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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뛰어넘나···마윈 앤트그룹 최대규모 상장 눈 앞

중앙일보 2020.11.03 18:54
5일 세계 증시 사상 최대 규모 IPO를 앞둔 앤트그룹의 마스코트. AP=연합뉴스

5일 세계 증시 사상 최대 규모 IPO를 앞둔 앤트그룹의 마스코트. AP=연합뉴스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가 세계 주식시장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 전망이다. 세계 주식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으로 기록될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이틀 앞인 5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중국과 홍콩 증시에 동시에 데뷔한다. 앤트그룹은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지급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의 모(母)회사다. 
 
상장 후 앤트그룹의 시가총액(시총)은 약 3150억 달러(약 357조 4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숨에 삼성전자 시총(3일 기준 351조 232억원)을 뛰어넘는 셈이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 시총(약 346조원)보다도, 이집트의 국내총생산(GDPㆍ약 343조원)보다 많다. 지난해 12월 역대 세계 최대 IPO를 기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294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청약, 경쟁률은 870대1 

앤트그룹은 이번 IPO로 약 345억 달러(약 39조 1500억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앤트그룹의 계획을 뒷받침하듯 투자금은 물밀 듯 흘러들었다. 공모주 청약 첫날인 지난달 29일 하루에만 3000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쏟아부었다. 세계 6위인 영국의 GDP인 2조8271억달러(3208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돈이 있다고 아무나 청약에 응할 수는 없다. 앤트그룹이 상장할 중국판 나스닥(NASDAQ)인 ‘커촹반(科創板ㆍ과학혁신판)’에 참여하려면 주식 자산이 50만 위안(약 8500만원) 이상이어야 하며 최소 2년간 주식 거래 실적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 본토와 홍콩 투자자 515만명이 몰리며 경쟁률은 870 대 1을 기록했다. 일반 공모 배정률(0.13%)을 감안하면 1만주(1억1600만원 상당)를 신청하면 13주를 받을 수 있다. 
앤트그룹의 실질적 경영권을 쥔 마윈. 지난달 중국 금융당국에 쓴소리를 했다가 IPO 사흘 전 소환당했다. AFP=연합뉴스

앤트그룹의 실질적 경영권을 쥔 마윈. 지난달 중국 금융당국에 쓴소리를 했다가 IPO 사흘 전 소환당했다. AFP=연합뉴스

사상 최대 규모라는 것뿐만 아니라 앤트그룹의 상장은 미ㆍ중 '신(新)냉전' 국면에서도 주요 분기점으로 여겨진다. 굵직한 ‘메이드-인-차이나 기업’의 중국 본토 증시 귀환의 본격적인 물꼬를 튼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커촹반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중화권 증시의 판이 커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어서다.   
 
중국 기업은 그동안 자금 조달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해 월스트리트의 자본으로 덩치를 키워왔다.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는 상징적인 의미 등을 노린 포석이다. 하지만 미ㆍ중 갈등으로 불안정성이 커진 데다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금융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 들면서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중국 기업의 귀국 행렬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앤트그룹이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과 홍콩 증시 동시 상장을 택하며 중국에는 힘을, 미국에는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때문에 미국 일각에선 앤트그룹의 중국과 홍콩 상장이 미국의 금융 패권을 위협할 수 있는 씨앗으로도 해석하는 분위기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상원의원은 지난달 10일 “앤트그룹의 IPO를 연기할 것을 (미국 당국이) 중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앤트그룹의 항저우 본사 로비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앤트그룹의 항저우 본사 로비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IPO 사흘 전 마윈 소환한 中 당국, 군기 잡기

 
일단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앤트그룹의 앞날이 순탄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중국 땅에 들어간 만큼 당국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일 중국 금융당국은 마윈을 포함한 앤트그룹 경영진을 불러들였다. 마윈은 앤트그룹의 실제 지분을 가지고 있진 않다. 하지만 실질적 경영권을 쥐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앤트그룹의 지분은 알리바바(32.6%)와 항저우 윈보(杭州雲鉑ㆍ50.5%), 역내 투자자(16.8%)로 나뉘는데, 항저우윈보의 실질적 지배자가 마윈이기 때문이다.  
 
중국증권감독위원회는 이날 저녁 공식 웹사이트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중국인민은행ㆍ중국은행보험감독위원회ㆍ중국증권감독위원회ㆍ국가외환관리국이 (앤트그룹 경영진과) 위에탄(約談ㆍ면담)하는 자리를 가졌다”는 짤막한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중국 당국은 ‘위에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소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윈이 지난달 24일 상하이 와이탄 금융 서밋 기조연설에서 중국 금융 당국을 비판한 발언에 대한 군기 잡기 성격이라는 해석이다.
 
중국의 현금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는 전자결제기업 알리페이의 로고. 앤트그룹은 알리페이 모기업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현금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는 전자결제기업 알리페이의 로고. 앤트그룹은 알리페이 모기업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중국 투자 전문가인 앤드루 폴크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이런 면담을 공개했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 보내는 메시지”라며 “앤트그룹의 움직임과 관련해 앞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게 중국 당국의 의지인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당국도 앤트그룹의 IPO 파티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위에탄의 내용을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은 것이 나름의 수위 조절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앤트그룹 측도 당국에 순응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앤트그룹은 면담 뒤 낸 자료에서 “금융 부문의 건전성과 안전성과 관련한 논의가 오갔다”며 “우리는 관련 논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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