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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스케치, 코로나 시대 여행에 대한 새로운 기억법

중앙선데이 2020.10.31 00:21 709호 24면 지면보기
“최근에 50~60대가 맹활약하시죠. 그 중에 여성 분들이 강세였는데, 남성 쪽으로 옮기는 추세에요.”

2017년부터 국내에서 인기
현장서 생생함 담는 게 중요

드로잉 작가 이상진(39)씨는 어반 스케치의 구심점을 얘기했다. 이 작가는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하다 8년 전 드로잉 작가로 ‘전업’했다. 자신과 같이 예술로 전업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예술가로 살만합니다』를 냈다.
한 어반 스케쳐가 남미 페루의 마추픽추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반 스케치는 이처럼 현장에서의 드로잉을 중요시한다. [사진=이상진]

한 어반 스케쳐가 남미 페루의 마추픽추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반 스케치는 이처럼 현장에서의 드로잉을 중요시한다. [사진=이상진]

그는 어반 스케치 인기 이유에 대해 “도구와 양식의 틀에 박혀있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그림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반 스케치가 본격화 된 건 2010년 전후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스페인 출신의 가브리엘 캄파나리오 기자는 2007년 이미지 공유사이트인 플리커(Flickr)에서 어반 스케처스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해당 블로그에는 하루 수천 명이 방문한다. 캄파나리오는 2009년에 비영리기구(USK)를 설립했다. 현장에서 그리기, 그림에 이야기 담기, 상호 개성 존중, 그림 공유 등을 내용으로 하는 헌장을 만들었다. 
김강은씨가 지난 9월 17일 북한산 족두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바위에 앉아 남쪽의 인왕산과 남산을 바라보며 '어반 스케치'를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강은씨가 지난 9월 17일 북한산 족두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바위에 앉아 남쪽의 인왕산과 남산을 바라보며 '어반 스케치'를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상진 작가는 “축제 형식을 띠며 공감·소통·커뮤니티 확대로 USK는 세계적 단체가 됐다”며 “어반 스케치는 한국에서 2017년부터 인기”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에서 도도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박은미 원장도 “2~3년 전부터 어반 스케치 관련 수강생들이 꾸준하다”고 말했다.

 
어반 스케치를 포함한 더 넓은 개념의 여행 드로잉 자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서울 시내 대형서점의 한 벽면은 여행 드로잉, 어반 스케치, 소묘법 등에 대한 서적들로 꽉 차 있다. 최근 3년 새 부쩍 늘었다는 게 한 서점 관계자의 말이다. 인스타그램에서 ‘drawing_bom7’으로 활동하는 한 여성은 “여행 드로잉을 올리면서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림 솜씨를 독학했다는 닉네임 ‘폴리안나825’도 “코로나19 시대 홀로 취미로 딱”이라고 밝혔다.

서울 중구 정동교회를 그린 어반 스케처가 그림을 들고 있다. 어반 스케치는 현장에서의 그리기를 중요시한다. [사진=이상진]

서울 중구 정동교회를 그린 어반 스케처가 그림을 들고 있다. 어반 스케치는 현장에서의 그리기를 중요시한다. [사진=이상진]

이혜옥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실장은 “여행 장소와 의미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남기고자 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여행 드로잉, 어반 스케치 등의 관련 강좌가 증가했다”며 “디지털화 홍수 속에 나만의 여행 기억법이 각광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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