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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옵티머스 수사문건 “이혁진 지시 감히 거역 못했다”

중앙일보 2020.10.31 05:00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권력비리 게이트 특위'가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의 수사 의뢰서와 이혁진 전 대표의 기소중지 결정서를 입수했다.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권력비리 게이트 특위'가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의 수사 의뢰서와 이혁진 전 대표의 기소중지 결정서를 입수했다.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권력비리 게이트 특위’가 30일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김재현(구속) 대표에 대한 수사 의뢰서와 이혁진(해외도주) 전 대표에 대한 기소중지 결정서를 입수했다.
 
옵티머스 전·현직 대표인 두 사람은 2018년 3월 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충돌했는데, 회사를 빼앗긴 이 전 대표는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베트남까지 따라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하 전파진흥원)이 김 대표 측에 투자한 경위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응해 김 대표도 하루 뒤(2018년 3월 23일) 이 전 대표를 자신에 대한 폭행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소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라임 옵티머스 권력형 비리게이트 특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라임 옵티머스 권력형 비리게이트 특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전파진흥원(680억 원을 투자했다가 회수)은 2018년 10월 옵티머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지만 검찰은 이듬해 5월 무혐의 처분했다. 전파진흥원의 재산상 손해가 없다는 게 주된 처분 사유였다.
 
국민의힘 특위가 이날 공개한 김 대표 등에 대한 수사 의뢰서(11페이지 분량)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나온다. 전파진흥원은 수사의뢰를 하면서 “2017~2018년 옵티머스 펀드를 매수해 만기일에 원리금을 전액 회수했다. 금전적 피해가 발생한 바 없다”고 적었다. 다만 수사 의뢰서에는 옵티머스의 펀드 사기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국가의 공적 기금이 불법행위의 도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짙고 불법행위 결과 판명시 다수 소액 주주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3페이지)
“특히 엠지비파트너스의 성지건설 경영권 확보를 위한 성지건설 신주인수 과정에서 국가기금인 전파진흥원이 매출채권에 투자한 자금이 활용되었다.”(5페이지)

“판매사인 대신증권은 진흥원을 기망한 의혹이 있고, 자금을 수탁 관리한 하나은행에도 마찬가지 혐의가 있다.”(11페이지)
 
이와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7일 당시 서울중앙지검의 첫 수사가 부실했는지 등에 관해 법무부와 대검에 감찰하라고 지시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설립자 이혁진 전 대표가 2018년 3월 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쫓겨났었다며 그 근거로 제시한 사진. [이혁진 전 대표 제공]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설립자 이혁진 전 대표가 2018년 3월 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쫓겨났었다며 그 근거로 제시한 사진. [이혁진 전 대표 제공]

 
옵티머스 설립자인 이혁진 전 대표는 2018년 3월 문 대통령 순방 일정을 쫓아 출국한 뒤 미국으로 갔다. 국민의힘 특위가 관계당국을 통해 입수한 이 전 대표에 대한 기소중지 결정서(5페이지 분량)를 보면 수원지검은 2018년 5월 31일 그를 기소 중지했는데, 죄명은 상해와 횡령이었다. 공소시효는 장기 2027년 3월 21일, 단기 2025년 3월 20일로 나온다. 비고란에는 ‘2018년 3월 22일 국외 출국(미상)’으로 적혀있다. 
 
결정서에 나오는 기소중지 과정은 이랬다. “출입국 기록을 조회한 결과 폭행사건 다음 날(2018년 3월 22일) 이미 불상 국가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2018년 4월 16일, 5월 1일, 5월 21일 등 총 4회에 걸쳐 추가적인 출입국 현황을 조회했으나 입국하지 않았다. 피의자 이혁진은 그 소재가 발견될 때까지 기소 여부의 결정을 중지함에 상당하다.”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 중앙포토

 
검찰은 이 전 대표의 횡령 사건에 대해선 “피의자 A씨를 소환 조사한 결과 자신이 경영이나 회계, 자금관리 등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한 것은 인정하나 감히 피의자 이혁진의 지시를 거역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었다고 주장한다”며 “결국 이 사건은 피의자 이혁진의 진술을 들어야 그 진상을 알 수 있으나 현재 이혁진이 국외로 도주해 소재 불명이다”라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지난 12일 법사위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9월 24일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중앙일보를 비롯한 국내 언론에 “나는 옵티머스 펀드 사기의 최대 피해자다. 미국에 있는 것도 도주가 아니라 미국 집으로 귀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 의사에 대해선 “나머지 범인들은 잡지도 못하는 사건에 내가 왜 휩싸여야 하는지 수긍할 수 없다”(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며 옵티머스 수사가 제대로 마무리될 경우에 한해 법정 증언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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