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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납품가 낮추려 30년 거래한 하청업체 기술 빼돌려

중앙일보 2020.11.02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현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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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30년 넘게 거래한 하도급 업체의 기술을 다른 업체에 무단으로 넘겼다가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납품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억4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명기술 경쟁업체 줘 단가 깎아
공정위, 과징금 2억4600만원 부과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박용 조명기구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A사와 30년 넘게 거래해왔다. 선박용 조명은 높은 파도 등 특수한 상황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하므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선주인 P사가 현대중공업에 선박 제작을 주문하면서 조명기구 납품업체로 B사를 지정했다. 국내 업체인 B사는 이전까지 대형 선박에 조명기구를 납품한 실적이 없었다. 현대중공업은 B사를 돕기 위해 2017년부터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년에 걸쳐 무단으로 A사의 기술자료를 B사로 넘겼다. 현대중공업은 선주의 요청에 따르려다가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는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현대중공업이 A사와 B사의 경쟁 관계를 이용해 조명기구 납품 단가를 크게 낮춘 사실도 공정위가 확인했다. 공정위가 파악한 현대중공업 내부 문건에 따르면 조명기구 납품업체가 A사 하나일 때는 납품 단가를 전년 대비 3% 내리는 게 현대중공업의 목표였다. 그런데 A사와 B사의 두 곳이 납품할 수 있게 되면 납품 단가를 5% 내릴 수 있다고 현대중공업은 봤다. 실제로는 납품 단가가 7% 낮아졌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이 납품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것은 이뿐이 아니었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선박용 엔진 부품 다섯 가지의 입찰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하도급 업체의 도면을 제3의 업체에 제공한 게 공정위 조사에 적발됐다. 납품업체가 더 싼 값에 부품을 제작할 수 있는지 견적서를 제출받으려는 목적이었다. 실제로 제3의 업체가 일부 부품의 낙찰자로 선정돼 현대중공업에 납품했다. 공정위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는 위법이라고 봤다.
 
문종숙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 과장은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보호하는 노력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년 상반기에 첨단 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기술 유용 행위의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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