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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부와 나간 후 시신이 된 아들…지적장애 母는 애타게 찾았다

중앙일보 2020.11.03 12:00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지난해 9월 19일 전북 임실의 한 외진 길옆에서 20살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머리부위의 손상으로 보아 살해된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 남성은 2주 전 실종신고가 된 정신지체장애 2급을 앓는 A씨로 밝혀졌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계부 B씨는 수사 단계부터 대법원까지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목격자나 범행 도구, 범행 장면이 촬영된 CCTV 영상 등 B씨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 이 사건. 그런데도 법원은 B씨가 살해한 게 맞는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시신 발견 현장을 두 차례 찾은 계부의 차

A씨에게는 어머니와 누나, 형이 있었는데 이들 모두 정도는 다르지만 정신지체장애를 앓았다. 9월 3일 이후 아들이 귀가하지 않자 가출신고를 한 어머니는 실종자 현수막을 걸고, 전단을 나눠주며 A씨를 애타게 찾았다.  
 
그런데 A씨가 사라진 날 오전, 계부의 차에 누군가 함께 타는 모습이 CCTV에서 발견됐다. 사망 당시 A씨와 같은 색의 옷을 입은 남성이었다. B씨의 차가 시신 발견 현장에서 2분 거리의 마을을 지나는 모습도 포착됐다. 특히 그의 차는 6시 12분쯤 사건 현장에 3분 정도 머물렀다가 31분 뒤 다시 돌아와 이번에는 7분 50초를 소요했다. 1심 재판부는 “7분 남짓의 시간은 B씨가 범행 마무리를 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갑자기 등장한 ‘무전 여행자’

A씨의 부검 결과도 계부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A씨의 몸에서는 우울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 정상 수치의 7배 넘게 검출됐다. 치사량에 가까운 양이었다. 9월 3일 낮에 찍힌 CCTV 영상에는 계부 옆에 어떤 남성이 운전석 쪽을 향해 몸을 거의 90도 정도 누이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로부터 6시간 뒤에 촬영된 영상에서도 남성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자 계부는 “도로변에서 30대 초반의 남성 무전 여행자를 태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믿지 않았다. 그가 9월 3일 저녁 투숙했던 모텔 이름까지 상세하게 진술하는 반면 특이한 경험인 무전 여행자와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계부의 차에서 발견된 약 봉투에서는 A씨 몸에서 검출된 것과 같은 성분이 발견됐다. 그가 평소에도 집에 다량의 약을 플라스틱 통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점도 추가로 드러났다.  
 

과거에도 계부 주변에서 사라진 사람들

이뿐만이 아니었다. 계부는 2015년에도 A씨의 형을 차에 태워 멀리 데려간 후 편의점에다 버리고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 장애를 앓는 A씨의 형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절도죄를 저질러 소년보호기관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보다 더 전인 2008년에는 동거녀 명의로 가입된 보험료와 요양급여 등을 가로채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피해자였던 동거녀는 현재까지 행방불명 상태다. 거기에 계부가 A씨 실종 하루 전 상조회사에 전화해 장례 절차를 문의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드러난 범행 목적, 보험금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A씨 사망 시 지급되는 보험금은 4억1700만원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어머니가 월 70만원의 보험료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계부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이 생활비를 500만원씩 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었으며 보험금 수익자 역시 A씨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계부의 통장 입금 내역은 그가 각종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돈과 기초생활 수급비 등이 전부였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사망보험금이 계부의 범행 동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1심은 이 사건처럼 목격자가 없는 살인 사건의 경우 범행 시기, 수법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계부의 범행 당일 행적, 동기 등을 종합하면 그가 A씨를 살해하고 유기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특히 “A씨의 어머니 역시 사실상 계부에게 완전히 종속되어 있어 피해자 가족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에서 B씨를 영구적으로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 역시 이러한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그는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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