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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에 아이 입양" 당근마켓 글 올린 미혼모, 결국 입건

중앙일보 2020.11.02 16:15
지난 16일 한 중고 물품 거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36주 된 아이를 거래하겠다는 글이 올라왔. 사진 당근마켓 어플리케이션 캡처

지난 16일 한 중고 물품 거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36주 된 아이를 거래하겠다는 글이 올라왔. 사진 당근마켓 어플리케이션 캡처

지난달 중고 물품 거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 아이를 입양시키겠다고 글을 올린 20대 여성이 결국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중고물품 거래 앱에 입양 글을 올린 A씨(27)를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 미수 혐의로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 아동복지법 아동매매미수 혐의 적용

 경찰 "글 올린 행위가 이동매매 실행한 것"
 아동복지법 제17조(금지행위) 및 제71조(벌칙)에 따르면 아동을 매매하는 행위 등은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아동을 실제 거래하지 않고, 미수에 그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되는지 법리 검토를 한 끝에 A씨가 글을 올린 행위가 아동 매매를 실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판매 글을 올리면서 판매금액을 0원이 아닌 20만원으로 표기한 행위에 아동을 매매하려는 고의성이 있다는 결론이다. 
 
 A씨는 지난달 16일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모바일 앱에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어 있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게시글에는 신생아 사진 2장과 함께 거래금액 20만원을 책정한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해당 게시물의 IP를 추적해 글 작성자 A씨를 찾아냈다. A씨가 사정이 딱한 미혼모로 밝혀지자 공분과 동정 여론이 함께 일기도 했다.
 
 A씨 "진료 과정서 임신 사실 알고 출산" 
 A씨는 지난달 13일 제주도내 한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출산 이틀 전 복통을 느낀 그는 지인과 상의한 후 이날 대중교통을 이용해 혼자 산부인과를 찾았다. A씨는 직장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혼자 살아왔다. 그는 진료 과정에서 본인의 임신 사실을 알고 당일 출산했다. 
 
 그는 미혼모센터와 입양절차를 상담하던 중 홧김에 글을 올린 것으로 관계기관의 조사에서 확인됐다. 제주도는 미혼모 A씨가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형편임에 따라 지난달 19일 아이를 도내 모 보육 시설로 옮겨 보호 중이다. A씨가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사정임을 전해 들은 제주도 등 관계 기관이 나서 보육시설을 알선했다고 한다. 출산 후 계속 공공산후조리원에서 머물러왔던 A씨는 이날 아이를 보육시설로 보내고 난 뒤 제주도 내 미혼모를 돕는 지원센터로 들어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아이 입양’ 게시글과 관련해 “분노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비난하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도와주는 것이 먼저”라고 썼다. 이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현 입양특례법상 입양을 보내기 위해서는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A씨가) 그것 때문에 입양 절차를 꺼리게 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며 “두려움과 막막함 속에서 사회적 비난까지 맞닥뜨린 여성을 보호하고 지원을 하겠고 또 제도 개선점을 찾아보겠다”고 적었다.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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