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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사표 미스터리'… 文 반려했는데 홍남기는 왜 모른다고 하나

중앙일보 2020.11.03 17:43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벗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벗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치권이 3일 오후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급작스런 사의 표명으로 술렁였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을 문 대통령이 반려했느냐를 두고선 진위공방 양상까지 벌어졌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 2시 45분쯤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본인의 사표를 냈다는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거취를 묻는 질문이 없었지만 스스로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추진했던 대주주 요건 변경안(10억원→3억원)이 좌절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를 댔다. 당시 질의를 주고받던 여당 의원(정일영 민주당 의원)이 “갑자기 거취 얘기를 하셔서 놀랍고 안타깝다”고 할 만큼 전격적이었다.
 
13분 뒤 청와대가 즉각 반응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2시 58분 서면 메시지를 내고 “홍 부총리가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은 ‘바로’ 반려 후 재신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남기 부총리는 청와대 메시지가 나온 뒤에도 “(반려 소식은) 국회 오느라고 못 들었다”(오후 3시 40분쯤)고 말했다. 홍 부총리 발언은 기재위 회의에서 양경숙 민주당 의원과 문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나왔다.
 
▶양 의원=“반려 보도가 나온다. 사의 표명은 사실인가”
▶홍 부총리=“오늘 오전에 출근하면서 그렇게 했다”
▶양 의원=“대통령께서 반려했다는 소식도 들었나”
▶홍 부총리=“국회 오느라 못 들었다”
▶양 의원=“반려되면 총리직 계속 수행할 거냐” 
▶홍 부총리=“물러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공직자라고 생각한다” 
▶양 의원=“반려한 게 확인되면 어떻게 하겠나”
▶홍 부총리=“글쎄요” 
 
홍남기 사의 관련 발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홍남기 사의 관련 발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바로 반려했다”는 청와대 설명과, “반려 소식을 못 들었다”는 홍 부총리 발언이 엇갈리면서 이후 기재위 회의장에서는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오후 4시 30분쯤 기재위 회의에서 “청와대에서는 사의 표명을 듣고 바로 즉각 반려했다는데 오전에 반려를 받았나”라고 홍 부총리에게 물었다. 홍 부총리는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게 없나”는 추 의원 질문에도 홍 부총리는 “오후에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기재위 회의가 끝난 오후 5시쯤에도 ‘사직서를 그 자리에서 반려하지 않은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편으로 했다”고만 답했을 뿐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다만 ‘사직서 제출을 대통령에게 직접 했느냐’는 질문에는 “네. 제가 타이핑을 쳐서 전달했다”고 답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5시 50분쯤 추가 해명에 나섰다. “(이날 오전)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과 홍 부총리가 면담했다.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이 격려하며 신임을 재확인하고 반려했다. 홍 부총리가 이를(반려 여부를) 국회에서 밝히지 않은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서”라는 설명이다. 강 대변인은 또 “대통령 동선이나 인사권에 관한 사안은 공직자로서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사안이다. 더욱이 홍 부총리는 청와대 대변인실의 반려 사실 공식 발표(오후 2시 50분쯤)를 국회 기재위에 출석해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즉각 반려했지만 홍남기는 모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요건 강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오종택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요건 강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오종택 기자

그러나 국민의힘 기재위원들 사이에선 “청와대 설명이 맞다고 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추경호 의원)는 말이 나왔다. ①문 대통령이 면전에서 즉각 반려했다는 데 홍 부총리는 알지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②문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고 동선을 밝히지 않기 위해 홍 부총리가 반려를 알리지 않았다면서, 사의 표명을 공개한 건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야권에선 "청와대가 홍 부총리의 사표를 반려하지 않고서 상황을 뒤늦게 끼워맞추기 위해 억지를 쓰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여당에서도 의문이 나왔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재위 회의에서 “임면권자(대통령)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게 참모의 역할이다. 굳이 본인 거취 얘기를 공개하는 이유가 뭔지 대단히 당혹스럽고 궁금하다”고 말했다. 기 의원은 “대통령 참모의 역할로 보이는 게 아니라 기성 정치인의 정치적 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고도 했다.
 
다만 민주당은 공식적으론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에 대해 소신을 갖고 추진해 온 홍 부총리의 책임의식 발로로 이해한다”(최인호 수석대변인)는 논평을 냈다. 

 
국민의힘은 홍 부총리 사의 표명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했다. 이날 광주를 찾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제 주무장관이 자기가 정했던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신과 맞지 않으니 사의표명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영익·김홍범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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