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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지하드 수행” 지령…마크롱 “테러에 굴복 안 해”

중앙선데이 2020.10.31 00:02 709호 12면 지면보기

프랑스 또 무슬림 테러 쇼크

29일 흉기 테러로 세 명이 숨진 프랑스 니스의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경찰들이 완전무장한 채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29일 흉기 테러로 세 명이 숨진 프랑스 니스의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경찰들이 완전무장한 채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지 니스에서 벌어진 흉기 테러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용의자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30일 AFP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수사당국이 지목한 용의자는 튀니지 출신의 브라임 아우이사우이(21)라는 남성으로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용의자는 이날 오전 8시29분 성당으로 들어간 뒤 30분가량 성당 안팎에서 30㎝ 길이의 흉기를 휘둘렀고 이 과정에서 여성 두 명과 남성 한 명이 숨졌다.
 

21세 튀니지 청년이 용의자
WSJ “성당·교회 표적 선동” 보도
프랑스 경찰, IS 등과 연관성 조사

“극단적 폭력 막기 위해 협력”
트럼프·바이든 규탄 한목소리
터키 “이슬람 모독하는 것” 반발

용의자는 지난 9월 14일 선박을 타고 튀니지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9월 20일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그는 지난 9일 이탈리아 남부 바리로 이동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탈리아 적십자사가 발행한 공식 문서를 갖고 있었다. 20일 뒤인 지난 29일 그는 오전 6시47분 프랑스 니스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근 CCTV에는 역에 도착한 뒤 겉옷을 뒤집어 입고 신발을 갈아 신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는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다. 압수한 물품 중에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와 예비용 흉기 두 자루, 이슬람 경전인 코란, 휴대전화 두 대가 포함돼 있었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등 테러 단체와 연계돼 있는지 조사 중이다. 다만 최근 서방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중에는 추종자가 자발적으로 저지른 경우도 적잖아 단독 범행일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 프랑스 내무부가 알카에다의 이상 동향 정보를 입수하고 전국 경찰에 공문을 보내 경계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공문에는 프랑스 내에서 개인이 각자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수행하라는 알카에다 연계 조직의 지령이 담겼다. 또 성당을 비롯한 기독교 교회를 표적으로 삼고 차량으로 군중에 돌진하거나 칼을 사용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최근 몇 년간 프랑스는 IS의 주요 표적이었다. IS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 조직원들을 대거 투입해 총기 난사와 폭탄 공격으로 130명을 살해했다. 파리 테러가 일어난 지 5주년인 올해도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평에 격분한 이들의 테러가 줄을 이었다. 지난달 25일엔 파리에서 파키스탄 국적의 25세 남성이 무함마드 만평을 그린 샤를리 에브도에 복수하겠다며 흉기를 휘둘러 두 명을 다치게 했다. 지난 16일엔 중학교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기 위해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역사 교사가 체첸 출신 18세 극단주의자에게 참수당했다.
 
잔혹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프랑스는 대테러 안전 경보를 최고 단계로 격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가 또다시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았다”며 “이 시기에 우리는 단결해야 하며 테러와 분열의 정신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유럽과 이슬람권 국가 간의 문화적 갈등이 심화하는 와중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파문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도 교사 참수 사건에 대해 “풍자도 표현의 자유”라며 “자신들(이슬람)의 법이 공화국법(표현의 자유)보다 우위라고 주장하는 사상에 문제가 있다”며 강경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일부 이슬람권 지도자들은 “이슬람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에서도 연일 프랑스를 규탄하는 시위와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니스 테러 소식이 전해진 직후 “무슬림은 수백만 명의 프랑스인을 죽일 권리가 있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내놔 논란을 키웠다.
 
연이은 테러에 프랑스 내 ‘반이슬람’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CNN은 이번 사건의 여파로 극단주의자가 아닌 일반 이슬람교도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내 이슬람교도는 500만 명에 달한다. 대부분 극단주의를 지지하지 않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이런 종류의 분열은 정확히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방 지도자들도 니스 흉기 테러를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건 직후 트위터에 “우리의 마음은 프랑스 국민과 함께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며 프랑스에 대한 지지와 위로의 뜻을 표했다. 그는 “이런 이슬람 과격 테러분자들의 공격은 즉시 근절해야 한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이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도 트위터를 통해 “아내 질과 나는 프랑스 국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모든 형태의 극단주의 폭력을 막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정상들도 화상회의를 통해 발표한 공동 선언문에서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은 우리가 공유하는 모든 가치에 대한 공격”이라며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언어로 이번 테러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서유진·이민정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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