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한 가족] 그날이 사라졌다고요? 골밀도 검사 받고 운동 강도 높이세요

중앙일보 2020.11.02 00:04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폐경 이후 건강관리 

 
 여자 나이 쉰이면 건강관리의 기로에 선다. 이때를 기점으로 노화가 빨라지고 병치레가 잦다. 원인은 폐경이다. 단순하게는 매달 겪던 생리가 사라졌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폐경에 접어들면 혈관 세포 기능을 보호하면서 뼈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정상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다. 이로 인해 여성은 폐경 직후부터 고혈압·고지혈증·골다공증 등 예기치 않던 건강 문제를 겪는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기 삶의 질이 달라진다. 11월 폐경 여성의 달을 맞아 소홀하기 쉬운 폐경 증상과 대처법에 대해 알아봤다.

본격 노화로 감정 기복 심해져
고혈압·고지혈증 등 발병 급증
폐경 증상·빈도 사람마다 달라

 
여성의 몸은 평생 여성호르몬에 의해 성장하고 늙는다. 10대 초·중반 무렵부터 여성호르몬이 본격적으로 분비되면서 자궁이 발달하고 자궁 내막이 증식돼 초경을 경험하고, 40대 중·후반엔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감해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서 폐경을 겪는다. 대한폐경학회가 발표한 한국 여성의 폐경 연령은 평균 49.7세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50세 전후로 폐경에 이른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동윤 교수는 “폐경은 여성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라며 “다달이 여성의 건강을 지켜주던 여성호르몬이 사라지면서 몸 이곳저곳이 삐걱거리게 된다”고 말했다.
 
신체적·심리적 변화 극심
 
폐경은 본격적인 노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면서 신체·정신적 변화가 두드러진다. 얼굴이나 목, 가슴 등이 붉어지면서 불쾌한 열감을 겪는 열성 홍조를 비롯해 인지·기억력이 떨어진다. 방광·질·요도 등 비뇨생식기의 위축성 변화로 배뇨 시 작열감, 절박뇨 등 비뇨기계 증상도 생긴다. 감정 기복도 심해진다. 폐경으로 여성의 생식 기능을 상실했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우울·불안감을 호소한다.
 
 만성질환 발생 위험도 껑충 뛴다. 우선 폐경기에 접어들면 뼈가 빠르게 약해진다. 신촌세브란스 산부인과 이인하 교수는 “뼈가 만들어지는 것보다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 골량이 급격하게 감소한다”고 말했다. 골밀도는 폐경 후 3~5년 내 가장 빠르게 소실된다. 여성이 골다공증에 취약한 이유다. 촘촘했던 뼈가 엉성해지는 골다공증으로 작은 충격에도 부러지기 쉽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김용진 교수는 “골다공증약으로는 추가적인 골 손실을 억제할 뿐, 이미 약해진 뼈를 되돌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폐경 이후엔 골밀도 검사로 뼈 상태를 점검하는 게 좋다.
 
 고혈압·고지혈증 같은 심혈관 질환도 조심해야 한다. 여성호르몬은 혈관을 확장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조절해 심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동윤 교수는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의 혈관 보호 작용이 사라져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한다”고 말했다. 폐경 이후 여성은 동맥경화 진행 속도가 빨라져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25%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폐경 이후 급변하는 여성의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로 폐경 증상의 중증도는 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여성은 누구나 폐경을 겪는다. 그런데 폐경 증상의 양상·강도·빈도·기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가볍게 1~2년 만에 지나기도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강렬한 폐경 증상으로 10년 이상 고통을 겪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모든 여성의 폐경 증상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볍게 지나간 또래나 언니들이 조금 참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을 그대로 나에게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폐경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김용진 교수는 “혼자 끙끙 앓으면서 고생하다가 치료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로 스스로 일상이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의학적 효과가 검증된 호르몬 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심한 폐경 증상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급격하게 감소한 여성호르몬을 외부에서 보충하면 각종 폐경 증상을 확실하게 완화할 수 있다. 폐경 이후 건강 취약점을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치료 시작 시점은 폐경 초기다.  
 
 
내게 맞는 극복법 찾도록
 
60세 미만 또는 폐경 후 10년 이내인 여성이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심혈관계 질환 사망 위험이 48% 줄어든다. 또 폐경과 관련된 골 소실을 막아 골다공증 골절 빈도를 줄여준다. 폐경 여성 139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호르몬 치료를 시행했더니 요추의 골밀도는 4.3%, 대퇴골은 3.2%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인하 교수는 “폐경 여성에게 장점이 많은 호르몬 치료지만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과도한 우려로 치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뼈·심장 건강을 챙기는 생활 습관을 기른다. 폐경은 그동안 내 몸을 지켜왔던 보호막이 사라진 상태다. 예전과 똑같이 생활하면 살이 더 잘 찌는 등 오히려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운동을 했더라도 횟수·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 지속적인 운동은 폐경으로 무기력해진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트레킹·걷기·계단 오르기·스쿼트처럼 신체 활동량을 늘리면서 적당한 근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 평소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한 콩·양배추·브로콜리·석류나 골밀도를 높여주는 우유·뼈째 먹는 생선 등을 챙겨 먹는다. 혈관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뼛속의 칼슘을 빼앗는 음주·흡연은 삼간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