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래 차 변화 함께 하자”…협력적 노조에 손 내민 정의선

중앙일보 2020.11.03 10:27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 영빈관에서 오찬을 마친 현대자동차 최고경영진과 노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사장,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생산담당 사장, 이원희 재경·경영기획담당 사장, 송호성 기아자동차 사장. 사진 현대자동차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 영빈관에서 오찬을 마친 현대자동차 최고경영진과 노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사장,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생산담당 사장, 이원희 재경·경영기획담당 사장, 송호성 기아자동차 사장. 사진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현대차 노조 지도부와 만나 생산성 향상과 품질 제고, 고용 안정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2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이룬 노조의 만나자는 요구에 정 회장이 화답한 셈이다. 이번 회동은 대립적 노사관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현대차 노사가 발전적 관계의 첫발을 뗀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 취임 이후 첫 노조 면담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30일 정 회장과 현대차 경영진이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과 오찬을 함께 하며 면담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회동은 이 지부장의 공식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 지부장은 지난달 정 회장 취임 직후 “정 회장, 현대차 대표(경영진)와 노조 간 3자 회동을 갖자”고 제안했고 정 회장 측도 긍정적인 입장을 전달하면서 회동 시기를 조율해 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례적으로 노조가 제안한 면담 제안을 받아들였다. 협력적 노조를 '미래 차 변혁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례적으로 노조가 제안한 면담 제안을 받아들였다. 협력적 노조를 '미래 차 변혁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친환경 미래 차 울산공장 현장 방문’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오찬을 함께 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정 회장과 경영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영빈관에서 이 지부장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현대차 대표이사인 이원희·하언태 사장과 공영운 전략기획 담당 사장, 연구개발본부장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과 송호성 기아차 사장까지 함께 했다.
 
정 회장은 “노사관계 안정이 회사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기차 등 신산업 시대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며 “변화에 앞서나갈 수 있도록 합심하자”고 말했다. 이어 “직원 만족이 회사 발전과 일치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자”며 “회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부장도 “자리를 마련해 줘 감사하다”며 “조합원들이 신임 회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고용불안에 노출되지 않아야 생산에 전념해 품질 좋은 명차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도 “노사 간 단체협약은 중요한 것이다. 책임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정 회장과 이 지부장은 품질 문제와 미래 차 변혁에도 합심하자는 의견을 나눴다. 이 지부장은 “품질 문제에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4차 산업과 모빌리티 사업에 편성되는 신사업이 투자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도 미래 차 변혁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11년 만의 임금 동결, 2년 연속 무부규 합의를 이뤄냈다. 지난 9월 현대차 노사 대표가 화상회의를 통해 올해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하고 있다. 사진 금속노조 현대자지부

현대차 노사는 올해 11년 만의 임금 동결, 2년 연속 무부규 합의를 이뤄냈다. 지난 9월 현대차 노사 대표가 화상회의를 통해 올해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하고 있다. 사진 금속노조 현대자지부

노사 ‘미래 차 변혁’ 공감

지난해 12월 출범한 현대차 노조 지도부는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실리 위주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올해 임금 협상에서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했고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도 이뤘다. 비난 여론이 많았던 근무 중 와이파이 사용을 금지했고, 불성실한 근태로 징계를 받은 조합원에 대해서도 “취업 규칙을 위반한 조합원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며 선을 그어왔다.
 
현대차 노사는 갈등 지향적이면서도 때로는 물밑 합의를 하는 등 건강한 노사관계에서 벗어나 있다는 비판을 그간 받았다. 사용자 측이 노조를 비난하다가도 당장 생산을 위해 ‘파업 철회 선물’을 안기는 등 원칙 없는 합의를 해준 경우가 많았고, 노조도 파업 우선주의로 일관했던 전례가 있다. 
 
최고 경영진이 노조와 직접 대화한 것도 이례적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2001년 울산공장을 방문해 노조와 면담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최고 경영진을 모두 대동해 대화를 한 자리는 아니었다.
 
이번 회동은 이른바 ‘카마겟돈(자동차와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 시대에 함께 대응하지 않고서는 생존이 어렵다는데 노사가 뜻을 함께했다는 의미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내부의 갈등보다 미래의 생존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갈등 지향적 노사관계의 표본처럼 여겨졌다. 2007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조합원들이 부분파업에 돌입해 본관 앞에서 집회를 갖는 모습. 중앙포토

현대자동차는 갈등 지향적 노사관계의 표본처럼 여겨졌다. 2007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조합원들이 부분파업에 돌입해 본관 앞에서 집회를 갖는 모습. 중앙포토

"만나자고 했지만 기대 안 해, 놀랍다" 

이상수 지부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회동을 제안했지만, 회장께서 화답해줄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았는데 놀랍다”며 “현대차 노조 33년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퇴직자의 증가로 노사가 방도를 찾으면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도 미래 차 변혁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부의 반발도 적지 않지만 잘 설득해 미래 생존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원론에선 정 회장과 이 지부장이 뜻을 같이했지만 현대차 노사관계가 안정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담벼락 내에서의 고용 안정’이 가능할지에 대한 문제다. 정 회장이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전기차·자율주행차 변혁이 워낙에 빠른 탓이다.

 

강경파 설득, 고용유지가 관건

이 지부장은 이날 회동에서도 “전기차로 인한 파워트레인(엔진 등 내연기관 구동계) 부문 사업 재편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전기차 대체는 외부 생산이 아닌 울산공장 안에서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차·자율주행차 부품은 현재 생산하는 내연기관 부품과 완전히 다르고 자동화 시스템이어서 일자리 창출도 크지 않다. 기존 인력에 대한 전환 교육으로 대처하기에 무리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취임 이후 실리 위주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합원 고령화로 대규모 퇴직이 불가피한 데다 미래 차 변혁 과정에서 기존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임금보단 고용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6월 노조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작업 중 유튜브 시청' 논란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 유니콘TV 캡처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취임 이후 실리 위주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합원 고령화로 대규모 퇴직이 불가피한 데다 미래 차 변혁 과정에서 기존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임금보단 고용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6월 노조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작업 중 유튜브 시청' 논란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 유니콘TV 캡처

노조 내부의 강경파 설득도 쉽지만은 않다. 일부 현장 조직들은 이상수 지도부를 ‘어용’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한다. 이 지부장은 “변화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정 회장이 노조에 화답한 만큼 미래 차 변혁에 노사가 합심하는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내부의 강경파를 설득하고 과거와 달리 투명한 대화가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