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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살인의 추억' 감흥 없었다…성욕 채울 생각 안해"

중앙일보 2020.11.02 19:14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가 34년 만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하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뉴스1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가 34년 만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하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뉴스1

희대의 연쇄살인범 이춘재(56)가 자신의 범행을 영화로 다룬 '살인의 추억'을 보고도 별다른 마음의 동요가 없었다는 진술을 했다. 
 
이춘재는 2일 오후 수원지법에서 열린 윤성여(53)씨 재심 사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씨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인물이다. 
 
이 자리에서 이춘재는 범행 동기·과정·결과 등을 묻는 윤씨 측 변호사 질문에 "뚜렷한 목적은 없었다" "무의식 중에 했다" "피해자 가족이 받을 충격 생각해본 적 없다" 등의 답변을 내놨다. 
 
이춘재는 증인 신문 도중 "복역 중 영화 '살인의 추억'을 봤다"면서 "느낌이나 감흥 같은 거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범행 관련 보도와 관련해서도 "그런거에 관심 갖고 생활하지 않았다"며 "얽매이지 않았고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범행 동기를 묻자 "나도 아직 명확한 해답을 못 찾았다" "내 의지와 상관 없이 그랬던 것 같다" "계획한 적 없고 즉흥적인 게 많았다" 등의 주장을 했다. 
 
'살인 사건 대부분이 성범죄 후 발생했는데 성욕 때문이 아니었냐'는 질문엔 "성욕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언급했다. 
 
범행 과정에서 스타킹 결박·속옷 재갈 등을 한 이유에 대해선 "결박은 반항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재갈은 소리지르지 못하게 하려 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며 "머리에 속옷을 뒤집어 씌운 것은 나를 못보게 하려 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복역 후 출소한 윤성여씨가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복역 후 출소한 윤성여씨가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당시 13·중학생) 양이 성폭행 피해를 본 뒤 살해당한 사건이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난 9월 결정적 증거인 현장 체모가 30년이 흐른 탓에 DNA가 손상되면서 감정 불가 판정이 나오자 이춘재를 법정에 부르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춘재가 증인의 지위에 불과하다며 언론의 사진·영상 촬영은 불허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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