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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꾼 돌변 이제훈 “깐죽대는 내 모습, 내게도 새로운 발견”

중앙일보 2020.11.03 00:03 종합 19면 지면보기
11월 4일 개봉하는 범죄 모의 오락영화 ‘도굴’에서 깐죽대는 유쾌한 천재 도굴꾼 강동구로 돌아온 배우 이제훈(36). [사진 CJ엔터테인먼트]

11월 4일 개봉하는 범죄 모의 오락영화 ‘도굴’에서 깐죽대는 유쾌한 천재 도굴꾼 강동구로 돌아온 배우 이제훈(36).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제 30대 중반인데 그의 얼굴엔 아직 ‘소년’이 있다. 괴물 신인의 탄생을 알린 ‘파수꾼’과 ‘고지전’(이상 2011), 1990년대식 첫사랑을 소환한 ‘건축학개론’(2012)과 애타게 과거로 무전을 보낸 tvN ‘시그널’(2016)은 물론 올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된 ‘사냥의 시간’(2020)까지 배우 이제훈(36)의 연기엔 불안한 영혼의 버석버석한 질감이 묻어나곤 했다. 그랬던 그가 4일 개봉하는 범죄오락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에선 깐죽대는 유쾌한 천재 도굴꾼 강동구로 돌변했다.
 

‘도굴’ 조우진·신혜선·임원희와 호흡
선릉 80% 크기 세트장 지어 촬영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맞을 짓을 골라 하는 게 얄미워 보일 수 있는데, 지금까지의 캐릭터와 달라 재미있었다”고 했다.
 
조우진·신혜선·임원희 등과 호흡을 맞춘 ‘도굴’은 흙 맛을 보고 유물이 있는지 알아내는 직감 천재 강동구와 고분 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 전설의 ‘인간 굴삭기’ 삽다리(임원희)까지 각계 도굴 장인(?)들이 뭉친 범죄 모의 오락영화(하이스트 무비)다.  
 
가상의 사찰 황영사 석탑의 불상을 빼내는 걸 시작으로 중국 지린성 옛 고구려 고분 벽화, 마지막엔 서울 한복판 선릉 속 유물을 터는 것까지 단계별 미션 과정이 할리우드 ‘오션스’ 시리즈나 ‘도둑들’(감독 최동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감독 김주호) 등을 떠올리게 한다.
 
강동구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지닌 채 문화재 도굴의 판을 키워가며 진 회장(송영창)과 숙명의 대결로 나아가는 인물. “왼손으로 물건 주면 오른손으로 현찰 받는 게 이 바닥 룰인데~” 같은 대사를 리드미컬하게 읊어대는 모습이 능청스럽다. 이제훈은 “나름의 해박한 지식뿐 아니라 사람을 꿰어내는 능력이 매력적이었다”며 “캐릭터를 굳이 분석하기보다 천연덕스럽게 상황을 만들어가는 강동구라는 인물을 그대로 흡수하려 했다. 덕분에 나도 말주변이 늘고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존스 박사 역할의 조우진에 대해선 “이번 영화로 사실상 처음 연기 같이했는데, ‘얼마든지 해라. 내가 다 받아줄게’ 하는 분이라 더 신이 나서 했다. 진짜 훌륭한 배우는 리액션이 좋은 배우구나. 앙상블 기회가 감사하다”고 했다.
 
진 회장의 심복이자 고미술계 엘리트 큐레이터 윤 실장을 연기한 신혜선에 대해선 “이지적이고 똑 부러지는 역할 외에 바보 같고 사랑스러운 역할도 넋을 놓고 볼 때가 많았는데, 제대로 다른 사랑 이야기로 또 만나고 싶은 배우”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강동구와 윤 실장 간의 은밀한 긴장 관계 이면에서 한층 나아간 베드신도 있었다는데 편집 과정에서 잘렸다. 이제훈은 “이야기 흐름상 뺀 것 같은데, 섹시한 모습을 못 보여드려 아쉽다”며 웃었다.
 
문화재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특히 힘을 쏟은 건 미술팀. 진 회장의 수장고를 채운 불상, 자기, 어진 같은 소품뿐 아니라 실제 선릉의 80%크기 세트를 정교하게 지었다. 이런 세트를 실감 나게 전동 드릴로 파 들어가는 액션이 이번 하이스트 무비에서 차별화된 포인트다. 이제훈은 “평소 오가면서도 선릉 안에 유물이 있을 거라고 상상을 못 했는데 시나리오를 보면서 경복궁은 어떨지, 광화문을 파면 어떨지 하는 상상력을 펴게 됐다”고 말했다.
 
원칙주의 9급 공무원을 연기한 ‘아이 캔 스피크’(2017)와 그래픽 노블 같은 다크 히어로를 소화한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 등 다채로운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 영화에서 가장 힘을 뺀 분위기다. “그동안 작품 속에서 의미를 찾는 선택을 한 편인데, 실은 나도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보고 스트레스 날리는 힐링 무비를 즐기더라. 가족들이 재밌게 깔깔거리며 보는 영화였으면 하고, 앞으로 이런 작품들도 필모그래피에 채워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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