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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자산가 52% “누가 대통령 돼도 시장 침체, 중요한 건 상원”

중앙일보 2020.11.02 17:33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16년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 억만장자 투자가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던 칼 아이칸은 승리를 축하하는 파티를 하던 중 다음날 오전 2시쯤 “이만 가겠다”며 자리를 떴다. 집으로 돌아간 아이칸이 한 일은 밤사이 800포인트 이상 떨어진 주식 선물을 사들인 것이다. 닷새 정도 지난 뒤 증시가 폭등하며 아이칸은 10억 달러(약 1조원)를 벌었다. 
 
현 상무부 장관 윌버 로스가 2017년 CNBC 인터뷰에서 “칼이 나보다 더 뛰어난 투자가”라면서 든 실화다. 반면 조지 소로스는 트럼프가 당선된 뒤 주식 폭락에 베팅했다가 10억 달러를 날렸다.  
 
4년이 흐른 지금 미국 자산가들의 선택은 어떨까. 금융기업 UBS가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투자하고 있는 고객 1000명에게 설문을 돌렸다. 결과는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었다. 응답자의 52%가 “누가 당선되든 장은 침체할 것”이라고 답했다. UBS에서만 여유자금 최소 11억원 이상을 굴리는 자산가 중 절반 이상이 이번 미국 대선 이후 약세장을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현상유지를 예상한 답변은 응답자의 29%, 19%만이 “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시장은 초조해하고 있다”며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를 앞두고 월가의 유일한 컨센서스는 ‘이번 대선 결과가 앞으로 수년 동안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정도”라고 보도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지배적이라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左)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左)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중앙일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우세가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지만,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간의 정책 기조가 상반되는 만큼 누가 대권을 잡느냐에 따라 주식시장의 승패도 갈릴 수 있다. WSJ는 “두 후보가 내놓은 정책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극과 극”이라며 “(투자의) 승자와 패자 역시 극적으로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월가 전문가들이 더 눈여겨보는 것은 백악관의 주인이 아닌 상원을 누가 차지하느냐다. 현재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이 민주당이 넘어갈지가 주식 시장의 향배를 가를 수 있단 얘기다. 미국은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뿐 아니라 하원 전석(435석), 상원은 100석 중 35석을 뽑는다. 하원의 경우 민주당의 수성이 유력하지만, 상원은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추가 경기부양책을 두고 백악관·상원 대(對) 민주당의 하원이 갈등을 빚어온 국면이 이번 선거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뉴욕 월스트리트.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욕 월스트리트.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과 대선 압승을 일컫는 이른바 ‘블루 웨이브(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에서 따온 것)’가 이뤄지면 경기 부양책은 바로 통과할 전망이다. 그러나 공화당이 상원을 지켜낸다면 경기부양책 법안 승인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공수만 바뀐 채 계속될 수 있다. 
 
WSJ는 “현재 주식 투자자들은 블루 웨이브를 가정하고 민주당이 주장해 온 경기부양책 관련 종목에 베팅한 상황”이라며 “공화당이 상원을 지킬 경우 (이런 베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투자전략가인 리처드 번스타인은 WSJ에 “백악관에 누가 입성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원에서 누가 다수당이 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기부양책은 시작에 불과하다. 실제로 바이든이 백악관에 입성한다고 해도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한다면 하원에서 올라온 법안은 번번이 상원의 벽을 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산가들은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이고 있다. UBS 설문 결과에 따르면 100만 달러 이상 투자가들은 현재 현금 비중을 높이고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들어갔다. 주식 시장 불안에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현금 비중을 높였다”는 투자자 비율이 36%로 가장 높았고 “투자 섹터를 조정했다”(30%), “장 하락 대비 안전장치를 보완했다”(27%)가 뒤를 이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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