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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동의' 면죄부 삼았다···與 "사과" 말하며 초고속 공천 준비

중앙일보 2020.11.02 17:10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운데),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김종민 최고위원(왼쪽) 등 민주당 지도부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성공을 기원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내년 서울, 부산 보궐선거 공천 방침을 공식화했다. 뉴스1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운데),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김종민 최고위원(왼쪽) 등 민주당 지도부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성공을 기원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내년 서울, 부산 보궐선거 공천 방침을 공식화했다. 뉴스1

 
2일 더불어민주당은 찬성률 87%에 육박하는 전당원투표 결과를 근거로 서울·부산 보궐선거(내년 4월7일) 후보 공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낙연 대표가 “당원들의 뜻이 모아졌다고 해서 시정의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잘못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날 당내 분위기는 완전한 면죄부를 얻은듯했다. 2015년 문재인 당대표 시절 만든 당헌(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을 두고는 외려 “유권자의 헌법상 권리인 투표권을 막은 과잉금지 조치”(신동근 최고위원)라는 말까지 나왔다.
 

예견된 결과

민주당 대의원·권리당원 81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전당원투표 투표율은 26.35%로 이 중 찬성이 86.64%, 반대가 13.36%였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총선 후(5월) 더불어시민당 합당 여부를 물었을 때 투표율이 22.5%(찬성 84.1%)였다. (그때에 비해) 높은 참여와 압도적 찬성은 재보궐 선거에 공천해야 한다는 전 당원의 의지 표출”이라고 말했다. 3월 비례위성정당 참여 여부 조사 때 투표율은 30.6%, 찬성은 74.1%였다. 
 
3분의1 미만의 투표율과 70%를 훌쩍 넘는 동의는 올들어 치러진 세차례 전당원투표의 공식이었다. 전날 정의당은 “투표결과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장태수 대변인)고 비꼬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재보궐에서 후보를 공천해 시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책임정치에 더욱 부합한다는 이낙연 대표와 지도부의 결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최 수석대변인)라고 자평했다.
 

이낙연 "피해 여성께 사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정직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실 벽에 2015년 경남 고성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한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의 발언 "후보 내지 말아야죠"를 내걸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정직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실 벽에 2015년 경남 고성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한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의 발언 "후보 내지 말아야죠"를 내걸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을 향해 “당헌·당규에 정해 놓은 국민에 대한 (무공천) 약속을 당원들 투표만 갖고 뒤집는 게 온당한가”라고 지적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어디 제 얼굴에만 침을 뱉는 것이겠나. 정치에 대한 신뢰, 정당의 책임정치를 기대한 많은 민주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박원순·오거돈) 피해 여성께도 거듭 사과드린다. 그 사과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당내 윤리신고센터,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 설치를 공언했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민주당 여성 의원(재선)은 통화에서 “전담인력이 제대로 없고, 현역 의원이 겸직으로 센터 운영을 도맡는 기구에 어떤 피해자가 마음 놓고 상담을 하고 조치를 기대하나. 불과 넉 달 전 박원순 미투 때도 전수조사 이야기가 나왔다가 쏙 들어간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투표율 미달 논란 증폭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일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전월과 비교해 이 대표는 1.0%포인트 내렸고, 이 지사는 0.1%포인트 올랐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일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전월과 비교해 이 대표는 1.0%포인트 내렸고, 이 지사는 0.1%포인트 올랐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 직후 당무위를 열어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인한 재보궐 선거시 무공천"을 명시한 기존 당헌 96조 2항을 수정하기로 의결했다. 다음 날(3일)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최종 개정한다. 
 
다만 이번 투표가 ‘전당원 투표는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한다’고 정한 민주당 당헌·당규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 공보국은 “해당 규정은 권리당원 청구로 이뤄지는 전당원 투표에 관한 것으로, 지난 주말 당 지도부 직권으로 실시한 투표와는 별개”라고 해명했다. 앞서 3월과 5월 치러진 비례위성당 참여, 합당 때도 전당원 투표율은 3분의 1에 못 미쳤다.
 
하지만 야권은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현대판 4사5입 개헌 시도인가. 투표 성립요건인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효”라며 “정치 도리에 어긋난 당헌 개정에 이어 절차적 규정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알리바이용, 들러리용 당원 투표로 책임정치를 스스로 폐기처분하더니 이제는 절차적 정당성마저 폐기처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내년 서울·부산 보궐선거는 2022년 대선을 앞둔 이낙연 대표에겐 정치적 명운을 가를 승부처로 평가받는다. 첫번째 난관으로 꼽히던 무공천 논란을 전당원투표라는 우회전략으로 넘기면서 이낙연 체제는 이제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돌입하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선 등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시·도지사 예비후보자 등록일(12월 8일)에 맞춰 공직자후보검증위를 구성하고 선거기획단을 띄울 계획이다.
 
심새롬·정진우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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