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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쌍순환 진지전'으로 대전환…내수와 기술이 양 날개

중앙일보 2020.10.30 15:03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30일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14차 5개년 계획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신화사=연합뉴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30일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14차 5개년 계획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신화사=연합뉴스]

“사회주의 시스템의 최대 장점은 큰일에 힘을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개혁ㆍ개방의 설계사인 덩샤오핑(鄧小平)의 말이다. 세계 금융위기 같은 고비가 올 때마다 중국은 총력전을 통해 어려움을 돌파했다.  
 
중국이 다시 한번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려 시동을 걸고 있다. 국가·민간 자원을 지렛대 삼아 ‘기술자립’이란 대업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복안이다.  
이런 중국 경제의 청사진을 하나로 꿰는 대전략은 ‘쌍순환(雙循環)’이다. 중국 경제를 국내 순환(내수)과 국제 순환(수출)으로 구분하고, 경제 성장과 정책의 무게 중심을 내수로 이동하는 게 골자다. 

 

경제 성장의 중심, 수출에서 내수로  

쌍순환은 이제 중국 경제성장 전략의 북극성이 됐다. 지난 29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 국가 경제성장 전략으로 쌍순환의 채택을 공식화하면서다. 14차 5개년 계획(2021~25년)과 2035년까지의 장기 경제 목표는 쌍순환의 궤도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수출에서 내수로 이동하는 것은 40여 년 만의 대전환이다. 덩샤오핑 주도 속 개혁개방을 결정한 1978년 역사적인 ‘11기 3중전회’ 이후 중국은 세계화라는 호랑이의 등을 타고 거침없이 질주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날개를 달아줬다. 수출이란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개방형 경제 정책은 중국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의 반열로 끌어올렸다.
 
쌍순환이 중국 경제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데는 수출주도형 성장 모델이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2010년대까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0% 안팎에 머물렀지만 엔진은 식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전부터 중국 성장률(지난해 6.1%)은 하향 곡선을 그렸다.  
중국 분기별 성장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 분기별 성장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안팎의 문제도 산적해 있다. 안으로는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을 앞세웠던 중국의 장점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있어서다. 2011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총인구도 2030년 이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의 총자본 증가율은 연평균 10.5%였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총자본 형성 비율도 지난해 기준 43.1%에 이른다.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한 고정자산 투자가 늘면서 경제 전반의 효율성은 하락 추세다. 
 
지난 1분기 기업부채가 GDP의 159.1%까지 치솟는 등 쌓이는 부채도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낙후된 금융 시장과 환경 오염 증가도 기존의 성장 모델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대외 변수 취약성 벗어나기 위한 카드 

중국이 쌍순환 카드를 들고나온 가장 큰 이유는 대외 환경의 변화다. 중국의 든든한 뒷배였던 세계화가 퇴조하고 보호무역주의의 득세, 코로나 19 확산의 여파로 세계 교역이 위축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쌍순환의 핵심은 세계 경제의 기복에서 대외 경제에 노출된 중국 경제를 보호하는 틀을 짜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전 세계의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 주도인 ‘양두재외(兩頭在外)’ 무역 모델의 취약성에 대한 우려는 중국 내에서도 나온다. 원자재 공급과 제품의 판매가 모두 국외에서 이뤄지는 탓에 글로벌 가치사슬에 얽매여 대외 경제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ㆍ중 갈등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굴기(屈起ㆍ우뚝 섬)에 대한 견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중국의 ‘급소’와 약점을 겨냥한 미국의 견제와 공격에 기술 고도화와 핵심 장비 국산화 등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新)냉전 체제 대비에 나서는 형국이다.  
‘쌍순환’ 중국 경제 2035년까지 이 키워드로 간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쌍순환’ 중국 경제 2035년까지 이 키워드로 간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를 위한 쌍순환의 대표적 전략이 중국 내에서 가치사슬이 완성되는 ‘홍색 공급망’ 구축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10대 핵심 산업의 부품 및 소재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단순 임가공 등 저부가가치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산업 구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기술투자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제조업 핵심 장비와 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통제 가능한 기술 보유를 늘리기 위한 조치다.  
 
때문에 쌍순환 전략은 중국 경제의 탄력성 확보를 위한 ‘요새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기술 자립을 통한 자력갱생을 위한 ‘지구전’ 혹은 ‘진지전’에 돌입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내수 진작을 통해 이 진지전에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것이 쌍순환의 기본 틀 중 하나다.
 
영양분을 만들어 낼 에너지는 충분하다. 중국은 14억명의 인구와 광대한 영토로 이뤄진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이다. 중국인의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고, 국내 생산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면 지속적인 고도성장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줄어드는 대외의존도, "내수로도 성장 가능" 판단 

자신감의 근거는 있다. 중국 GDP 대비 수출 비중은 2006년 36.2%에서 2019년 18.4%까지 하락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무역의존도(GDP 대비 전체 상품 무역비율)도 2006년 64.5%에서 지난해 35.7%로 뚝 떨어졌다. 외부 수요에 의존하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이 내수를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쌍순환 전략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중국이 수출에서 내수로의 수요 구조 변화를 모색한 ‘리밸런싱 전략’과 비슷하다. 국제금융센터는 “리밸런싱 전략이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쌍순환은 내수 증가를 국내 생산으로 충족해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중국 헤이룽장성 수이펀허 철도 항구에서 대형 크레인이 화물을 옮기고 있는 모습. [신화사=연합뉴스]

지난 28일 중국 헤이룽장성 수이펀허 철도 항구에서 대형 크레인이 화물을 옮기고 있는 모습. [신화사=연합뉴스]

 
그러나 쌍순환 전략이 대외 교역의 문을 걸어 잠그는 쇄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미 “쌍순환 정책의 본질이 내수 진작에 있지만 폐쇄적인 성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이 기술자립이라는 새로운 구도를 형성하고 성과를 낼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국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중국이 내수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수출로 대변되는 국제 대순환의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CSIS가 쌍순환을 ‘헤지된 통합전략’이라고 지적하는 지점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이 국제 대순환을 강조하는 것은 모든 수입 부품의 국산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완전한 독자적 기술 개발은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의 국산화율은 지난해 기준 15.4%에 불과하다.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중국의 쌍순환 전략은 수입대체를 통한 성장이나 폐쇄적인 경제권 구축 전략이라기보다 자국의 거대한 시장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산업 부가가치를 제고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쌍순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보고서에서 국내와 국제 대순환이 양립할 수 없다는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의 견해를 소개했다. 페티스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낮은 인건비에서 비롯되는 데 소비 구조를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이들의 구매력을 증대하려면 기득권인 기업의 분배율을 낮추거나 수출 경쟁력을 희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가격 외의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쌍순환 구조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위안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위안화 약세 대신 내수 진작을 위한 위안화 강세를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위안화 값이 오르면 수입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구매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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