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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만명 국내 가입자 보유한 넷플릭스…방통위 '패싱' 후 법원으로 간 까닭은?

중앙일보 2020.10.30 11:53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낸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가 늘면서 트래픽이 급증하자 “망 사용료를 내라”는 SK브로드밴드와 “못 낸다”는 넷플릭스 간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결국 법정 공방으로까지 치달은 것이다.
 
[사진 넷플릭스 화면 캡처]

[사진 넷플릭스 화면 캡처]

넷플릭스, SKB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SK브로드밴드는 방통위에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갈등을 중재해 달라”며 재정 신청을 냈다. 당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트래픽 폭증으로 비용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는데도 넷플릭스가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며 방통위가 이를 중재해 달라고 요청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 가입자 수는 9월 말 기준 33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방통위의 중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넥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채무가 없다는 것을 법원이 확인해 달라는 의미다. 이로 인해 방통위는 양 사에 대한 중재에서 손을 뗐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재정 절차 진행 중 한쪽 당사자가 소를 제기하면 재정 절차를 중지해야 한다. 이때문에 넷플릭스가 규제 당국인 방통위를 ‘패싱(건너뛰기)’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캐시 서버로 충분" Vs "가입자 늘수록 망 부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망 이용료'를 놓고 두 회사는 지난해부터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망 이용료'를 놓고 두 회사는 지난해부터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당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넷플릭스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오픈 커넥트’를 통해 통신사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소비자는 고품질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며 “수차례에 걸쳐 SK브로드밴드에 협력을 제안해 온 바 있다”고 말했다. 즉, 넷플릭스의 오픈 커넥트 방식을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SK브로드밴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의 오픈 커넥트 방식은 이른바 ‘새벽 배송’이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새벽 시간대 등 트래픽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에 소비자 주변의 캐시서버에 콘텐트를 저장해 두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 측은 “캐시서버를 설치해도 국내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은 넷플릭스의 가입자가 늘어나는 만큼 지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인터넷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 해소를 위해서라도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은 연간 수백억 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내고 있다.  
 

해외CP 국내 통신사간 갈등 분수령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번 소송의 결과는 향후 국내 제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7월 인사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이 낸 행정소송에서 방통위가 패소한 이유에 대해 “제도 미비 탓”이라고 말한 바 있다. 페이스북 소송 역시 해외 CP(콘텐트 제공사업자) 와 국내 통신사 간 망 사용료 협상이 분쟁의 불씨가 됐던 사건이다. 9월 입법 예고된 이른바‘넷플릭스 법(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의 실제 적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은 통신 3사 트래픽의 1% 이상을 차지하면서 이용자 수 100만명이 넘는 모든 CP는 망 품질 유지 관리에 의무를 지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해외 사업자에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박소영 국회 과학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은 “이번 판결은 기존 입법의 부족함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판결 내용에 따라 망 이용에 대한 해외 사업자의 새로운 의무를 규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입법이나 제도 개선에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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