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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맛본 편안한 패션이 미래 이끌 것”...애슬레저 강자 룰루레몬의 미래전략

중앙일보 2020.11.03 11:00
애슬레저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 '룰루레몬'의 요가 이미지. 사진 룰루레몬

애슬레저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 '룰루레몬'의 요가 이미지. 사진 룰루레몬

‘넥스트 나이키’ ‘애슬레저계의 샤넬’.
애슬레저 브랜드 ‘룰루레몬’의 높은 가격과 노 세일 정책 등 프리미엄 이미지와 성장 가능성을 본 전문 투자사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다. 1998년 전문 요가복 회사로 창립한 룰루레몬은 애슬러저 붐이 일기 시작한 2018년부터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총매출액은 40억 달러(약 4조8000억원). 시장분석업체 칸타월드패널이 공개한 ‘2019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랭킹 톱100’에서 인스타그램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선 초 '룰루레몬' 최고제품책임자 인터뷰

룰루레몬의 옷을 입어본 사람들은 "뭔가 다르다"고 칭찬을 쏟아놓는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기 높은 레깅스는 국내 애슬레저 브랜드 창업자들이 "제품 개발 시 제일 먼저 했던 일이 룰루레몬 레깅스를 사서 뜯어본 것"이라고 털어놓을 정도다.  
'룰루레몬' 선 초 최고제품책임자. 사진 룰루레몬

'룰루레몬' 선 초 최고제품책임자. 사진 룰루레몬

이런 룰루레몬의 제품을 책임지는 사람은 선 초(Sun Choe)다. 서울에서 태어나 6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어반 아웃피터스' '스트엘름' '메이드웰' 등 패션업계에서 경력을 쌓았고 디자이너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에선 글로벌 제품 판매 총괄을 담당했다. 룰루레몬엔 2016년 글로벌 머천다이징 수석 부사장으로 합류, 입사 2년 만에 브랜드의 모든 제품을 책임지는 최고제품책임자(CPO)로 승진했다. 지난달 22일 아침 애슬레저 업계의 미래 전략을 듣기 위해 미국 LA에 있는 선 초를 줌을 통해 만났다. 그는 "저의 첫 인터뷰를 한국 매체와 하게 되어 반갑고 또 영광"이라며 반달 눈웃음으로 첫인사를 건넸다.
 
코로나19로 애슬레저 시장이 급성장했다.
“웰니스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진 게 사실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게스트(룰루레몬이 고객을 부르는 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애슬레저 룩과 액티브웨어 수요가 증가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게스트는 좀 더 편한 옷을 찾게 됐고, 집에서 하는 운동에 지겨움을 느낀 게스트는 자연으로 나가기 위해 기능성 옷에 집중하는 트렌드가 두드러졌다."
 
'애슬레저계의 샤넬'이라 불린다.
 
"디자인과 제작에 있어 장인정신과 아름다움을 많이 고민한다는 점을 좋게 봐준 게 아닐까. 기능성과 아름다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기 때문에 착용감도 좋고 겉으로 보기에도 아름다운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전후로 인기 제품이 달라졌나.
“남녀 모두 변화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확연히 달라진 건 남성 라인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운동복 라인이 가장 인기가 좋았는데, 코로나 발병 이후엔 집에서 편하게 입는 라운지웨어, '액티브 보텀'이라 부르는 기능성 반바지와 조거 팬츠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레깅스 위에 입거나 일반 트레이닝복 바지처럼 편안하면서도 특수 원단을 사용해 마모에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들이다."
'룰루레몬'의 남성 조거팬츠와 러닝용 반바지. 사진 룰루레몬

'룰루레몬'의 남성 조거팬츠와 러닝용 반바지. 사진 룰루레몬

 
여성 제품은 어떤가. 
"여성 라인은 전체적으로 모두 성장세인데 스포츠 브라와 러닝용 반바지 매출이 특히 좋아졌다. 외출이 줄면서 편안한 브라를 착용하고 싶은 심리가 커졌고, 또 재택근무 중 20~30분이라도 시간이 나면 바로 홈트레이닝이나 러닝을 하는 생활패턴을 갖게 되면서 스포츠 브라를 찾는 수요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편안함과 기능성을 강조한 여성용 브라탑과 팬츠. 사진 룰루레몬

편안함과 기능성을 강조한 여성용 브라탑과 팬츠. 사진 룰루레몬

 
룰루레몬은 제품을 만들 때 '사이언스 오브 필™'이라는 접근법을 쓴다. '느낌의 과학'이라는 의미로 소비자가 옷 착용 시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어떤 운동·활동에 착용하길 원하는지를 고려하는 제품 개발법이다. 예를 들어 남성 조거팬츠의 경우, 내구성이 강한 소재를 써 데드리프트 같은 고강도 운동을 할 때 바지가 찢어지거나 해질 걱정 없이 운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동시에 부드러운 옷의 감촉을 좋아하는 니즈에 맞춘 것이다. 선 초는 "착용감과 기능성을 모두 만족시켜서 게스트가 기분 좋은 퍼포먼스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소재 개발에 특히 공을 들인다고 한다. 
줌으로 만난 선 초 최고제품책임자가 제품 철학인 '사이언스 오프 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경희 기자

줌으로 만난 선 초 최고제품책임자가 제품 철학인 '사이언스 오프 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경희 기자

활동에 맞는 옷, 그리고 사용자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옷을 만드는 게 룰루레몬의 목표다. 사진은 운동에 맞춰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한 테크니컬한 디자인의 제품들. 사진 룰루레몬

활동에 맞는 옷, 그리고 사용자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옷을 만드는 게 룰루레몬의 목표다. 사진은 운동에 맞춰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한 테크니컬한 디자인의 제품들. 사진 룰루레몬

'사이언스 오브 필'을 구현하는 방법은.
"앰배서더 및 게스트들과 제품 검증 테스트를 진행한다. 앰버서더는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요가 강사나 트레이너들로 현재 약 2000여 명이 활동 중인데, 특히 그들과 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피드백과 영감을 주고 받는다."
 
애슬레저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예상한다면.
"이제 사람들은 편안한 옷에 익숙해졌다. 그렇다고 스웨트셔츠나 레깅스만 입진 않을 거다. 코로나 19가 진정돼도 편안함·기능성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출근 때도 입을 수 있는 '스마터 룩'(더 똑똑해진 패션)을 찾게 될 거다."
 
선 초가 말한 스마터 룩이란 출근복으로 가능한 디자인에 기능성 원단과 디테일을 활용해 편안한 착용감을 주는 옷을 뜻한다. 예를 들어 여성용 일자 바지인 ‘시티 슬릭 팬츠'는 구김이 생기지 않고 사방으로 늘어나는 특수원단(와프스트림™)을 사용한다. 또 5개의 주머니를 만들어 열쇠·휴대폰 같은 물건을 쉽게 수납할 수 있다. 오피스룩으로 입을 수 있는 남성용 다운 재킷 '네비게이션 스트레치다운 재킷'은 방풍·발수 기능이 있는 스트레치 원단에 자체 개발한 봉제 공법을 사용해 부피는 줄이고 찬바람은 새어 들어오지 않도록 했다. 선 초는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와 사무실 출근을 하고 있지만 패션에 있어선 편안함과 프로페셔널한 옷차림, 안락하지만 차려 입은 듯한 느낌을 동시에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 초가 이번 가을겨울 시즌에 내놓은 '룰루레몬'의 제품은 출근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옷들이 많다. 사진 룰루레몬

선 초가 이번 가을겨울 시즌에 내놓은 '룰루레몬'의 제품은 출근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옷들이 많다. 사진 룰루레몬

얇고 부드럽게 만들어 활동이 편한 다운재킷(위)과 기능성 원단과 포켓을 사용한 바지들. 사진 룰루레몬

얇고 부드럽게 만들어 활동이 편한 다운재킷(위)과 기능성 원단과 포켓을 사용한 바지들. 사진 룰루레몬

 
앞으로 계획은.
"내년 1·2분기까지 출근복으로도 가능한 스마터 룩 제품들을 더 선보일 예정이다. 기능성 제품용 원단을 사용해 새로운 테일러드 룩(재킷처럼 잘 재단해 만든 옷)을 제시할 계획이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룰루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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