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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안 했는데 교각에 쾅···"고속운항 낚싯배 죽음 부른다"

중앙일보 2020.11.01 12:13
지난달 31일 충남 서해 원산안면대교 아래서 교각을 들이받아 사상자를 낸 낚시 어선은 통상 어선 속도보다 빠르게 운항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문에 어선도 자동차처럼 속도 제한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오전 5시 40분쯤 충남 태안과 보령을 연결하는 원산안면대교 교각을 들이받은 낚싯배에서 해경이 승선원을 구조하고 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전 5시 40분쯤 충남 태안과 보령을 연결하는 원산안면대교 교각을 들이받은 낚싯배에서 해경이 승선원을 구조하고 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해경 "사고 선박은 어선 평균 속도(12~15노트)보다 빨라"

31일 원산안면대교서 낚시배, 교각 충돌 사고
해경 "사고 낚시배 18노트(시속 33㎞)로 달려"

지난달 31일 오전 5시 40분쯤 충남 태안군 안면도와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를 잇는 원산안면대교 아래를 지나던 9.77t급 어선 '푸른바다3호'가 교각에 부딪혔다. 이 사고로 어선에 타고 있던 낚시객 등 22명 가운데 A(62)씨 등 40∼60대 3명이 숨졌다. 30대 1명도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 상태로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또 다른 승선자 B(46)씨 등 3명은 중상, 선장 C(42)씨 등 15명은 경상으로 각각 서산의료원과 예산종합병원 등 인근 병원 10곳에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서울, 경기 시흥·안산, 인천, 충남 천안 등에서 온 것으로 나타났다.
 
 선장 C씨는 해경 조사에서 "15노트(시속 약 27㎞) 정도 속도로 운항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경 조사 결과 선내 시스템상 18노트(시속 약 33㎞)까지 찍힌 것으로 나타났다. 한 승선원은 "갑자기 쾅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배가 크게 흔들렸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푸른바다3호 정원은 22명으로 초과 승선은 아니었다. 선장 음주 측정에서도 이상은 없었다.
 
 "어선도 자동차처럼 속도제한 규정 만들어야"

 출항 당시 파도 높이는 1m 정도였고 안개도 짙지 않아 항해 조건 역시 양호한 편이었다. 다만 출항 시간과 사고 시간대는 동트기 전이어서 주변이 어두운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 관계자는 “대개 어선이 12~15노트의 속도로 운항하는 것과 비교하면 사고 선박은 고속으로 운항했다고 할 수 있다”며 “빠른 속력으로 운항하다 교각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게 아닌가 판단된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운항하다 교각을 충돌하다 보니 큰 충격이 발생했고 그 충격이 선실에 있던 낚시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을 것이라는 게 해경의 분석이다.
 
 해경 관계자는 “고무보트 등 수상 레저기구는 수상레저안전법에 따라 제한 속도가 10노트(시속 18㎞)인데 낚싯배를 포함한 어선은 제한 속도 규정이 없다”며 “어선도 운항 속도 제한 규정을 만드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정호 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낚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안전 대책은 다소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어선도 지나치게 빨리 달리면 단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 규정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새벽 충남 서해상에서 9.77t급 낚싯배가 들이받은 원산안면대교 교각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새벽 충남 서해상에서 9.77t급 낚싯배가 들이받은 원산안면대교 교각 모습. 연합뉴스

 낚싯배 운항 속도가 빠른 것은 낚시객이 몰리는 주말에 물고기가 잘 잡히는 지역을 선점하기 위해 이른 새벽 무리한 운항을 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고 당일도 푸른바다3호가 항구를 떠날 당시 다른 낚싯배도 여러 척 어둠 속에 출항했다고 한다.
 
 사고대책반을 꾸린 보령해경은 푸른바다3호 선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다. 해경은 “선장이 병원치료를 마치는 대로 본격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원산안면대교. 중앙포토

원산안면대교. 중앙포토

지난 5년간 낚싯배 사고로 37명 숨져 
 지난 5년 동안 영업용 낚싯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이 37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양경찰청 해상 조난사고 통계 연보에 따르면 낚시객을 승선시켜 영업하는 낚싯배 사고는 2015년 207건, 2016년 209건, 2017년 266건, 2018년 245건, 2019년 306건 발생했다. 연평균 246.6건 발생한 셈이다.
 
 이들 사고로 37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으며, 276명이 다쳤다. 지난해에는 5명이 숨지고 56명이 다쳤고, 2018년에는 41명이 부상했다.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가 있었던 2017년에는 15명이 사망하고 79명이 부상했으며, 2016년에는 69명이 다쳤다. 
 
 제주도에서 돌고래호 전복사고가 발생했던 2015년에는 17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으며 31명이 다쳤다. 낚싯배 사고 원인으로는 운항 부주의와 정비 불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발생 시기는 주말·공휴일 이른 새벽에 집중됐다.
 
 지난해 발생한 306건의 낚싯배 사고 가운데 절반 넘는 160건이 주말과 공휴일에 일어났다. 시간대별로 보면 오전 6시부터 9시까지가 69건(22.5%)으로 가장 많았다.
 
 태안=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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