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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납득할 인물 없으면 비토권 내비쳐 ‘산 넘어 산’

중앙선데이 2020.10.31 00:50 709호 3면 지면보기

첫발 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3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오른쪽 둘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3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오른쪽 둘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을 뽑기 위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30일 드디어 닻을 올렸다. 위원장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맡게 됐다.
 

위원장에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추미애 등 당연직 셋에 여야 2명씩
내달 9일 후보 취합, 13일 재논의
여 “야당 지연작전 펴면 법 개정”

추천위는 조 처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당연직 세 명을 비롯해 여당이 추천한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와 박경준 변호사, 야당이 추천한 임정혁·이헌 변호사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위촉장을 받은 뒤 첫 회의를 열었다. 공수처 출범 법정 시한인 지난 7월 15일로부터 107일 만이다.
 
박 의장은 위촉식에서 “한 마리 새에게 머리가 두 개인데 둘이 서로 다투면 새가 죽어버린다는 말이 있다”며 “충분히 토론하되 검찰개혁과 고위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이란 시대적 소명을 반드시 수행할 수 있는 공수처장 후보를 조속한 시일 내에 추천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추천위는 대법관인 조 처장을 추천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한 참석자는 “공정성 문제를 고려해 위원 대다수가 조 처장을 추천했다”고 전했다. 공수처 이슈를 둘러싸고 그동안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온 만큼 첫 회의부터 신경전이 펼쳐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일단 첫 회의는 별다른 이견 없이 마무리됐다. 박경준 변호사도 “회의 분위기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조재연

조재연

이날 회의에서는 후보 선정 방식과 각 위원들이 원하는 후보 명단을 제출할 시한도 논의됐다. 선정 방식의 경우 위원회에서 처음부터 함께 명단을 추리는 게 아니라, 각 위원들이 사전에 본인 동의를 받아 심사 대상자를 최대 5명씩 정해 오면 후보들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 함께 논의하는 방식으로 정해졌다고 복수의 위원들은 전했다. 명단은 다음달 9일 오후 6시까지 제안해 취합하기로 했다. 2차 회의는 다음달 13일 열린다.
 
다만 최종 후보자 두 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시한은 정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여야 추천위원들의 입장은 미묘하게 갈렸다. 여당 추천위원인 박경준 변호사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희 입장은 가능한 한 빨리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연내 출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도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고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분을 추천하는 데 대해 정부와 여당 추천위원들도 동의해 줘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이 변호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공수처에 대한 상당수 국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며 “특정 정당에 속했다거나 특정인의 선거 캠프에 몸담은 이력 등이 있으면 그런 것들도 하나의 기준으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의 발언은 납득할 만한 인물이 없으면 비토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수처장 최종 후보 두 명은 추천위원 7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추천할 수 있다. 야당 추천위원 두 명이 반대할 경우 후보 추천이 불가능한 구조다. 그런 만큼 향후 심사 대상자 압축 과정에서 여야 간에 치열한 대리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추천위 밖에서의 여야 충돌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야당의 비토권에 대해 “혹시라도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하려 한다면 우리 당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 반대로 후보 추천이 지연될 경우 공수처법을 개정하는 등 ‘플랜 B’도 즉각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공수처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끌 수 있느냐가 공수처장 추천의 유일한 기준이 돼야 한다”며 “추천위 활동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해 신속히 진행될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추천위원회는 30일 이내에 처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의결 절차를 마쳐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개정안을 백혜련 의원 이름으로 제출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은 추천위 진행 상황과는 별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법안 검토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수처법 개정은 ‘거여’인 민주당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야당의 비토권은 공수처법 처리 당시 ‘정권 호위 기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여당이 스스로 내세운 논리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당 지도부는 야당이 고의로 지연 작전을 펴면 법 개정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럴 경우 여권도 말바꾸기에 따른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여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비토권은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한인데 민주당이 무슨 근거로 제한할 수 있느냐”며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야당 몫 추천위원 두 사람을 선정해 줬음에도 법 개정을 밀어붙인다면 국민에게 그 속내를 들키는 꼴이 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헌 변호사도 “현행법에 따라 후보 추천위를 꾸리고 일도 시작했는데 이와 동시에 밖에서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면 추천위를 계속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그것이야말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윤정민·김홍범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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