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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감사원 “원전 폐쇄 불합리” 판정…에너지 전략 손질해야

중앙일보 2020.10.30 00:21 종합 33면 지면보기
정해용 세종대 양자원자력공학과 교수

정해용 세종대 양자원자력공학과 교수

감사원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지난 20일 공개했다. 2019년 10월 국회 요구로 시작된 감사가 시한을 8개월 이상 초과했다. 그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존재한다.
 

에너지 효율과 공급안정 동시 추구
우수 원전기술 유지·발전 시켜야

감사 결과 조기 폐쇄의 근거로 내세웠던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이뤄졌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하지만 안전성 등의 문제는 감사 범위에서 제외해 탈원전 정책 자체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이에 대해 탈원전 진영은 안도하며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가속해 추진하려 하고, 친원전 진영은 원자력의 희망을 이어갈 ‘마지막 잎새’로 바라보며 무리한 정책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탈원전 문제는 정치적 쟁점이 됐지만, 사실 에너지의 선택은 냉정한 현실의 문제로 합리적인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성과 안전성에 더해 공급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 또한 핵심 요소로 고려해 예상치 못한 위기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석탄화력·천연가스·원자력·태양광·풍력 등 가용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이용하는 조합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선택은 일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석탄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깨끗해도 여전히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며 상대적으로 비싼 자원이고 공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원자력은 유사시 1년 이상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경제적이지만 방사능 누출의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태양광과 풍력은 청정에너지라지만 자연 훼손이 불가피하고 에너지 적기 공급에 한계가 있다.
 
이같이 각 에너지 자원은 모두 장단점이 있어서 우리 형편에 맞는 확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바른 답을 얻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활발한 논의와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 지난 4년간 정부는 에너지 전환으로 포장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방향이 비현실적이며, 효율적이고 건강한 전력시스템을 확보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
 
탈원전의 출발점이 되는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한 지나친 우려도 동의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의 안전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므로 급격한 기후변화와 예측하기 힘든 국제 정세 속에서 원자력은 공급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 경제성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필수 에너지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 그 중요성이 커지게 된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은 석탄과 원자력의 사용을 급격히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정책은 누구나 동의하는 올바른 방향이다. 문제는 실현 방법을 찾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우선 태양광과 풍력의 한계를 충분히 극복해야 한다. 안정적인 에너지 저장 기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고 환경 훼손을 최소화해 국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제와 우리 여건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청정에너지라는 이미지에 현혹돼 태양광과 풍력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극히 경계해야 한다. 충분히 안정적인 신재생에너지 이용 기술을 갖추게 될 21세기의 중반 또는 그 너머까지 원자력과 신재생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여 안정적인 조화를 이루는 전략이 필연적이다.
 
미국·프랑스처럼 우리 정부도 혁신적인 미래 원자력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우수한 신재생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우수한 원자력 기술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미래를 준비하는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정해용 세종대 양자원자력공학과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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