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돈만 주던 산재보상에서 환골탈태
재활로 10명 중 7명 다시 일터로
전국 8개 거점에 재활전문센터
산재 트라우마 치료시스템 도입
아시아 9개국에 K산재보험 이식

산재보험, 이젠 근로자는 물론 중소 사업주도 받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산재보험은 56년 전인 1964년 7월 도입됐다. 그동안 숱하게 많은 근로자가 산재보험의 혜택을 봤다. 하지만 원래 다니던 직장에 복귀하는 일은 드물었다. 산재보험이 보상(보험금 지급) 위주로 운영된 탓이다. 치료만 해줬다는 얘기다. 재활은 뒷전이었다.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게 돕는 제도나 관심은 전무했다. 오죽하면 산재 노동자의 직장복귀율 통계조차 파악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일하다 다치면 그 길로 ‘근로 생명’도 끝났다. 일터로 복귀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산재 노동자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234배 불어난 산재 적용 노동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산재보험이 처음 적용되던 65년 산재 노동자에게 준 보험급여는 2억원에 불과했다. 9470명에게 지급됐다. 지난해에는 10만9242명에게 5조5000억원의 보험급여가 지급됐다. 산재노동자가 11배 늘어나는 사이 보험급여는 무려 2만7500배 증가했다. 재활과 직장복귀에 든 비용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급여는 2만7500배 늘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치료 뒤 직장으로 복귀하는 사람도 확 늘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몇 해 전부터는 산재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지난해 1월 B(42)씨는 건설현장에서 레미콘이 넘어지는 사고로 동료가 숨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후 그는 심리적 외상으로 일을 못 하는 지경이 됐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재활전문병원에서 심리와 약물치료를 받고 올해 8월 완쾌했다.
국제사회가 한국형 산재·재활제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 사무소는 2003년 근로복지공단과 특별기술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아시아 전역에 한국의 제도를 이식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국제사회보장협회(ISSA)로부터 우수 사례로 꼽혔고, 그 해 아시아산재보험협회(AWCA)가 한국 주도로 설립됐다. 현재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몽골, 스리랑카, 라오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9개국에 한국형 산재보험 체계가 전수되고 있다.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다쳐서 흘린 노동자의 눈물이 좌절의 눈물로 이어져선 안 된다”며 “사회보장제도의 목표는 희망을 갖고 웃으며 흘릴 수 있는 눈물을 만드는 데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