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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34화. 마법도구

중앙일보 2020.11.02 09:00
과학으로 밝혀볼까, 간달프가 쓰는 마법의 신비
 
고대인들에게 자석은 신비한 마법의 도구였다.

고대인들에게 자석은 신비한 마법의 도구였다.

오랜 옛날, 어느 왕국에서 전쟁이 일어나 왕궁이 포위되었습니다. 왕과 왕비는 죽고, 오직 공주 한 사람만 살아남았죠. 사람들은 공주만이라도 어떻게든 살리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적들은 이미 몰려왔고, 탈출할 방법은 오직 성의 북쪽에 있는 '악령의 숲'을 통과하는 길뿐. 대낮에도 어두워서 길을 알 수 없는 그 숲은 너무도 복잡해서 한번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고민 중이던 사람들 앞에 한 마법사가 나타났습니다. 마법사는 실에 매달린 바늘처럼 생긴 돌을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죠. “공주님. 이 돌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십시오. 그러면 악령의 숲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의하십시오. 이 돌은 철을 싫어합니다. 철을 지니지 않은 사람이 들고 있을 때만 제대로 작동할 것입니다.” 공주는 한밤중에 소수의 기사와 시종을 거느리고 악령의 숲으로 향했습니다. 실에 매달린 마법의 돌을 갖고서…. 추적자들이 나섰지만, 그들은 모두 악령의 숲에서 길을 잃고 돌아오지 못했죠. 하지만 공주와 일행은 마법의 돌을 따라 숲을 빠져나갔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옛날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아, 정말로 마법의 돌이 있구나’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죠. 그것이 마법도 뭣도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바로 인류를 바다로 이끌고, 수많은 탐험을 인도했던 과학의 힘, 바로 ‘자석’입니다. 자석의 N극이 항상 북쪽을 가리키는 것은 현재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고대인들에게 그것은 매우 신기한 마법과 같았죠. 우리는 그것이 지구에 자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 현상을 처음 목격한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마법의 힘이 그 돌에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찍이 중국에서는 이를 통해 점을 치기도 했습니다. 독특하게 생긴 판 위에 숟가락 모양의 자석을 올리고 회전시켜서 정지하는 위치를 통해서 점을 쳤죠.
 
물론, 그 자석은 일반적으로 북쪽을 가리키겠지만 주변의 상황에 따라서 미묘하게 다른 위치를 가리키기 마련이었어요. 그것을 보고 점술가가 해석하여 적당한 대답을 해 주었다고 합니다. 점술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었죠. 일찍이 한나라를 세운 초대 황제, 한고조 유방은 자신의 통치가 잘될 것인지 묻고자 점술사를 불렀습니다. 이상하게도 점술 도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죠. 불쾌하게 여겨 점술사를 처형하려 했을 때 그는 칼을 보고 ‘칼의 쇠 성분이 점술을 방해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칼을 들이대자 점술 도구가 이상하게 작동했기에, 칼을 든 병사를 물리고 점을 치자 ‘황제의 통치가 잘될 것이다’라는 점술이 나왔어요. 실제로 한나라의 통치는 꽤 오래 이어졌고, 유방은 중국의 훌륭한 황제로 기억되니 그 점술이 맞았다고도 할 수 있겠죠. 이런 일도 있었기에 자석 점술은 꽤 오랫동안 유행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대 세계로부터 마법이라고 알려진 무언가의 정체가 과학의 힘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화약이 처음 나왔을 때도 그것은 마법의 가루라고 여겨졌고, 실제로 많은 마법사가 화약을 이용해 마법을 행했죠. 분명히 금속처럼 보이지만, 액체처럼 흐르는 수은은 마법의 물질로 여겨져 황금을 만드는 연금술이나 신선이 되는 약을 만드는 연단술의 재료로 널리 사용됐고요. 지금 우리는 수은이 신선이 되기는커녕 독성을 지닌 물질임을 알지만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간달프가 사용하는 마법도 상당수는 화약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는 불의 마법을 즐겨 사용했는데, 빌보의 생일에 화약을 이용한 멋진 연출로 호빗들을 즐겁게 해주었죠. 반대로 악당 마법사 사루만은 마법의 가루인 화약을 무기로 이용해 성을 공격했습니다. 마법이 쓰기에 따라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는 것 역시 과학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물론 판타지 세계의 모든 마법이 과학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마녀들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은 현대 과학 기술로도 구현할 수 없죠. 여기에도 우리가 모르는 어떤 과학의 힘이 숨어있을지 모릅니다. 일찍이 마법이라고 여겼던 수많은 것들이 과학을 통해 입증되는 것처럼, 언젠가 빗자루를 통해서 하늘을 나는 과학 기술이 탄생할지도 모릅니다. 먼 훗날, 인류 문명이 한번 멸망하고 잊혔을 때, 하늘을 나는 마법의 빗자루가 발견되어 마녀들이 하늘을 수놓게 될지도 모르죠.
 
SF 작가이자 과학자였던 아서 C 클라크는 “매우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같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과학 기술이 마법처럼 여겨진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법과 과학이 결국 같다는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수많은 판타지에서 등장하는 흥미로운 마법 이야기. 그것은 매우 신비하고 놀라운 기적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거기에는 진실로 재미있는 과학이 숨어있을지도 모르죠. 그로부터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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