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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사리는 바이든…美동맹 서열1위 英대사 만남도 퇴짜놨다

중앙일보 2020.10.30 05:00 종합 5면 지면보기
미국 대선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선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캠프의 동맹국 외교관들에 대한 문전박대가 너무 심하다. 영국 대사도 만나주지 않는다."

 
요즘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대사관을 포함한 주요국 대사관이 밀집한 대사관가(街) 매사추세츠 애비뉴에서 터져 나오는 공통된 하소연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꾸준히 앞서면서 동맹국 대사들이 자국에 대한 구체적 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캠프 인사들과 면담을 시도했지만 모두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트럼프처럼 대선 개입 논란 우려 '접촉 금지령'
'트럼프 절친' 존슨 총리, 미·영 무역협정 입장 몰라 걱정
이수혁 대사, 바이든 文 평화프로세스 지지도 파악 못해
강경화 장관 대선 후 방미 기간 접촉 추진, 일정 못잡아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P)는 지난 26일 "바이든 캠프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포함해 캠프 인사들의 타국 외교관 접촉을 금지했다"며 "4년 전 트럼프 캠프처럼 러시아 등 개입 논란에 노출되는 걸 차단하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캠프 외교정책 참모인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 [중앙포토]

바이든 캠프 외교정책 참모인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 [중앙포토]

미 동맹국 서열 1번인 캐런 피어스 영국 대사도 마찬가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5일 "피어스 대사를 포함한 영국 관리들이 최근 수 주 동안 단 한 명의 바이든 캠프 인사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라며 "영국 관리 누구도 블링컨과 설리번과 의미 있는 접촉을 한 사람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대로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당장 시급한 미·영 무역협정 체결을 포함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알지 못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존슨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1·2위를 다툴 정도로 가장 가까운 해외 정상이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존슨 내각에 까칠하게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바이든의 승인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환경과 노동자 권리 보호를 강화한 새로운 제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수혁 주미대사 역시 3개월 전부터 내려진 접촉 금지령 때문에 바이든의 한반도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짜일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바이든 행정부가 과연 지지할지, 북핵을 어떻게 다룰지 여전히 '깜깜이'여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바이든 후보는 "깡패"로 지칭했고, 캠프 외교·안보 사령탑인 토니 블링컨은 "세계 최악의 독재자"로 부르는 상황에서 "핵무기 능력 감축을 동의한다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22일 2차 대선 토론)라고 한 것이 협상 전략인지조차도 모호한 상태다.
 
바이든 캠프가 '동맹 재건'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재배치에 관한 입장 등 대 한국 정책의 각론이 어떻게 될지 오바마 행정부 때 정책을 토대로 예상하는 수준이다.
 
이수혁 주미대사도 바이든 캠프 접촉 금지령으로 구체적인 한반도 정책에 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수혁 주미대사도 바이든 캠프 접촉 금지령으로 구체적인 한반도 정책에 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외교 소식통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 대선 직후 미국을 방문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도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캠프의 한·미동맹 및 북핵 정책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캠프 고위 인사들은 접촉 금지령 때문에 면담 약속을 잡지 못해 대신 캠프와 가까운 외곽 인사를 만날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바이든 캠프의 이같은 외국 정부와 접촉 통제는 4년 트럼프 캠프는 물론 힐러리 클린턴 캠프와 비교해도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클린턴 후보도 대선 도중인 2016년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각각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외교부 장관을 자택인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만나기도 했다.
 
더 교훈이 된 건 캠프 외교·안보 참모였던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인수위 시절인 2016년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당시 러시아 대사와 대러 제재 해제를 논의한 게 뒤늦게 불거져 정부 출범 25일 만에 사임한 일이었다. 그는 인수위 시절 오바마 정권이 추진하던 유엔 안보리의 이스라엘 비난 결의안 통과를 저지하고, 터키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업체의 돈을 받기도 했다.
 
블링컨 전 부장관은 지난 6월 공개적으로 "우리 캠프는 투명성이 보장되는 조건이 아닌 한, 외국 정부 관리와 대화는 삼가왔다"라며 "외국 정부에 재선을 간청해 대통령의 품격을 떨어뜨린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선거운동에의 외국의 도움을 받는 데 강력히 반대해왔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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