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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상속세로 국부 유출…황금알 얻으려 닭 배 가르는 꼴

중앙선데이 2020.10.31 00:28 709호 10면 지면보기

상속세 찬반 지상 토론 

일러스트=이정권 gaga@joongang.co.kr

일러스트=이정권 gaga@joongang.co.kr

삼성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기업인의 상속세 논쟁이 뜨겁다. 2019년 기준 상속세 납부액은 약 3조1000억원으로 국세청 세수 약 284조4000억원의 약 1.03%이고 납세 인원은 9555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상속세는 일반인과는 별 관련이 없다. 오죽하면 과거에 상속세를 내면 바보이므로 ‘바보세’, 그래도 재벌처럼 유명한 사람은 내야 하니 ‘유명세’라고 불렸을까.  
 

상속세 폐지론
주식은 할증 붙어 세계 최고 세율
건전한 기업조차 생존 힘들어져
최소한 과세로 고용창출 유도해야

부의 대물림에 대하여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탈세로 축적된 재산의 대물림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정성이 강조되는 오늘날에 부의 대물림에 대한 상속세 중과는 일반적이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하지만 해외는 상속세를 낮추거나 아예 폐지하고 있다. 캐나다·호주·스웨덴·노르웨이 등은 상속세를 없앴다.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는 전체 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상속세에 따른 경제위축이나 국부유출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도 고려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주식을 상속하는 경우엔 할증세율(60%)이 적용돼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엔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 때 상속세율이 더 높았다는 주장도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당시와 현재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이승만 정권 당시 부자는 일본 강점기에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엔 제대로 된 기업이 없어서 상속세 납부대상자 대부분이 부동산 소유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다수의 상속재산이 부동산인 경우엔 상속세 부담을 굳이 낮출 필요가 없다. 부동산을 팔아 상속세를 납부하거나 물납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속재산이 대부분 주식인 경우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식 상속에 대해 세계 최고수준인 최대 60%로 과세해 문제가 심각하다. 상속세를 중과하는 경우 상속세 납부를 위한 주식 처분으로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아 건전한 기업의 생존에 지장을 준다. 결국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되는 것이다. 이는 황금알을 얻는다는 명목으로 닭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다. 또 상속세 폐지나 인하라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고 상속세 회피를 위한 기업의 해외이전을 초래한다. 상속세 부담이 증가할수록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조세 회피 행위가 증가해 이를 찾아내기 위한 과도한 행정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상속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현행 상속세율은 당장의 상속세 부과를 위해 기업의 존립을 어렵게 해 소탐대실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상속세로 거둬들이는 세금보다 기업의 고용창출이나 세금납부로 국가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큰 경우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또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호주나 캐나다 등이 도입하고 있는 자본이득세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자본이득세는 상속 시점에서 과세하지 않거나 최소한만 과세하고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하는 시점에서 과세하는 것이다. 상속인의 처분 시점까지 과세가 유예되므로 혜택을 준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으나 외국처럼 고용창출이나 법인세·소득세 등의 납부를 통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현행 세법상 우리나라는 상속재산 총액에 대하여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상속재산의 분배 후 상속인별 분할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성실한 납세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피상속인은 생전에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상속받은 상속인도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 상속세 부담 완화가 결국 국민에게 도움을 준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상속세 부담 완화가 부자 감세가 아닌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대 로마 때 군인 퇴직금 주려 5% 상속세 첫 도입
공식적으로 명시된 상속세는 기원전 1세기 고대 로마의 첫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도입했다. 1만㎞에 달하는 국경선을 지켜 로마의 평화(팍스 로마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민으로 구성된 17만명의 강력한 상비군이 필요했다. 20년의 복무를 마치고 시민으로 돌아가는 이들에게 줄 퇴직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우구스투스는 6촌 이내의 가족들이 아닌 사람에게 유산을 상속할 경우 20분의 1을 세금으로 매겼다.
 
중세에는 상속세의 개념이 거의 사라졌다. 전쟁을 통한 약탈을 제외한다면 모든 부는 땅에서 나오고, 원칙적으로 모든 땅은 영주의 소유였기 때문이다. 다만 상속으로 경작권이 넘어갈 때 영주에게 약간의 세금을 바치는 경우가 있었다. 장자 상속을 통해 가문의 부를 몰아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아시아 지역에서도 상속세를 매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16세기 조선에서 외거노비가 주인집에 3분의 1 정도를 바치고 재산을 자식들에게 나눠줬다는 기록이 나온다. 노비가 아닌 양반과 상민이 상속세를 냈다는 기록은 없다.
 
근대적인 상속세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영국이다. 1894년 사망 전 증여에 대한 과세까지 통합한 상속세가 등장했다. 극심한 계급 격차로 인해 벌어진 프랑스 대혁명의 참상을 본 영국인들은 부의 세습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상속세를 도입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1862년 남북전쟁과 1898년 미국-스페인전쟁 당시 비용 마련을 위해 상속세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상시로 상속세를 매기기 시작한 것은 1차대전 이후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 ‘조선상속세령’이 공포됐고, 해방 후 1950년 ‘상속세법’으로 이어졌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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