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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되든 중국 때린다, 방식만 바뀔 뿐…샌드위치 한국 고민

중앙일보 2020.11.03 00:02 종합 3면 지면보기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는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중국 때리기나 한국의 대중국 견제 참여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반면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사안에 따라 대중 강경책과 유화책을 뒤섞고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정책이 예상된다.
 

“트럼프 말 앞서고 바이든은 행동”
둘 다 중국견제 참여 압박 거셀 듯
바이든 측 “한·일 동맹 규합해 대응”
중국 “미·중 관계 과거로 못 돌아가”

그렇지만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압박 양상만 다를 뿐, 강도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말’은 트럼프가 세지만 ‘행동’은 바이든이 앞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후보는 현재 국제적 지지를 보다 많이 얻는 방법을 통해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조건적인 중국 때리기가 아니라 경쟁과 협력이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바이든 후보의 외교정책 고문인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의 말이기도 하다.
 
바이든 후보 측은 민주당 정강정책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을 규합해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점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근 주한 미국대사관의 대선 브리핑에 공화당 측 분석가로 참여한 데이비드 크래머 베어드 홈 변호사는 “바이든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다자 차원에서 일본·한국과 연계해 중국에 대항하겠다는 의미”라며 “한국에 더 많은 참여를 요구하면서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집단안보체제인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구상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실적으로 나토식 집단안보체제를 동북아 지역에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더해 남중국해의 군사작전 참여나 화웨이 배제, 탈중국 공급망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한국의 참여도 지속적으로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퍄오이다오(朴壹刀) 교수는 최근 환구시보 기고에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모두 중국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가 뽑히든 당선자는 미국의 국익을 추구할 것이며 변화가 생기는 건 자신의 목적을 어떤 방식으로 포장할 것이냐는 정도의 차이”라며 “현재 우리가 아는 건 트럼프의 목청이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미 국회에서 심의를 기다리는 중국 관련 안건만 300여 개에 이른다. 미 정치 엘리트 사이에 반중(反中) 정서가 팽배해 악화일로의 미·중 관계가 이번 대선으로 갑자기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주펑(朱鋒) 중국 난징(南京)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중·미 관계는 이제 과거로 돌아가기 어려워 양국 관계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인도 지난 1일 “누가 당선되는 게 중국에 유리할까 따지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강(安剛) 중국 칭화대 전략안보센터 연구원도 트럼프가 이길 경우 연임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면서 미·중 충돌 국면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반면에 바이든이 승리하면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계속된다 하더라도 숨 고르기 정세가 형성되며 중국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이유정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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