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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로 돌변 이제훈 “깐죽대는 내 모습, 내게도 새로운 발견”

중앙일보 2020.11.02 10:30
 
11월4일 개봉하는 범죄 모의 오락영화 ‘도굴’에서 깐죽대는 유쾌한 천재 도굴꾼 강동구로 돌아온 배우 이제훈(36). [사진 CJ엔터테인먼트]

11월4일 개봉하는 범죄 모의 오락영화 ‘도굴’에서 깐죽대는 유쾌한 천재 도굴꾼 강동구로 돌아온 배우 이제훈(36).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제 30대 중반인데 그의 얼굴엔 아직 ‘소년’이 있다. 괴물 신인의 탄생을 알렸던 ‘파수꾼’과 ‘고지전’(이상 2011), 1990년대식 첫사랑을 소환한 ‘건축학개론’(2012)과 애타게 과거로 무전을 보낸 tvN ‘시그널’(2016)은 물론 올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된 ‘사냥의 시간’(2020)까지 배우 이제훈(36)의 연기엔 불안한 영혼의 버석버석한 질감이 묻어나곤 했다. 그랬던 그가 4일 개봉하는 범죄오락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에선 깐죽대는 유쾌한 천재 도굴꾼 강동구로 돌변했다. 스스로도 “맞을 짓을 골라하는 게 얄미워 보일 수 있는데,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와 달라서 재미있었다”고 했다.

조우진?신혜선?임원희와 호흡 맞춘 오락물
실제 선릉의 80% 세트 지어 도굴판 표현
"나이 불안해 하지 않고 다양한 변신 노력"

 
개봉에 앞서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을 때 그에겐 활기가 넘쳤다. 올 초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공개되면서 이 같은 언론‧관객과의 만남이 그리웠다고 했다. 코로나19 속 국내 첫 OTT 직행으로 파란을 일으킨 ‘사냥의 시간’은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극장 상영됐다. 지난달 24일 부산에서 관객을 직접 만났던 그는 “나 역시 넷플릭스‧아마존 등 OTT에 모두 가입해 있는 사람이지만, 극장에서 영화 보고 관객 반응 접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넷플릭스행 ‘사냥의 시간’ 후 관객과 첫 만남

조우진‧신혜선‧임원희 등과 호흡을 맞춘 ‘도굴’은 흙맛을 보고 유물이 있는지 알아내는 직감 천재 강동구와 고분 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 전설의 ‘인간 굴삭기’ 삽다리(임원희)까지 각계 도굴 장인(?)들이 뭉친 범죄 모의 오락영화(하이스트 무비)다. 가상의 사찰 황영사 석탑의 불상을 빼내는 걸 시작으로 중국 지린성 옛 고구려 고분 벽화, 마지막엔 서울 시내 한복판 선릉 속 유물을 터는 것까지 단계별 미션 과정이 할리우드 ‘오션스’ 시리즈나 ‘도둑들’(감독 최동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감독 김주호) 등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훈?조우진?신혜선?임원희 등이 유쾌한 호흡을 보여주는 ‘도굴’은 박정배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문화재 도굴을 소재로 한 범죄 모의 오락영화(하이스트 무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제훈?조우진?신혜선?임원희 등이 유쾌한 호흡을 보여주는 ‘도굴’은 박정배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문화재 도굴을 소재로 한 범죄 모의 오락영화(하이스트 무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제훈?조우진?신혜선?임원희 등이 유쾌한 호흡을 보여주는 ‘도굴’은 박정배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문화재 도굴을 소재로 한 범죄 모의 오락영화(하이스트 무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제훈?조우진?신혜선?임원희 등이 유쾌한 호흡을 보여주는 ‘도굴’은 박정배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문화재 도굴을 소재로 한 범죄 모의 오락영화(하이스트 무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 가운데 강동구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지닌 채 문화재 도굴의 판을 키워가며 진회장(송영창)과 숙명의 대결로 나아가는 인물. “왼손으로 물건 주면 오른손으로 현찰 받는 게 이 바닥 룰인데~” 같은 대사를 리드미컬하게 읊어대는 모습이 기존 영화에선 못 본 능청스러움이다. 수억대 불상을 검은 비닐봉지에 덜렁덜렁 들고 다니고 힘들게 번 2억을 카지노 단판에 베팅하는 허세 또한 발군이다. 이제훈은 “나름의 해박한 지식 뿐 아니라 사람을 꿰어내는 능력이 매력적이었다”며 “캐릭터를 굳이 분석하기보다 천연덕스럽게 상황을 만들어가는 강동구라는 인물을 그대로 흡수하려 했다. 덕분에 나도 말주변이 늘고 작품 덕에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한 패거리 안에서도 호흡이 돋보이는 존스 박사 역할의 조우진에 대해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영화로 사실상 처음 연기 같이 했는데, ‘얼마든지 해라. 내가 다 받아줄게’ 하는 분이라 더 신이 나서 했다”면서 “진짜 훌륭한 배우는 리액션이 좋은 배우구나. 앙상블 기회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제훈을 청춘 스타로 각인시킨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내놓은 신작 ‘서복’을 동시에 찍고 있었던 조우진은 촬영장을 오가며 냉온탕의 두 인물을 칼로 쪼개듯 대비되게 연기했다.  
 
이제훈?조우진?신혜선?임원희 등이 유쾌한 호흡을 보여주는 ‘도굴’은 박정배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문화재 도굴을 소재로 한 범죄 모의 오락영화(하이스트 무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제훈?조우진?신혜선?임원희 등이 유쾌한 호흡을 보여주는 ‘도굴’은 박정배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문화재 도굴을 소재로 한 범죄 모의 오락영화(하이스트 무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제훈?조우진?신혜선?임원희 등이 유쾌한 호흡을 보여주는 ‘도굴’은 박정배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문화재 도굴을 소재로 한 범죄 모의 오락영화(하이스트 무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제훈?조우진?신혜선?임원희 등이 유쾌한 호흡을 보여주는 ‘도굴’은 박정배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문화재 도굴을 소재로 한 범죄 모의 오락영화(하이스트 무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신혜선과 베드신 흐름상 빠져…아쉽다”

진회장의 심복이자 고미술계 엘리트 큐레이터 윤실장을 연기한 신혜선에 대해선 “이지적이고 똑 부러지는 역할 외에 바보 같고 사랑스러운 역할도 넋을 놓고 볼 때가 많았는데, 제대로 다른 사랑 이야기로 또 만나고 싶은 배우”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강동구와 윤실장 간의 은밀한 긴장 관계 이면에서 한층 나아간 베드신도 있었다는데 편집 과정에서 잘렸다. 이제훈은 “이야기 흐름상 뺀 것 같은데, 섹시한 모습을 못 보여드리게 돼 아쉽다”며 웃었다.
 
이제훈?조우진?신혜선?임원희 등이 유쾌한 호흡을 보여주는 ‘도굴’은 박정배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문화재 도굴을 소재로 한 범죄 모의 오락영화(하이스트 무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제훈?조우진?신혜선?임원희 등이 유쾌한 호흡을 보여주는 ‘도굴’은 박정배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문화재 도굴을 소재로 한 범죄 모의 오락영화(하이스트 무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우리나라 문화재가 주요 소재인 이번 영화에서 특히 힘 쏟은 건 미술팀. 진회장의 수장고를 가득 채운 불상, 자기, 어진 같은 소품뿐 아니라 실제 선릉 크기의 80%에 달하는 세트를 정교하게 지었다. 이런 세트를 실감나게 전동 드릴로 파 들어가는 액션이 이번 하이스트 무비에서 차별화된 포인트다. 이제훈은 “실제 평소 오가면서도 선릉 안에 유물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시나리오를 보면서 경복궁은 어떨지, 광화문을 파면 어떨지 하는 상상력을 펴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해외 방문 때 미술관‧박물관을 즐겨 찾는다는 그는 “오래된 유물을 보면서 영감 받고 그 느낌을 작품으로 표출하는 편”이라고도 덧붙였다.  
 

“의미 있는 영화만큼 힐링 무비도 하고파”

11월4일 개봉하는 범죄 모의 오락영화 ‘도굴’에서 깐죽대는 유쾌한 천재 도굴꾼 강동구로 돌아온 배우 이제훈(36). [사진 CJ엔터테인먼트]

11월4일 개봉하는 범죄 모의 오락영화 ‘도굴’에서 깐죽대는 유쾌한 천재 도굴꾼 강동구로 돌아온 배우 이제훈(36).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원칙주의 9급 공무원을 연기한 ‘아이 캔 스피크’(2017)와 그래픽 노블 같은 다크 히어로를 소화한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 등 다채로운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 영화에서 가장 힘을 뺀 분위기다. “그 동안 작품 속에서 의미를 찾는 선택을 한 편인데, 실은 나도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보고 스트레스 날리는 힐링 무비를 즐기더라. 가족들이 재밌게 깔깔거리며 보는 영화였으면 하고, 앞으로 이런 작품들도 필모그래피에 채워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린 ‘건축학 개론’을 했는데 30대 사랑을 보여줄 영화는 못 했네요. 얼마 안 있으면 40대가 되는데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편이라(웃음) 불안감은 별로 없어요. 현재에 충실하다 보면 다양한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극장에서 영화 보면서 ‘저런 데 출연하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운 게 지금까지 이어져왔어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공개된 것도 놀랍고 고맙지만, 극장에서 많은 분들과 영화 보는 기쁨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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