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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없앤 국가들, 양도차익에 자본이득세 부과

중앙선데이 2020.10.31 00:27 709호 11면 지면보기

‘뜨거운 감자’ 상속세 논란 

2017년 상속세 개선방향 공청회에서 유산취득세 도입 등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2017년 상속세 개선방향 공청회에서 유산취득세 도입 등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재산의 소유자를 바꾸기 위한 일종의 인지세 개념이던 고대·중세와는 달리 근대·현대의 상속세 제도는 평등의 관점에서 도입됐다. 부가 세대를 넘어 끝없이 집중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담은 모든 상속 재산에는 국가가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는 사람 기준 중과세 역효과
한·미·영 등 5개국만 상속세 매겨

빈부 격차가 커질수록 사회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상속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2003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상속세 폐지를 추진하자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소로스는 “상속세의 폐지는 이런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속세를 폐지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것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경험 때문이다. 재산은 쓰지 않은 소득을 축적해 형성한다. 그런데 소득세와 재산세를 낸 재산에 또 세금을 매긴다면 2중, 3중 과세라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상속세를 강화할수록 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 투자하기보다는 다 써버리기 쉽고, 상속세를 매기지 않는 곳으로 이민을 가거나 재산을 빼돌리려는 유인도 커진다.  
 
상속세율이 최고 70%에 달했던 스웨덴의 경우 부모의 집을 물려받으면 세금을 내기 위해 바로 팔거나 빚을 내야 했다. 이케아까지 상속세 부담에 본사를 옮기겠다고 나서자 보수 정권이 아닌 사민당 정부에서 2004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상속세 면세 한도를 두배로 늘렸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1000만달러(113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상속세 자체뿐 아니라 과세방식을 놓고도 이견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유산을 주는 사람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유산취득세가 더 널리 쓰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미국·영국·터키·헝가리 5개국만 상속세를 매긴다. 일본·독일·프랑스·스위스 등 16개국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부과한다.  
 
캐나다·호주·멕시코·노르웨이 등 13개국은 처음부터 없었거나 아예 폐지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자 개개인에게 부과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20억원을 가족 4명에게 균등상속할 경우 유산세 방식이라면 과세표준이 20억원이 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이면 각각 5억원씩이 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5억원 이하는 20%, 30억원 이하는 40%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현행 유산세 체계를 유산취득세로 바꿔야 한다”고 권고했다. 재산을 많이 물려받는 상속인일수록 세금을 많이 내게 되기 때문에 조세정의에 더 부합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 감소 우려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상속세를 폐지한다고 전혀 세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들도 대부분 양도차익에 대해 자본이득세 또는 양도소득세를 걷는다. 자본이득세 방식은 상속 재산의 취득가격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부모가 10억원에 산 아파트가 상속 시점에서 15억원이 됐다면, 상속세는 15억원에 대해 부과하지만 자본이득세는 양도차익인 5억원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부모가 아파트를 사기 위해 지불한 돈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이다.  
 
자본이득세는 상속 시점에 차액을 계산해 부과하는 캐나다식과 물려받은 재산을 실제로 처분해 현금이 생겼을 매기는 호주식으로 나뉜다. 물려받은 기업의 주식이나 땅을 처분할 때 소득세를 부과하는 한국의 가업상속공제는 호주식 자본이득세에 가까운 제도다. 
 
김창우·김나윤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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