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법무부 장관과 검찰의 갈등, 대통령이 정리하라

중앙일보 2020.11.02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전횡을 지적하는 검사의 글 수백 개가 검찰 내부통신망(e프로스)에 올랐다. 온라인 집단행동이다. 추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과 검찰에 대한 감찰권을 남용하고 있으며, 인사권으로 검사들을 옥죄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촉발한 것은 추 장관의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이다. 그는 e프로스에 자신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한 검사를 향해 ‘커밍아웃 좋고요, 개혁이 답’이라고 대꾸했다. 그 검사가 피의자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한 과거의 기사를 퍼뜨리기도 했다. ‘검찰 개혁 저항’이라는 낙인을 찍어 인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으로 읽히기에 충분한 반응이었다. 그 뒤 검사들이 추 장관의 태도를 지적하는 최모 검사의 글에 릴레이 찬성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추 장관 안하무인 행태가 검사 반발까지 초래
지도자가 총장 신임 여부 밝혀 혼란 수습해야

검사들의 집단 반발을 부른 것은 추 장관의 안하무인 행태다. 그는 장관 재임 10개월 동안 줄곧 검사들의 사령탑인 검찰총장을 무시하거나 헐뜯는 발언을 해왔고 그의 주변 검사들을 모조리 좌천시켰다. 윤석열 총장 축출이 주어진 사명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뿐 아니라 현 정부 관련 인사들을 수사한 검사들을 일제히 변방으로 몰아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에 대한 보복과 동시에 정권 호위에 발 벗고 나선 모습이다. 많은 검사가 이런 일을 겪으며 분노했지만 화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자제해 왔다.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 또는 기득권 지키기로 비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켜켜이 쌓인 분노가 ‘장관의 평검사 저격’으로 인해 폭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은 피곤하다. 코로나19로 살림이 쪼그라든 국민이 많고 대다수가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거기에 입만 열면 듣기 거북한 발언을 하는 추 장관의 조악한 언행을 지켜보는 게 힘겹다. 윤 총장 지지와 반대로 정치권이 갈려 싸우는 것도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윤 총장을 찬양하던 정치인이 안면 몰수하고 공격해 대는 모습이 정치 혐오를 키운다. 게다가 평검사들마저 이처럼 의사표시를 하니 나라가 어지럽기 그지없다. 다수의 국민이 피해자인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의 본류는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이 사건을 빌미로 삼은 장관의 총장 공격, 총장 지지층의 성토가 요란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태를 정리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의 갈등이 끝이 없는데, 대통령은 단 한마디의 입장 표현이 없다. 우선 윤 총장에 대한 신임 여부를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 대통령은 또 추 장관의 검찰 공격이 자신의 뜻에 부합하는 것인지, 아니면 독단적 행동인지 설명해야 한다. 국가의 혼돈은 결국 대통령 책임이다. 점잖은 말만 하며 뒷전에 있을 때 이 혼란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간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