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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의 사람사진] 20년차 시인 김이듬이 꾸는 꿈 책방 언니

20년차 시인 김이듬이 꾸는 꿈 책방 언니

중앙일보 2020.11.04 00:31 종합 28면 지면보기
 
 
 
권혁재의 사람사진 / 김이듬

권혁재의 사람사진 / 김이듬

김이듬, 그는 20년차 시인이자 4년차 동네 책방 주인이다.
일산 호수공원 가에 ‘책방이듬’을 열어 ‘책방 언니’를 자처했다.
 
책방 유리에 호수공원 단풍이 맺혔다. 호숫가 작은 동네 책방인 '책방이듬'에서 바라보는 호수공원 가을 정취도 일품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책방 유리에 호수공원 단풍이 맺혔다. 호숫가 작은 동네 책방인 '책방이듬'에서 바라보는 호수공원 가을 정취도 일품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달 이런 그에게 꿈 같은 일이 일어났다.
시집 『히스테리아』가 전미번역상,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받은 게다.
한 작품이 동시에 두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며,
전미번역상을 한국 작가 번역 작품이 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그러니 수상을 알리는 기사가 그간 20년 치보다 많이 쏟아졌다.
 
며칠 지나 그가 SNS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글을 게재했다.
‘기쁘면서도 착잡하고, 감사하면서도 미안하고 복잡한 맘의 밤입니다.
힘든 시기에 책방 언니 소식이 작은 기쁨, 용기로 다가가기를….’
감사 글 끝에는 ‘책방을 내어놓았습니다’라며 책방 근황을 알렸다.
 
꼬박 3년이 넘도록 운영한 책방은 동네 문화공간이자 사랑방이었다.
예서 시 모임인 ‘일파만파 낭독회’를 100회 이상 치렀다.
커피 한 잔 값 포함된 참가비 만원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한번은 11명이 모인 터라 작가에게 줄 20만원이 모자라 9만원을 채워 주기도 했다.
이러니 대학 강사료, 원고료, 책 인세 등을 밀어 넣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한편 책방은 건물 청소하는 아저씨가 지나다 차 한잔하고 가거나
이웃 세탁소 아주머니가 시집을 빌려 가는 사랑방이기도 했다.
 
시인 김이듬은 동네에서 누구나 그냥 슬리퍼 신고도 올 수 있는 공간, 누구나 차 한잔 마시며 시인의 목소리로 시를 들을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의 ‘책방 언니’를 자처했다. 결국 책방이 그에겐 문화 운동의 공간이며 시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공간인 게다.

시인 김이듬은 동네에서 누구나 그냥 슬리퍼 신고도 올 수 있는 공간, 누구나 차 한잔 마시며 시인의 목소리로 시를 들을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의 ‘책방 언니’를 자처했다. 결국 책방이 그에겐 문화 운동의 공간이며 시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공간인 게다.

 
‘책방 언니’ 역할은 시인 섭외, 포스터 제작, 책 판매, 청소, 책 주문, 원두 구매,커피 판매, 시 모임 사회 등으로 약은 고사하고 밥 챙겨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였다.
 
‘책방이듬’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기록해 두려 책방을 찾았다.
그가 자리에 없었다. 더 싼 책방 자리를 찾으려 다녀온 그가 말했다.
“더는 어찌할 수 없어 문 닫으려 했는데, 그러면 시민들이 문화를 쉽게 접할 기회가 없어지잖아요. 그래서 매일 싼 공간을 찾으려 다니고 있습니다. 셈 약한 제가 새삼스레 세상 공부합니다.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겁니다. 시인이 되어야 하는 데 큰일입니다.”
시인보다 사람이 되어가는 시인 김이듬, 여태도 ‘책방 언니’를 꿈꾸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듬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미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책방이듬' 닫고 '책방이듬' 시즌 2를 준비하는 이유가 그의 이름에도 담겼다.

그의 이름은 이듬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미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책방이듬' 닫고 '책방이듬' 시즌 2를 준비하는 이유가 그의 이름에도 담겼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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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권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