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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음주 다음 날 어지럼증·식은땀? 숙취 아닌 혈당 저하 탓일 수도

중앙일보 2020.11.02 00:04 건강한 당신 2면 지면보기

 뇌세포 손상 부르는 저혈당

 
피로감이 심하거나 급작스러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당 떨어진다’는 표현을 흔히 쓴다. 당(혈당)은 혈액 속에 함유된 포도당의 농도를 이른다. 원래 인체는 혈당 수치를 항상 일정한 범위 내로 유지한다. 공복혈당 100㎎/dL 미만, 식사 2시간 후 혈당 140㎎/dL 미만을 정상 범위로 본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웬만해선 당 수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특정 상황에서 저혈당이 유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이 간의 포도당 생성 방해
저혈당 잦은 당뇨병 환자 치명적
운동 30분마다 탄수화물 섭취를"

 
 
저혈당 지속 땐 영양분 공급 줄어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필요량보다 모자란 상태가 저혈당이다. 대체로 혈당이 70㎎/dL 이하로 떨어지면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신호로 저혈당 증상이 나타난다. 가볍게는 어지러움, 기운 없음,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이 나타나고 졸음, 두통, 집중력 저하 등 위험 단계를 거쳐 심하면 창백해지고 말이 어눌해지며 경련이 일다 쓰러지는 응급 상황이 발생한다.
 
저혈당을 가장 주의해야 하는 사람은 당뇨병 환자다. 당뇨병 환자는 체내에 혈당 조절 기능이 망가져 있어 당뇨병 약을 먹어 이를 조절한다. 그런데 이들이 끼니를 거르거나 평소보다 신체 활동이 많은 경우, 당뇨병 약 복용량을 늘렸을 때 저혈당이 올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저혈당은 치명적이다. 뇌세포는 포도당을 영양분으로 사용하므로 저혈당이 15~20분 이상 지속하면 영양분 공급이 줄어 뇌세포가 손상된다. 특히 국제학술지 ‘당뇨 연구와 임상 진료’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당뇨병 환자 중 저혈당을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약 세 배 높았다. 연구진은 “당뇨병 관리에 있어서 저혈당은 합병증을 초래하는 등 고혈당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당뇨를 앓고 있다면 저혈당을 막기 위해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식사량을 일정하게 맞추도록 노력한다. 저혈당이 발생하면 혈당을 빨리 높이도록 15~20g의 포도당 혹은 이를 함유한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설탕이나 꿀 한 숟가락, 주스 또는 청량음료 4분의 3컵(175mL), 요구르트 100mL 1개, 사탕 3~4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때 지방이 포함된 초콜릿·아이스크림은 흡수 속도가 느려 혈당을 상대적으로 천천히 올리므로 응급 상황에선 적합하지 않다.
 
 운동을 새로 시작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고강도 근력 운동 등 힘든 운동을 할 땐 30분마다 15~30g의 탄수화물 식품을 먹고 운동 직후에도 탄수화물 간식을 먹는 것이 좋다. 저녁 늦게 하는 운동은 밤사이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한다. 당뇨병 환자는 평소에 혈당을 규칙적으로 측정·기록하며 외출할 땐 사탕이나 가당 주스 등 저혈당 응급 식품을 꼭 갖고 나간다.
 
당뇨병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데도 저혈당 증세를 겪는다면 건강을 돌봐야 한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술 마시고 난 후 느낀 저혈당 증세가 대표적이다. 한림대성심병원 내분비내과 허지혜 교수는 “술의 주요 성분인 알코올은 간에서 포도당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한다”며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빈속에 술을 많이 마시거나 평소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한 사람은 음주 후 저혈당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뇨병 전 단계, 인슐린종 가능성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으나 당뇨병 전 단계일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체내에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 기능의 효과가 다소 떨어져 있어 이를 보완하고자 췌장에서 다량의 인슐린을 만들어낸다.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는 상태에서 술까지 마시면 혈당을 올리는 기능이 더 떨어져 저혈당 위험에 빠지기 쉽다. 술 마신 다음 날 저혈당 증상을 경험했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드물지만 췌장에 인슐린종이 있는 사람도 저혈당이 올 수 있다. 인슐린을 생성하는 세포가 과도하게 성장해 종양을 형성한 경우다. 허 교수는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하는 종양이 있을 때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저질환을 치료해야 저혈당이 교정되므로 특별한 이유 없이 반복해서 저혈당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원인 파악과 치료를 위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식과 같은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 역시 저혈당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장기간 단식하면 신체는 필요량만큼 포도당을 얻지 못해 저혈당 상태에 놓일 수 있다. 허 교수는 “간이나 신장, 부신의 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 등 병적인 상태일 때도 저혈당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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