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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키울 ‘홍색공급망’ 구축…‘진지전’으로 미국과 맞짱

중앙선데이 2020.10.31 00:23 709호 13면 지면보기

중국공산당, 쌍순환 전략 채택

중국공산당 19기 5중전회가 폐막한 지난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공산당 로고와 ‘당 조직 강화를 통해 당이 사회발전을 이끈다(黨建引領)’는 내용의 슬로건이 적힌 간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중국공산당 19기 5중전회가 폐막한 지난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공산당 로고와 ‘당 조직 강화를 통해 당이 사회발전을 이끈다(黨建引領)’는 내용의 슬로건이 적힌 간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사회주의 시스템의 최대 장점은 큰 일에 힘을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의 말이다. 세계 금융위기 등 고비마다 중국은 총력전으로 어려움을 돌파해왔다.
 

수출주도 성장 한계, 내수에 무게
개혁·개방 이후 40년 만의 대전환
기술 투자로 산업구조 업그레이드

부품·소재 국산화 70%까지 상향
수입의존도 대폭 낮추는 데 중점
“수출경쟁력 약화” 회의적 시각도

중국이 다시 한번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려 시동을 걸고 있다. 국가와 민간의 자원을 지렛대 삼아 ‘기술 자립’이란 대업에 집중키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복안이다. 이런 중국 경제의 청사진을 하나로 꿰는 대전략은 ‘쌍순환(雙循環)’이다. 중국 경제를 국내 순환(내수)과 국제 순환(수출)으로 구분하고, 경제 성장과 정책의 무게중심을 내수로 이동하는 게 골자다.
 
쌍순환은 이제 중국 경제성장 전략의 북극성이 됐다. 지난 29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 국가 경제성장 전략으로 쌍순환의 채택을 공식화하면서다. 14차 5개년 계획(2021~25년)과 2035년까지의 장기 경제 목표는 쌍순환의 궤도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리커창 “폐쇄적인 정책은 아니다”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수출에서 내수로 이동하는 것은 40여 년 만의 대전환이다. 덩샤오핑의 주도 속 개혁·개방을 결정한 1978년 역사적인 ‘11기 3중전회’ 이후 중국은 세계화라는 호랑이의 등을 타고 거침없이 질주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날개를 달아줬다. 수출이란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개방형 경제 정책은 중국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의 반열로 끌어올렸다.
 
경제성장 속도 둔화

경제성장 속도 둔화

쌍순환이 중국 경제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데는 수출주도형 성장 모델이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2010년대까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0% 안팎에 머물렀지만 엔진은 식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해(6.1%)까지 중국 성장률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안팎의 문제도 산적해 있다.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을 앞세웠던 중국의 장점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어서다. 2011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고 총인구도 2030년 이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분기 기업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59.1%까지 치솟는 등 쌓이는 부채도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낙후된 금융시장과 환경오염 증가도 기존의 성장 모델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중국이 쌍순환 카드를 들고나온 가장 큰 이유는 대외 환경의 변화다. 중국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세계화가 퇴조하고 보호무역주의의 득세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세계 교역이 위축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쌍순환의 핵심은 세계 경제의 기복에서 대외 경제에 노출된 중국 경제를 보호하는 틀을 짜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전 세계의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굴기(屈起)에 대한 견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중국의 ‘급소’와 약점을 겨냥한 미국의 견제와 공격에 기술 고도화와 핵심 장비 국산화 등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의 무역의존도 낮아져

경제의 무역의존도 낮아져

이를 위한 쌍순환의 대표적 전략이 중국 내에서 가치사슬이 완성되는 ‘홍색 공급망’ 구축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10대 핵심 산업의 부품 및 소재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단순 임가공 등 저부가가치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산업 구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기술투자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때문에 쌍순환 전략은 중국 경제의 탄력성 확보를 위한 ‘요새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술 자립을 통한 자력 갱생을 위한 ‘지구전’ 혹은 ‘진지전’에 돌입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내수 진작을 통해 이 진지전에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것이 쌍순환의 기본 틀 중 하나다. 중국인의 해외 소비를 국내로 끌어들여,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국내 생산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그것을 통해 성장률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계산이 나온 자신감의 근거는 있다. GDP 대비 수출 비중은 2006년 36.2%에서 2019년 18.4%로 하락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무역의존도(GDP 대비 전체 상품 무역비율)도 2006년 64.5%에서 지난해 35.7%로 뚝 떨어졌다. 외부 수요에 의존하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내수 진작 위해 위안화 강세 전망
 
사실 중국이 내수를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쌍순환 전략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중국이 수출에서 내수로의 수요 구조 변화를 모색한 ‘리밸런싱 전략’과 비슷하다. 국제금융센터는 “리밸런싱 전략이 수출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쌍순환은 내수 증가를 국내 생산으로 충족되도록 해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쌍순환이 쇄국을 뜻하진 않는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쌍순환 정책의 본질이 내수 진작에 있지만 폐쇄적인 성격은 아니다”며 이미 선을 그었다. 중국이 기술 자립이라는 새로운 구도를 형성하고 성과를 낼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내수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수출로 대변되는 국제 대순환의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CSIS가 쌍순환을 ‘헤지된 통합전략’이라고 지적하는 지점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이 국제 대순환을 강조하는 것은 모든 수입 부품의 국산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완전한 독자적 기술 개발은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의 국산화율은 지난해 기준 15.4%에 불과하다.
 
쌍순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보고서에서 국내와 국제 대순환이 양립할 수 없다는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의 견해를 소개했다. 페티스는 “중국의 수출경쟁력은 낮은 인건비에서 비롯되는 데 소비구조를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이들의 구매력을 증대하려면 기득권자인 기업의 분배율을 낮추거나 수출경쟁력을 희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가격 외의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쌍순환 구조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위안화 강세 전망도 나온다.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위안화 약세 대신 내수 진작을 위한 위안화 강세를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위안화 값이 오르면 수입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등 구매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품질·인터넷·디지털 강국 외친 중국 5개년 계획
중국의 5개년 계획(규획)은 중국 경제와 사회 발전의 설계도다. 중국은 1953년부터 5개년 계획을 통해 향후 경제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천명해왔다. 이 밑그림을 바탕으로 중국의 정책이 가닥을 잡고 진행된다. 5개년 계획이 중국 경제의 지난 행보를 파악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할 이정표로 여겨지는 이유다.
 
지난 29일 막을 내린 중국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는 ‘쌍순환’을 핵심 전략으로 하는 14차 5개년 계획(2021~25년)과 2035년 장기 발전 전략을 확정했다. 쌍순환이라는 경제 패러다임 시프트(전환)를 선언한 이번 회의에서는 고도의 질적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기본 기조 속 ▶제조 강국 ▶품질 강국 ▶인터넷 강국 ▶디지털 강국 건설의 목표를 추진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일반적으로 5개년 계획과 함께 향후 성장률 전망도 공개하지만 미래의 불확실성 등으로 이번 회의에서는 14차 계획 기간의 성장률은 밝히지 않았다. 13차 계획 당시 밝힌 목표는 6.5% 이상이었다.
 
중국 경제의 청사진인 5개년 계획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중국 경제의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중국은 12차 계획(2010~15년)까지 고속성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술을 중시하는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1990년대(8~9차 계획)부터 반영돼 산업구조 고도화 등은 우선순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경제 성장의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13차 계획(2016~20년) 때부터다. 6% 이상의 중고속 성장이 등장한 것이 이때다. 첨단산업 집중 육성 등의 내용을 담아 미·중 갈등의 촉발점으로도 꼽히는 ‘중국 제조 2025’도 13차 계획의 일환이다. 14차 계획에서도 개혁의 동력으로 언급된 공급측 구조개혁은 13차 계획부터 시행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재정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이 공급 과잉을 초래하면서 발생한 각종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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