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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和睦<화목>

중앙선데이 2020.10.31 00:24 709호 31면 지면보기
한자세상 10/31

한자세상 10/31

인도네시아는 300여 종족이 모인 다민족 국가다. 언어도 400종이 넘는다. 국가 통합이 쉬울 리 없다. 어느 종족의 언어도 아닌, 말레이어 계통의 믈라유어(語)를 국가어로 채택한 이유다. 통합과 화목(和睦)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인도네시아 국장(國章)엔 ‘BHINNEKA TUNGGAL IKA(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선언이 쓰인 팻말을 독수리가 움켜쥐고 있다. 화목은 이처럼 건국 및 통치의 핵심 요결이 된다.
 
화목은 ‘사이좋게 지내며, 다투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 고전에 여럿 보인다. 촉(蜀) 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에 “진법(陣法)을 조화롭게 운용한다(行陣和睦)”는 대목이 보인다. ‘좌전(左傳)’도 “위아래가 화목하고, 일 처리에 거스름이 없어야 한다(上下和睦 周旋不逆)”고 썼다. 당(唐) 진자앙(陳子昻)은 『좌우명(座右銘)』에서 “형제는 화목하고, 친구는 신의와 성실을 가꿔야 한다(兄弟 敦和睦 朋友篤信誠)”고 권한다.
 
화목은 성경에도 핵심 가치로 등장한다. 인간은 죄로 인해 하나님과 원수 된 사이였는데 예수의 대속(代贖·대신 죄를 치름)으로 하나님과 인간이 화목케 됐다는 얘기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和平)을 누리자”고 권면한다. 화목은 화평을 낳고, 궁극적으로 조화(調和)로 이어진다.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중국 내 사회 갈등이 심해지자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주석은 ‘허셰(和諧·화해) 사회’를 통치 이념으로 내세웠다. ‘허셰’는 화목하고 협조한다는 뜻 외에 ‘화목하고 협력하게 만든다’는 실천적 의미를 갖는다. 규칙을 어기는 사람이나, 규격에 맞지 않는 물건을 ‘처리’한다는, 섬뜩한 함의(含意)까지 깔고 있다.
 
공자(孔子) 역시 화목을 강조했다.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라고 말한다. 화목하게 지내지만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키는 자가 군자라면, 소인은 그 반대라는 얘기다.
 
요즘의 우리 뉴스는 불화(不和)로 가득하다. 공자는 “현인을 보면 닮으려 하고, 악함을 보면 내게도 있지 않나 돌아보라(見賢思齊 見不賢而內自省也)”고 충고한다. 세상의 악(惡)과 불의(不義)를 어찌 일일이 대적할 것인가? 내가 바뀌면 화목해지고, 화목하게 되면 세상도 바뀔 것이다.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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