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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거래 하청업체 기술 빼돌린 현대중공업에 공정위 과징금

중앙일보 2020.11.01 14:00
30년 넘게 거래한 하청업체 기술을 다른 기업에 무단으로 넘긴 현대중공업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했다.
 
1일 공정위는 기술자료 유용 혐의로 현대중공업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억4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9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뉴스1

지난달 9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뉴스1

 
A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박용 조명기구 전문으로 제작하는 업체로 30년 넘게 현대중공업과 거래해왔다. 선박용 조명은 엔진 진동, 높은 파도, 바닷물 등 특수한 상황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해서 폭발 방지 구조, 높은 조도, 우수한 전기적 안정성 등을 갖춰야 한다. 제작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은 대형 선박에 조명기구를 납품한 실적이 없었던 국내 B사를 돕기 위해 2017년부터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년에 걸쳐 무단으로 A사 기술자료를 B사로 넘겼다. 선주인 P사가 현대중공업에 선박 제작을 주문하면서 B사를 납품업체로 지정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중공업은 선주에 요청에 따르려다가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는 법 위반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할 수 있는 회사가 하나 더 늘면서 단가 인하율이 높아진 사실도 공정위가 확인했다. 조명 납품업체가 A사 하나일 때는 단가 인하 목표치가 전년 대비 3%였지만 A와 B 두 곳일 때는 5% 인하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현대중공업 내부 문건이 있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선박용 조명기구 납품회사가 A사와 B사 두 곳이 되며 경쟁이 벌어진 탓에 실제 단가는 전년 대비 7% 낮아졌다.
 
또 현대중공업은 2016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선박용 엔진 부품 5가지를 입찰하는 과정에서 기존 하도급 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 도면을 제3의 업체에 제공했다. 도면을 가지고 더 싼 값에 제작할 수 있는지 견적을 제출받으려는 목적이었다. 실제로 엔진 부품 5가지 가운데 일부는 제3 업체가 낙찰받아 납품했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전경.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전경. 연합뉴스

공정위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는 문제없지만, 그를 위해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는 불법이라 문제 삼았다.
 
현대중공업이 2015년 6월부터 2018년 1월까지 80개 하도급 업체에 293개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적으로 양식을 갖춘 서면 자료(법정 서면)를 교부하지 않은 것도 공정위가 적발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에 앞으로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지 말고, 기술자료 요구는 서면 방식으로 하라며 현대중공업에 시정 명령을 내렸고 과징금도 함께 물렸다.
 
문종숙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 과장은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보호하는 노력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 첨단 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기술 유용 행위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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