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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비싸지고, 아이오닉5 싸진다?’…바뀌는 전기차 보조금

중앙일보 2020.11.01 16:51

‘테슬라는 비싸지고 아이오닉5(현대자동차의 새 전기차)는 싸진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미래 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 전략’에서 전기차 보조금 상한선을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하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의 이해득실 계산이 시작됐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 역시 어떤 차를 얼마에 살 수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싼 전기차에 혜택을 더”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 발표에서 미래 차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한 부분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전기 택시의 경우 차종별 보조금에 추가 인센티브(200만원)를 주고, 전기버스·전기 트럭은 최소 자기부담금으로 살 수 있게 한다.  
테슬라 모델3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의 40% 이상을 가져갔다. 고가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많이 가져가는 불합리함을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의 보조금 상한제 도입의 이유다. 사진 테슬라코리아

테슬라 모델3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의 40% 이상을 가져갔다. 고가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많이 가져가는 불합리함을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의 보조금 상한제 도입의 이유다. 사진 테슬라코리아

일반 소비자와 관련된 부분은 전기 승용차다. 이날 발표에선 일단 가격 인하와 성능향상 촉진을 추진하고 가격 구간별 보조금 상한을 둬 보조금 ‘역진성’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역진성이란 조세 용어로는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 부담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보조금은 혜택을 주는 것이어서 보조금의 역진성은 ‘비싼 차가 더 많은 보조금 혜택을 보는 것’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저렴한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더 많이 보게 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업계 의견 수렴과 부처 협의를 거쳐 내년도 보조금 지침에 반영할 예정이다. 전비(전력당 주행거리)나 저온 성능(저온에서도 주행거리가 덜 줄어드는 경우)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미래 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 전략’에서 언급한 전기 승용차 보조금 상한제 도입 내용.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미래 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 전략’에서 언급한 전기 승용차 보조금 상한제 도입 내용.

결국 ‘테슬라 죽이기?’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 가격이 내려가고는 있지만 기존 내연기관 차보단 비싸다. 전기차 보급은 어느 나라든 보조금과 세제혜택이 시장 가격을 보정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이 보조금 상한선 적용을 고려하게 된 건 정부가 인정하든, 안 하든 테슬라의 약진과 관련 있다고 자동차 업계는 본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데이터를 분석하는 카이즈유에 따르면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누적 판매대수(9월 현재)는 9969대다. 테슬라코리아는 올해 판매 목표를 1만대로 잡았는데 10월에 이미 초과 달성할 게 자명하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7061대), 기아차 니로EV(5623대)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현대자동차의 대표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 올 9월 누적 판매 7061대를 기록했지만 테슬라 모델3에는 3000대 가까이 뒤졌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대표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 올 9월 누적 판매 7061대를 기록했지만 테슬라 모델3에는 3000대 가까이 뒤졌다. 사진 현대자동차

당연히 전기차 보조금은 테슬라 구입자가 가장 많이 받아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서 지급한 전기 승용차 보조금은 2092억원인데 그중 테슬라 구매자가 받은 보조금은 약 900억원(43%)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구매자는 각각 643억원(30.8%)과 304억원(14.6%)을 받았다.
 
국내에 생산시설조차 없는 테슬라가 보조금을 ‘싹쓸이’하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아졌고, 정부의 주장대로 ‘보조금의 역진성’이 강화한 게 상한선 도입의 이유다. 보조금 차등 지급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나지만 많은 나라가 고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은 차량 가격 6만 달러(약 6800만원)를 상한선으로 두고 있으며 중국도 30만 위안(약 5090만원)을 상한선으로 책정했다. 프랑스나 독일은 가격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프랑스는 4만5000 유로(약 5960만원)를 기준으로, 독일은 6만 유로(약 7950만원)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다르게 준다.
독일은 가격 상한제 대신 고가 전기차와 저가 전기차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정책을 쓴다 독일 츠비카우 공장에서 폴크스바겐 전기차 ID.3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폴크스바겐

독일은 가격 상한제 대신 고가 전기차와 저가 전기차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정책을 쓴다 독일 츠비카우 공장에서 폴크스바겐 전기차 ID.3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폴크스바겐

환경부 관계자는 “연내 의견을 수렴해 상한선 기준을 정할 예정”이라며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정책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산 전기차 구매 유리해질 듯

보조금 상한선을 얼마로 정하느냐에 따라 수입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볼지도 갈릴 전망이다. 예를 들어 6000만원을 상한선으로 정해 이 가격을 넘는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아예 주지 않을 수도 있고, 고가 차량과 저가 차량에 차등 지급할 수도 있다.
 
상한선이 어떻게 정해지든 올해 전기차 보조금의 최고 수혜자인 테슬라 모델3에 주는 보조금은 내년부터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 모델3는 트림(차급)에 따라 5479만~7479만원이다. 현재는 보조금 포함 최저 3000만원대 후반에도 구입할 수 있지만, 내년부턴 고가 트림에선 아예 보조금을 못 받을 수도 있게 된다.
보조금 상한제를 실시하면 1억원이 넘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들은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될 공산이 크다. 사진은 아우디의 전기차 e-트론. 사진 아우디코리아

보조금 상한제를 실시하면 1억원이 넘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들은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될 공산이 크다. 사진은 아우디의 전기차 e-트론. 사진 아우디코리아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도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될 공산이 크다. 아우디(e-트론), 메르세데스-벤츠(EQC) 등 1억원을 호가하는 차들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완성차 업체가 수입하는 한국GM 볼트, 르노삼성 조에와 수입차인 푸조 전기차(e-208, e-2008) 등은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조금을 받을 전망이다.
 
테슬라와 직접 경쟁하는 현대·기아차는 유리해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의 첫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 기아차 CV(프로젝트명) 등이다. 다만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못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차에 보조금을 덜 주거나 안 주는 데 대해 소비자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입차 관계자는 “주요 국가가 보조금 차등 지급 정책을 펼치고 있긴 하지만, 단계적으로 보조금을 줄이고 세제 혜택을 늘리는 추세"라면서 "보조금 차등 정책이 결과적으로 자국 브랜드에 유리하게 된다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완성차 업체 푸조가 출시한 전기차 e-208. 국내 판매가격은 4000만원대다. 사진 한불모터스

프랑스 완성차 업체 푸조가 출시한 전기차 e-208. 국내 판매가격은 4000만원대다. 사진 한불모터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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