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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타 시대에도…경험·관록은 통했다

중앙일보 2020.11.03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짧은 샷을 정교한 쇼트게임으로 만회해 버뮤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게이. [AFP=연합뉴스]

짧은 샷을 정교한 쇼트게임으로 만회해 버뮤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게이. [AFP=연합뉴스]

 
 경험과 관록. 오랜 경력의 베테랑에게 보통 붙이는 수식어다. 2일(한국시각) 끝난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버뮤다 챔피언십은 베테랑 골퍼가 유독 주목받은 대회였다.

49세 게이 PGA투어 통산 5승째
짧은 티샷에도 정교함으로 맞서
64세 펑크 컷 통과…“내겐 큰 일”

 
브라이언 게이(49·미국)는 버뮤다 사우샘프턴의 포트 로열 골프 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 연장 첫 홀에서 3.5m 버디 퍼트를 넣었다. 우승을 확정한 그는 “골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내가 우승한 게 믿기 어렵다”며 감격했다. 이날만 버디 9개, 보기 2개로 7타를 줄인 게이는, 윈덤 클라크(27·미국)와 합계 15언더파 동률을 이뤘다. 게이는 이어진 연장에서 승리하며, 2013년 1월 휴매너 챌린지 이후 7년10개월 만에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72만 달러(약 8억2000만원)다.
 
버뮤다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환하게 웃는 브라이언 게이. [AFP=연합뉴스]

버뮤다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환하게 웃는 브라이언 게이. [AFP=연합뉴스]

 
1971년 12월생 게이는 다음 달 만 49세다. 비록 특급 골퍼가 대거 빠졌다고는 해도, 만 50세를 1년 앞둔 그가 PGA 투어 개인 통산 5승을 달성했다. 미국 골프 다이제스트는 “샷이 짧아도 일관된 스타일로 PGA 투어 대회에서 여전히 우승할 수 있단 걸 게이가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에서 게이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87.9야드였다. 준우승한 클라크(310.5야드)에 20야드 이상 뒤졌다. 올 시즌 게이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도 293.1야드다. 평균 300야드 이상 치는 골퍼만 PGA투어에 116명(2일 현재)이나 된다.
 
게이가 거리를 늘리려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40대 초반이던 2013년 초보다 20야드 이상 늘었다. 아무리 그래도 350야드 이상 날리는 초장타자까지 등장한 마당이다. 게이가 늘린 거리로는 표시도 안 났다. 게이는 대신 경험으로 맞섰다. 정교함이 돋보였고, 뒷심도 매서웠다. 게이는 “젊은 남자골퍼들이 멀리 치길래 나도 체육관에 가서 훈련했다. 몇 달간 골프장에서는 꽤 비참했다. 그래도 여기선 누구나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아들 테일러 펑크(오른쪽)와 함께 버뮤다 챔피언십에 나선 아버지 프레드 펑크. 아버지 펑크는 만 64세 이상 나이에도 PGA 투어 대회에서 컷 통과했다. [사진 테일러 펑크]

아들 테일러 펑크(오른쪽)와 함께 버뮤다 챔피언십에 나선 아버지 프레드 펑크. 아버지 펑크는 만 64세 이상 나이에도 PGA 투어 대회에서 컷 통과했다. [사진 테일러 펑크]

 
‘백전노장’ 프레드 펑크(미국)도 이번 대회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05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등 PGA 투어 통산 8승이다. 올해 1956년생 만 64세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2라운드 공동 37위(1언더파)로 컷을 통과했고 최종 라운드까지 완주했다. 성적은 공동 59위(3오버파). 그래도 잭 니클라우스, 샘 스니드, 톰 왓슨(이상 미국)에 이어 만 64세 넘어 PGA 투어 대회에서 컷을 통과한 역대 네 번째 골퍼로 기록됐다. 초청선수로 함께 출전한 아들 테일러 펑크(25)가 2라운드까지 12오버파 최하위권으로 컷 탈락해 대조를 이뤘다.
 
이번 대회에서 프레드 펑크의 평균 드라이브샷은 243.4야드, 그린 적중률은 45.83%였다. 젊은 골퍼에 비할 바가 못 됐다. 하지만 관록으로 이겨냈다. 2라운드 9번 홀(파4)에서, 그는 핀으로부터 6m 떨어진 프린지에서 시도한 칩샷이 들어가자 우승한 것처럼 기뻐했다.
 
그밖에 스튜어트 싱크(47·미국), 라이언 아머(44·미국) 등 40대가 톱10에 들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싱크는 공동 4위(12언더파), 아머는 공동 8위(11언더파)에 올랐다. 힘으로는 따라잡지 못해도 베테랑 골퍼 마음은 하나였다. 젊은 골퍼와 꾸준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게이는 “나 같은 스타일의 골퍼가 훗날에도 우승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50세가 지나도 PGA 투어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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