텔(3위, 2499건)과 퀄컴(4위, 2404건)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연원호 연구위원은 "중국이 혁신성장을 지속할 경우 2033년에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하고, 현재 수준의 성장을 유지하면 2040년쯤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옥 연구위원도 중국 기업의 부상을 강조했다.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의 기업이 구글·아마존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 그는 "중국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쌓고, 응용기술을 활용한 제품·서비스로 세계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의 수출품 중 첨단 기술 관련 제품은 30%로, 전 세계 첨단기술 수출의 26.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7.9% 수준.
 

미국 "민간·군 겸용 기술 못 내준다"

 
미·중 갈등의 분기점은 2018년이다. 미국은 4년에 한 번 나오는 국방전략서(NDS) 최신판(2018년 1월)을 통해 미국의 전략 목표를 테러리즘에서 '패권 국가를 지향하는 중국 견제'로 전환했다. 첫 단추는 관세였다. 미국의 대중 평균 관세율은 2018년 7월 3.1%였지만 지난해 9월엔 24.8%로 8배나 증가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자유무역 국제질서를 훼손하며까지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
 
연 연구위원은 "과거 첨단 기술은 무기개발 등 군사 기술 위주였지만, 최근 4차 혁명 관련 기술은 민·군 겸용이란 특징이 있어 미국이 더 집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5G·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항공우주·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경쟁력이 경제·군사적 패권과 직결된다는 의미. 그는 "중국은 미국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응용기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둬왔다"며 "미국의 전략은 원천기술을 막아 중국의 추격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이후 3단계로 강화되어 온 미국의 대중국 제재. 김종훈 인턴.

2018년 이후 3단계로 강화되어 온 미국의 대중국 제재. 김종훈 인턴.

김 연구위원도 미국의 대중 제재가 화웨이 5G·반도체 중심 제재(1차)→ AI·슈퍼컴 기업 제재(2차)→소프트웨어 대학·연구기관 등 첨단기술 생태계 제재(3차)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은 중국의 범용 기술 개발을 억제하는 중"이라며 "틱톡 강제매각 명령을 기점으로 양국의 경쟁이 플랫폼 생태계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플랫폼으로 흘러가는 소비자 데이터 유입을 막고 알고리즘 고도화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중국 "영웅은 자고로 많은 고난을 겪는다"

중국은 국내 제도 정비와 산업 구조조정 및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이 내세운 '새로운 대장정 전략'이 대표적. 연 연구위원은 화웨이의 전투기 사진을 예로 들었다. 화웨이는 지난 5월 공식계정을 통해 2차 대전 당시 수십 발의 총탄을 맞고 귀환한 전투기 사진을 게재하며 '영웅은 자고로 많은 고난을 겪는다(英雄自古多磨難)'는 글을 올렸다.
 
화웨이가 공식 계정을 통해 게재한 2차대전 당시 소련 전투기 사진. 화웨이는 '영웅은 자고로 많은 고난을 겪는다(英雄自古多磨難)'는 문구를 달았다.

화웨이가 공식 계정을 통해 게재한 2차대전 당시 소련 전투기 사진. 화웨이는 '영웅은 자고로 많은 고난을 겪는다(英雄自古多磨難)'는 문구를 달았다.

내수산업 조정과 신기술 투자도 병행한다. 중국은 지난 5월 양회를 통해 중국판 뉴딜 정책 양신일중(兩新一重)을 발표했다. 교통·수리 시설 개선과 함께 빅데이터·인공지능·블록체인 등 신형 인프라와 스마트시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은 이를 위해 5년간 1조 4000억 달러(1625조원)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연 연구위원은 "중국은 쌍순환 경제라는 개념을 통해 중국 내부 생산 구조와 소비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수·출입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을 수정하며 유전자공학·인공지능 등 23개 첨단기술 분야를 추가했고, 9월에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 규정'을 발표했다. 미국의 대중 압박 조치에 대한 대응인 셈. 10월엔 미국 수출통제개혁법(ECRA)과 유사한 수출통제법도 통과됐다.
 

미·중 갈등 장기화, "한국 반사이익 낮아, 양자택일 압박 커져"

토론에선 미·중의 기술패권 경쟁을 세계 경제의 상수로 봐야 한다는 데 두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했다. 미국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 내 반중 정서가 높고, 국방수권법 등을 통해 중국 견제를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중국도 당장 미국과 관계 개선보다 장기적으로 기술분야에서 미국을 따라 잡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응하고 있다.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원호 연구원 발표자료.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원호 연구원 발표자료.

연 연구위원은 "반도체 등 일부 분야에서 한국이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지만, 이는 단편적 시각"이라며 "미국의 첨단 분야 기술 제재가 확대되며 중국이 국산화율을 높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고, 향후 중국 제품이 한국 제품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미국은 8월 중국 IT기업을 배제하는 '클린네트워크 구상'을 발표했고, 중국도 9월 '글로벌데이터 안보 구상'을 발표하며 세력 규합에 나선 상황. 양국은 한국에 자국 이니셔티브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기술은 미국에 의존하고, 시장은 중국을 바라보며, 투자는 양쪽에서 받아왔다"며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완전히 결별해 탈동조화 할 경우를 상정해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 연속토론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 : 미국의 시각 vs. 중국의 시각' 연속 토론회는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와 서울대 글로벌리더스프로그램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다. 11월 10일(화)엔 아산정책연구원 박지영 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허재철 연구위원이, 17일엔 박상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김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실장이, 24일엔 장석인 산업기술대 석좌교수와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이 집중 토론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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