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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한진해운 파산 3년반, 수출품 나를 배가 없다

중앙일보 2020.11.02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지난달 30일 부산신항 터미널에는 수백개의 컨테이너가 5~6단으로 빽빽이 쌓여있었다. 수출 물량을 싣고 해외로 나갈 배를 구하지 못하다보니, 쌓여있는 컨터이너가 점점 늘어난 것이다. 국적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다소 진정되면서 (해운 선박) 수요 회복 속도를 공급 증가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이라며 “특히 미국 소비재 수요 증가 등으로 미국으로 향하는 운임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수출 발목잡는 ‘구조조정의 저주’
글로벌 선사, 선박 운용 대폭 줄여
“수출할 배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컨테이너선 운임도 사상 최고 눈앞

한진 퇴출 뒤 한국 적재능력 반토막
“대중교통 충분하대서 차 팔았더니
응급실 가는데 택시 못 잡는 상황”

대표적인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SCFI는 지난주 10년 만에 1500선을 돌파했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 [연합뉴스]

대표적인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SCFI는 지난주 10년 만에 1500선을 돌파했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 [연합뉴스]

국내 기업이 수출 선박 부족과 해상 운임 상승의 ‘이중고’에 울상을 짓고 있다.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1529.99를 기록했다. 2010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800대를 유지했던 지난 4월의 거의 두배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조만간 역대 최고치(1583.18)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국내 수출 기업이 많이 이용하는 미국으로의 운임이 많이 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서안 항로 운임은 1FEU당 3849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세 배가량 뛰었다.
 
이는 글로벌 선사들이 올해 초 코로나19 불황에 대비해 선박 운용 규모를 대폭 축소한 영향이 크다. 그런데 물동량은 예상만큼 줄지 않았고, 결국 컨테이너를 실을 선박 부족이 심해지면서 운임이 치솟게 된 것이다.
 
불똥은 한국 수출 기업으로 튀었다. 밀려드는 주문에도 물량을 보낼 컨테이너선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결국 웃돈을 얹어주고, 이것이 다시 컨테이너선 운임을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하고 있다. 물류비용이 오르면 우리 기업 제품의 가격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출발해 남은 선적공간에 한국 물량을 실어가는데, 이미 대부분의 스페이스(컨테이너 공간)는 차 있는 상황”이라며 “말 그대로 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전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한 젊은 스타트업 대표가 ‘요즘 배가 없어 수출을 못 한다. 주문은 밀려오는데 납기에 못 맞추면 위약금을 내야 하는데 큰일 났다’고 하더라”면서 “배를 구한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닌데 당장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해운업계에서는 2017년 2월 한진해운 파산 결정이 지금과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파산 직전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101척, 벌크선 44척 등 총 145척을 갖춘 국내 1위, 세계 7위의 선사였다. 하지만 파산 후 한국 국적 선사의 컨테이너 선복량(적재능력)은 106만TEU에서 51만TEU로 반토막 이상 줄었다.
 
한국해양비즈니스학회장, 국가해양력포럼 회장 등을 지낸 박명섭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대중교통만으로 충분하대서 자가용 승용차를 팔았더니, 막상 애가 아파 응급실에 가야 하는데 택시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박 교수는 “한진해운이 수십 년에 걸쳐 개척한 노선 네트워크와 운항 노하우 등이 사라진 게 안타깝다”며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에서 해운업은 국가의 수송 인프라를 담당하는 기간산업인데, 이런 전략적 중요성을 간과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국가는 자국 화물 운송을 국적 선사가 하게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가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파산 전 한진해운은 세계시장의 3%를 차지했는데 현재 HMM은 2.6% 정도”라며 “산업은행이 근시안적 태도로 너무 쉽게 구조조정을 결정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선박 부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HMM은 손실을 감수하고 임시 선박을 긴급 투입하는 등 수출기업에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기부와 해양수산부·한국선주협회 등은 국적 해운선사가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선적공간을 우선 제공하는 내용의 협약을 지난달 29일 체결했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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