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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엉덩이로 걸어라…재활의학과 의사의 바른 걷기법

중앙일보 2020.11.03 14:00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84)

제대로 걷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걸음을 걷는 행위가 무의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똑바로 걸어야지' 다짐하더라도 불과 1~2분을 넘지 못하고 무의식이 시키는대로 걷게 된다. [사진 pixabay]

제대로 걷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걸음을 걷는 행위가 무의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똑바로 걸어야지' 다짐하더라도 불과 1~2분을 넘지 못하고 무의식이 시키는대로 걷게 된다. [사진 pixabay]

걷기는 무의식적 행위 

“누구나 걷는다. 하지만 제대로 걷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25년간 잘못 걸어서 생긴 여러 가지 질병과 통증을 치료해왔다. 또 제대로 걷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사라지고, 건강을 되찾는 경우도 많이 보아 왔다. 보행분석 시스템을 이용한 연구를 계속해 왔고, 장애인 훈련 로봇, 장애인 보행 로봇의 개발에 참여했었다.
 
오랫동안 남 걷는 것을 유심히 관찰해서 그런지, 거리를 걷다 보면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저분은 저렇게 걸으면 허리가 아플 텐데’ ‘저분은 이 부위에 이상이 있어서 저렇게 걷는구나’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실제로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사람의 걷는 모습을 보면 ‘참 제대로 걷기가 쉽지가 않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제대로 걷는 것은 참 어렵다. 제대로 걷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걸음을 걷는 행위가 무의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걸음은 호흡과 비슷하다. 호흡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의식적으로 숨을 깊이 또는 빨리 쉴 수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호흡하고 있다. 걷기도 마찬가지로 내가 의도하는 바에 따라 빨리 걸을 수도 있고 느리게 걸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의식의 명령 때문에 조절된다. 따라서 그래서 ‘이제부터 똑바로 걸어야지’ 다짐을 하더라도, 불과 1~2분을 넘지 못하고 무의식이 시키는 대로 걷게 된다.


이동수단일까, 운동수단일까

우리가 걷는 목적이 건강해지기 위한 운동수단이라면, 우리는 건강해지도록 걸어야 한다. 건강해지는 걸음걸이는 바른 자세로 힘차게 보폭을 넓혀서 걷는 걸음이다. [사진 pixabay]

우리가 걷는 목적이 건강해지기 위한 운동수단이라면, 우리는 건강해지도록 걸어야 한다. 건강해지는 걸음걸이는 바른 자세로 힘차게 보폭을 넓혀서 걷는 걸음이다. [사진 pixabay]

 
자동차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인간은 하루 평균 3만보를 걸었다. 그 시대 걷는 목적은 당연히 이동수단이었다. 학교에 갈 때도 먼 거리를 걸어야 했고, 물을 얻기 위해서도 먼 길을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는 별 이유 없이 걷고 있으면 주위에서 ‘비싼 밥 먹고 할 일 없이 힘 빼고 그래’ 하고 꾸지람을 들을 정도였다.
 
지금은 어떠한가?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탄다. 대중교통도 잘 되어 있고, 자전거에 아니면 킥보드라도 타고 간다.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을 붙잡고 “왜 걷느냐”고 물어보면, ‘건강을 위해서 걸어요’, ‘살 빼려고 걸어요’가 더 많다.
 
이미 현대인에게 걷기는 이동의 수단이라기보다는 운동의 수단으로 넘어간 듯하다. 이동수단으로의 걷기와 운동수단으로의 걷기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이동수단으로의 걷기는 에너지 효율이 우선이다. 어떻게 하면 최소의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멀리 걸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가장 편한 자세로 힘을 빼고 걷는다. 반면 운동수단으로의 걷기는 에너지 효율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만약 걷는 목적이 체중조절을 위한 것이라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게 걷는 것이 더 유리하다.
 
만약 우리가 걷는 목적이 건강해지기 위한 운동수단이라면, 우리는 건강해지도록 걸어야 한다. 건강해지는 걸음걸이는 바른 자세로 힘차게 보폭을 넓혀서 걷는 걸음이다. 그러나 우리의 무의식은 ‘이동수단’으로서 걷기에 맞춰져 있다. 수만 년 동안 인류가 이동을 위해 걸었던 것이 DNA에 남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서 바른 자세로 보폭을 넓게 걸으려고 다짐을 해도, 어느 틈엔가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걷기 프로세스는 무의식으로 넘어가게 마련이다. 건강을 위한 걷기는 끊임없이 무의식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걷기 프로세스를 어떻게 하면 의식의 영역에 붙잡아 놓느냐에서 시작된다.
 
그러기 위해 간단한 방법을 소개한다. 일단 왼발을 제대로 내딛는데 신경을 써보자. 군대에서 구령 붙여 걸어갈 때 “왼발, 왼발” 하면서 간다. 왼발을 제대로 내디디면 오른발은 신경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왼발을 따라가게 되어있다. 그래서 왼발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양쪽 발을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걸음걸이가 어색해지거나, 걸을 때 팔하고 다리가 교차하지 않고 같이 나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왼발을 내디딜 때는 다리가 정면을 향해서 나가는지, 발뒤꿈치가 정확하게 닿을 때 내 발끝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발을 굴러서 차고 나갈 때 발바닥 근육은 어떻게 움직이며, 무게 중심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세밀하게 느껴보자.
 
바른걸음은 발뒤꿈치 중앙부위나 약간 바깥쪽이 닿아서 발의 바깥쪽 날을 따라 무게 중심이 이동하다가 전족부에서 안쪽으로 방향을 틀어 엄지와 둘째발가락 사이를 지나가는 것이 좋다. 걷는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상적인 걸음걸이에서는 주로 햄스트링과 엉덩이 근육을 이용해서 걷고, 종아리나 발목 근육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빠른 걸음을 걸을 때는 종아리, 발바닥 근육뿐만 아니라, 상체와 복근까지 모두 사용해서 걸어야 한다.
 
재활의학과 의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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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필진

[유재욱의 심야병원] 작은 간판이 달린 아담한 병원이 있다. 간판이 너무 작아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다. 이 병원의 진료는 오후 7시가 되면 모두 끝나지만, 닥터 유의 진료는 이때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모두가 퇴근한 텅 빈 병원에 홀로 남아 첼로를 켜면서, 오늘 만났던 환자들이 한 명 한 명 떠올린다. ‘내가 과연 그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한 것일까?’ ‘혹시 더 나은 치료법은 없었을까?’ 바둑을 복기하듯 환자에게 했던 진료를 하나하나 복기해 나간다. 셜록 홈스가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닥터 유의 심야병원은 첼로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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