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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집콕' 하다보니...아파트 층간소음 갈등 늘었다

중앙일보 2020.11.01 16:21

“윗집이 너무 시끄러운데 코로나 때문에 바깥에 나가지도 못하고…. 절이라도 들어가 살고 싶습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신축 아파트에 사는 박모(26)씨 얘기다. 그는 매일 저녁 윗집 아이들 뛰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아이들 두 명이 심하게 뛰어다녀 민원을 넣었더니 윗집에선 찾아오지 말라고 오히려 화를 내 힘들었다”며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데 집이 쉬는 곳이 아니라 스트레스받는 공간이 됐다”고 털어놨다.
층간소음 이미지. 중앙포토

층간소음 이미지.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층간소음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직장인 전혜인(30·서울 금천구)씨는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위에서 쿵쿵거리는 소리나 물건 끄는 소리가 들려 매일같이 고통받았다”며 “평소 듣지 않아도 될 소음을 재택근무하느라 듣고 있으려니 불면증이 생기는 등 스트레스가 늘었다”고 토로했다.  
 

층간소음 분쟁 ‘몸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한국환경공단에서 받은 ‘층간 소음 접수 건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층간소음 전화 상담 건수는 2만2861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7114건) 대비 약 34% 늘었다. 구체적으로 올해 1월 층간 소음 접수는 1920건이었지만,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3월에는 3110건으로 급증했다. 이후로 올해 5~7월 매달 3000건 이상 접수됐다.
층간소음 이미지. 연합뉴스

층간소음 이미지.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에 따른 이웃 간 갈등이 보복·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우려한다. 지난 5월엔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이모(47)씨가 술김에 위층을 찾아가 항아리 뚜껑을 바닥에 집어 던지고 경찰에게 난동을 부렸다가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달 광주광역시에서는 층간소음을 참지 못해 흉기를 들고 이웃을 찾아간 40대 남성이 특수 협박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처벌 어려운 층간소음

층간소음 피해자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가해자를 인근 소란죄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21항은 ‘(인근 소란 등) 악기ㆍ라디오ㆍ텔레비전 등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 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법에 따라 가해자를 처벌하기는 어렵다. 어린이가 뛰거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까지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워서다. 소음 크기나 지속시간을 명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민동환 변호사(법무법인 윤강)는 “위층에서 소음이 의심되더라도 아파트 특성상 어디서 소음이 발생했는지 원인을 찾기 어렵다”며 “경범죄 처벌도 근거가 명확해야 해 사실상 처벌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명무실한 분쟁 조정 기관 

층간소음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도 강제성이 없어 유명무실하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기관에는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등이 있다. 광주 북구에 사는 김모(26)씨는 “7월 말부터 쿵쿵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 이웃사이센터에 분쟁 조정 신청을 했다”며 “센터에서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기대했지만 ‘우리를 신고한 게 맞냐’며 화를 낸 윗집의 고성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층간소음 업무 담당 기관인 중앙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도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한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147곳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약 5년간 접수한 분쟁 건수는 35건이다. 이 중 조정한 건수는 7건이었다. 박 의원은 "코로나 19 장기화로 층간소음 분쟁이 늘었지만, 관련 기관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며 “사건 사고로 번지거나 소송까지 가지 않도록 정부·지자체가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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